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박병대·고영한 4차 공판… ‘임종헌 USB 출력물' 증거능력 놓고 검찰과 공방
  • ▲ 사법행정권 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뉴데일리 DB
    ▲ 사법행정권 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뉴데일리 DB
    ‘사법농단’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핵심 증거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놓고 또 다시 충돌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제35형사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71·2기) 전 대법원장,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의 4차 공판기일에서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물은 원본과의 동일성(원본 파일과 동일하다는 것)·무결성에 의문이 든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이미 동일성 등을 확인했다”고 맞섰다. 변호인단이 지난달 29일 첫 공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임종헌(60·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USB에서 나온 ‘사본 출력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후 같은 사안에 대해 양측 간 공방이 지속되는 셈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법관 측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압수목록 엑셀파일을 통해 해당 출력물이 있는지 확인했으나, 동일 키워드를 입력한 결과 검색되지 않는다”며 임 전 차장 USB에서 나온 출력물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

    "증명 대상 증거들, 검증신청서 다시 제출"

    당초 피고인 측과 검찰은 임 전 차장 USB 출력물 중 혐의와 관련된 ‘핵심 문건’만 따로 분류, 이들에 대한 원본과의 동일성·무결성을 다투기로 했다.

    하지만 박 전 대법관 측은 “엑셀파일 제목과 출력물 문건목록의 제목이 다르다”며 “압수목록인 엑셀파일과 출력물 간의 연관성을 특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목록에 대한 원본과의 동일성·무결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 측 의견에 즉각 반박했다. “공판 전 4개월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출력물의 동일성을 언제까지 봐달라는 것인가”라며 “이미 합의하고 진행해온 것에 대해 갑자기 전날(11일) 변호인이 의견서를 제출해, 오늘 (출력물 문건 등에 대한) 검증이 어그러졌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법관 측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동일성·무결성을 보려면 원본이 무엇인지 특정돼야 한다”며 “그나마 원본을 특정할 수 있다고 봐서 '별첨 3'으로 분류했고, '별첨 3' 목록이 많아 피고인이 특히 다투고 있는 부분을 (따로 분류해)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특정 문서인) 일부분에 대해서만 검증하면 문제가 될 것 같다”고도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USB 출력물은 하나하나가 증거가 되고, 그 증거가 사용되려면 각각의 동일성이 있어야 한다”며 “검찰은 수고스럽겠지만 '별첨 3' 전체에 대한 출처목록을 특정해서 검증신청서를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檢 "동일성 이미 확인"…재판부 향해 불편함 드러내기도

    검찰은 재판부의 출력물에 대한 검증 요구에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재판 전 변호인 측과 증거물에 대한 동일성을 확인했는데, 다시 검증을 하라는 것은 합의된 룰을 어기는 것”이라는 반발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오후 6시 이전에 재판을 마쳐달라”는 변호인 측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인신문 뒤 일주일간 재판 일정을 비워달라는 요청도 거절했다. 재판 공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관의) 구속기간 만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적어도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동안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6시 이전에 재판을 마쳐달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로 증인신문이 아니면 가급적 6시까지 재판을 마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7일 3차 공판에서 5차 공판기일을 오는 14일, 6차 19일, 7차 21일, 8차 26일, 9차 28일, 10차 7월3일로 지정했다. 증인신문은 21일부터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