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중 붙잡혀 탄광서 강제노역… 2016년 1인당 1억6800만원 손배소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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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 동국대 교수)의 국군포로송환위원회(이하 송환위)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한 국군포로들이 북한에서의 강제노역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김현지 기자
국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재판이 21일 처음 열렸다. 6·25 전쟁때 북한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하고 탈북한 국내 국군포로 2명이 인권을 유린당했다며 김정은과 북한에 대해 1인당 각 1억6000여만 원씩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이번 소송에서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진다면, 6·25 참전 중 붙잡혀 북한에서 강제노역을 한 국군포로들의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 동국대 교수)의 국군포로송환위원회(이하 송환위)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한 국군포로들이 북한에서의 강제노역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며 “첫 재판이 오늘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조정실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김도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이번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됐다.김정은 상대 첫 손해배상 재판송환위에 따르면, 노사홍(90)·한재복(85)씨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군 포로로 잡혀 끌려갔다. 한씨는 자강도 칠평 인민관 수용소에서 지내다, 1953년 정전과 동시에 평안남도 강동군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이 곳에서 1953년 9월 11일부터 1956년 6월 13일까지 내무성 건설대 1709부대 탄광에서 채굴생활을 했다. 노씨 역시 포로로 잡힌 뒤 3년간 강제노동에 종사했다. 이들은 2000년, 2001년 각각 북한을 탈출해 국내로 들어왔다.이들은 이후 10여년이 지난 2016년 10월, 1인당 1억68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북한과 김정은에게 청구했다. 이 금액은 이들이 북한에서 받지 못한 33개월간의 임금, 약 6800만원과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해 산정됐다. 이번 첫 재판은 김정은에게 서류가 송달되지 않는 문제 등으로 인해 소송 제기로부터 3년이 지나 열리게 됐다.송환위 위원장으로 이번 소송을 맡고 있는 김현 변호사(전 대한변협 회장)는 지난 3월 변호인단이 공시송달(公示送達)을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판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관련 내용을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지하고, 2주가 지난 시점부터 소장이 소송을 당한 피고에게 전달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김 변호사는 “이들에 대한 강제노동은 노예제를 금지한 국제관습법, 강제노동 폐지를 규정한 국제노동기구 조약 위반”이라며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소 조례에 승인된 ‘전쟁범죄 및 인도에 대한 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민법 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형사적으로도 반인도적인 범죄행위를 구성한다”고 덧붙였다. -
- ▲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김도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국군포로 상대로 한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됐다.ⓒ정상윤 기자
그는 시효 문제에 대해선 “최근 위안부 판결에서 우리 법원은 그동안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며 “이 사건도 그 논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최근 미국에서도 사망한 웜비어에 대해 약 5800억원의 민사소송배상 판결을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웜비어 판결’로 미국 내 북한 재산, 외국에 정박 중인 북한소유 선박 등에 대한 압류가 이뤄졌다는 것이 송환위 설명이다.북한에 대한 ‘주권면제 원칙’ 적용 문제 없어이번 소송에서 북한을 국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소송에 참여하는 구충서 변호사는 ‘주권면제의 문제’를 거론했다. 주권면제는 국가에 대해 외국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즉, 주권(主權) 가진 국가가 누리는 ‘법적인 면책 상태’를 의미한다.그러나 북한은 주권면제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 구 변호사의 설명이다. 구 변호사는 “국가라고 하면 주권면제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북한은 반국가단체일 뿐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주권면제의 문제가 나올 여지가 없다”고 했다.변호인단은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국내에 있는 북한 재산으로 배상금을 요구할 예정이다. 김현 변호사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라는 단체는 북한에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송금하지 못한 20억원 정도를 법원에 공탁해놓았다”며 “이 돈을 손해배상금으로 받아낼 계획”이라고 했다.2004년 설립된 경문협은 국내 방송사가 사용하는 북한 조선중앙TV 영상 등 저작권료를 북한 저작권 사무국과 계약을 맺고 북한 대신 걷어온 단체다. 일종의 ‘북한 저작권료 에이전트’이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 단체 이사장을 맡았었다.경문협은 설립 후부터 2008년까지 북한에 저작권료를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송금이 지연돼, 지난해까지 약 20억원의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하고 있다.“대한민국 정부에도 문제 있어”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부가 국군포로 문제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송수현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대한민국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나 추궁을 하지 않는 건 (국군포로인) 그분들에 대한 예의상 문제도 있고, 법적인 책임도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구충서 변호사도 “대한민국 정부는 휴전 이후 60여 년간 북한과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하지만 나라를 위해 참전하고 포로가 된 이들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소송이) 선전 이벤트가 아니고 법적으로도 책임 물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소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