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와', 겉으론 평화 염원…속으론 일본 군국주의 부활 소망 담아"
  • 한일 양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는 한류걸그룹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사나가, 4월 30일 트와이스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 계정에 일본의 연호(年號)가 바뀐 것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기대감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平成生まれとして、平成が終わるのはどことなくさみしいけど、平成お疲れ?でした!!!令和という新しいスタ?トに向けて、平成最後の今日はスッキリした1日にしましょう!"

    #平成ありがとう #令和よろしく #FANCYもよろしく

    사나가 일본어로 올린 글을 우리말로 풀어내면 "헤이세이(平成) 태생으로 헤이세이가 끝나는 건 왠지 모르게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수고했다. 레이와(令和)라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헤이세이의 마지막인 오늘을 산뜻하게 보내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나가 말미에 붙인 '태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글은 일본식 송구영신(送舊迎新) 인사 정도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일본 연호가 교체된 것을, 한 시대가 가고 또 다른 시대가 오는 것으로 받아들여 '아듀 2018', '웰컴 2019' 같은 의미로 전한 인사말인 것이다.

    그런데 사나가 올린 이 글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국내에서 일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연호는 군주가 자기의 치세연차(治世年次)에 붙이는 칭호를 말하는 것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잔재인 일왕이 만든 연호를 한류가수가 경축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경솔한 행동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일본의 연호가 군국주의 색채를 드러낸다는 이유로 일본에 사용 금지를 요구했던 적이 있다. 이에 일본에서 '연호폐지법안'까지 만들어졌었지만 1979년 '연호법'이 제정되면서 현재까지 내각에서 정하는 연호가 사용되고 있다.

    1910년부터 1945년 광복 이전까지 일본에 국토를 빼앗겼던 우리 민족으로선 '일왕'과 그를 상징하는 연호 자체가 트라우마일 수밖에 없다. 당시 일본은 우리 민족에게 일왕을 섬기는 '천황숭배'를 강요하고 꽃다운 젊은이들에게 천황을 위해 전장에서 아낌없이 목숨을 바칠 것을 요구했다.

    원래 일왕은 막부시대까지 아무런 힘도 없는 상징적 존재에 불과했으나 19세기 후반 신진 세력이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존왕양이(尊王攘夷) 사상을 내세우면서 단기간에 숭배의 대상이 됐다. 이 같은 존황론(尊皇論)이 정한론(征韓論)과 대동아공영론(大東亞共榮論)이라는 '망상'의 기초가 됐음은 물론이다.

    취임 이래 매년 방위비를 늘리고 있는 아베 총리가 직접 낙점한 '새 연호'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다는 해석도 논란을 가중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조용준 작가의 글에 따르면 '와(和)'는 일본의 민족정신을 일컫는 말로, 레이와(令和)라는 새 연호는 일본 중심의 질서로 (사람 혹은 국가를) 편입시키겠다는 '일본의 명령'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성은 공식적으로 레이와가 '아름다운(令) 조화(和)'를 의미한다고 밝혔으나 사실은 '일본의 질서를 명령한다'는 중의적 해석이 아베의 혼네(本音·본심)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얘기다.

    [사진 출처 = 트와이스 공식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