정개특위·사개특위 연장… 한국당 '위원장+위원 1인' 얻으면 연동비례제 제동 걸 수도
  •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정상화 논의를 위한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정상화 논의를 위한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회가 84일 만에 정상화 수순에 돌입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소수정당들과 패스트트랙 처리를 약속했지만, 이번 합의로 한국당의 반대 의견을 반영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한국당의 합류로 정개특위 위원장을 내려놓게 된 심상정 의원 소속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여야 3당은 28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및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연장 안건,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처리하기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하고 이 같은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정개특위-사개특위, 8월31일까지 두 달 연장

    합의문에 따르면, 이달 말로 끝나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활동기한을 8월31일까지 두 달 연장하기로 했다. 특위 위원장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이 맡되, 의석 수 순위에 따라 1개씩 맡기로 했다. 원내 1, 2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위원장을 하나씩 맡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몫이었던 정개특위 위원장직이 교섭단체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본회의에선 합의대로 정개특위 구성을 바꾸는 안도 가결됐다. 한국당 소속 의원을 1명 더 추가해 더불어민주당 8명, 자유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단체 2명 등 총 19명으로 구성을 바꾸기로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양보한 대신 국회 정상화를 위한 관문으로 끌어들이면서, 정부·여당이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는 추가경정예산안과 사법개혁안 등을 처리한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은 일단 다음달 의원총회를 열어 어떤 특위 위원장 자리를 가져올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공수처 설치를 골자로 한 사법개혁 완수를 위해 사개특위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한국당을 뺀 야 3당과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성 하에 정개특위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이 교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특위 위원장직 확보로 힘 얻어

    한국당은 이번 합의로 정개특위 위원 1명을 늘렸다. 이어 위원장까지 받을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위 위원장은 회의 소집과 진행은 물론 안건의 상정, 의결까지 절대적 권한을 갖기 때문에 한 곳을 확보한 한국당이 이를 통해 여야 4당 합의안 처리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당으로서는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에서 밀어낸 것도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합의문이 원내교섭단체만을 위한 쪽으로 쏠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소수정당인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 무소속 등 비교섭단체 의원들이 불만을 표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합의정신 얘기를 잘하던데, 특위 위원장을 바꾸려면 합의는 아니라도 적어도 협의라도 했어야 했다”며 “그게 정치의 예의이고 도리인데, (그걸 안 하면서) 무슨 놈의 합의정신과 협치를 말하나”라고 질타했다.

    민주, 한국당과 손잡는 길로 '선회'

    한국당은 그동안 최소한 특위 위원장 한 자리를 요구했다. 당초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과 공조해 특별위원회의 활동시한 연장을 강행할 조짐을 보였으나, 이날 한국당과 손잡는 길로 선회했다. 최악의 경우 또 다시 '동물국회'가 재현될 가능성까지 거론됐기 때문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들께서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저희는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조금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며 "완전한 것은 아닌 원포인트 합의지만 더 큰 합의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계기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 후 "큰 틀의 합의는 이루지 못했지만 오늘 원포인트 합의로 인해 정개특위·사개특위가 연장되고, 위원장은 1, 2당이 맡고 의석 수를 정상화함으로써 날치기 된 패스트트랙 정국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큰 계단을 한 걸음 걸었다"고 평가했다.

    나경원 '리더십 위기' 벗어나

    이후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가 가져온 3당 합의 결과를 박수로 추인했다. 지난 24일 의총 추인 불발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던 나 원내대표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국당은 "전체 상임위에 전격 복귀해 원내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오늘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날이라 생각한다"며 "협상하면서 굉장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오늘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고, 국회가 완벽한 정상화는 아니지만 (정상화) 과정으로 가는 중요한 의미 있는 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