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커수광’ 등 ‘거래제한 대상 목록’에… 美 상무부 “국가안보에 반할 위험성”
  • ▲ 지난해 5월 선보인 중국의 최신 톈허(天河)-3 슈퍼컴퓨터 ⓒ뉴시스.
    ▲ 지난해 5월 선보인 중국의 최신 톈허(天河)-3 슈퍼컴퓨터 ⓒ뉴시스.
    미국 정부가 슈퍼컴퓨터 제조와 관련된 중국 업체와 연구소 5곳에 대해서 제재를 결정했다. 통신장비제조업체 화웨이의 경우처럼 미국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중커수광(Sugon), 하이곤(Higon), 청두 하이광 회로(Chengdu Haiguang Integrated Circuit), 청두 하이광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테크놀로지(Chengdu Haiguang Microelectronics Technology), 우시 장난 컴퓨터 테크놀로지 연구소(Wuxi Jiangnan Institute of Computing Technology) 등을 '거래제한 대상 목록'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24일부터(현지시간) 발효되며 리스트에 오른 이들 중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미국 기업들과 부품 조달 등을 위한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미 상무부는 "이 기업들이 미국의 국가 안보나 외교적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거나 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며 제재 조치 시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이 슈퍼컴퓨터를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특히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우시 장난 컴퓨터 테크놀로지 연구소는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산하의 '제56 연구 기관' 소유로 중커수광과 더불어 중국군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기술 부문 애널리스트 폴 트리올로는 "슈퍼컴퓨터 기술이 핵무기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극초음속 미사일의 궤적을 계산하는 데도 이용된다"며 "중커수광 같은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G20 앞두고 시행… “미중 무역협상에 악영향”

    미 CBS는 이 조치가 G20 정상 회의를 앞두고 시행됐으며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상무부는 지난 달에는 화웨이와 그 계열사들이 미국 기업들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거래 중단 방침을 밝히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CBS에 따르면, 미국 로펌 '데처트'의 국제무역관례 부문 대표 아만다 드버스크는 미국이 이처럼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것에 대해 "시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이 좋지 않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미국에 대해 양보할 가능성도 낮아진다"며 "양국이 무역 전쟁 해결을 위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을 더 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마이클 히어슨 분석가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데 무게를 더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 사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상 회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기술굴기'를 억누르려는 의도로 볼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최우선 교수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첨단 산업 부문에서 도전해 오는 중요한 업체들을 약화 시키면서 동시에 중국 측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AP통신은 제재 조치가 발효된 24일 워싱턴의 씽크탱크에서 예정돼 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중국 공산당 체제 비판 연설이 연기됐다고 지적하며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강온 양면 전술을 구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