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중 4명 '불법'...'합법' 의견 無...논란 조항 ‘국회법 48조 6항’ 한국당⋅민주당 ‘동상이몽'
  • ▲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뉴데일리 DB
    ▲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뉴데일리 DB
    선거제 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하다.

    핵심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일방적 ‘팩스 사·보임(사임과 보임)’ 사태다. 사·보임당한 같은 당 오신환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위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사·보임 논란… 핵심 조항은 국회법 48조 6항

    오 의원 등에 대한 김 원내대표의 ‘사·보임’ 절차는 타당할까. 본지가 법조인 10여 명에게 문의한 결과, 취재에 응한 변호사 7명 중 4명은 '불법', 2명은 '모호', 1명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적법하다"고 답한 변호인은 한 명도 없었다.

    우선 ‘사·보임 사건’의 얼개는 이렇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은 지난 24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했다. 오 의원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이에 오 의원은 자신에 대한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을 두고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에 ‘사·보임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사·보임의 법적 근거는 국회법 48조다. 이 조문 1항은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교체)한다”고 규정했다.

    논란이 되는 조항은 ‘임시회’ 기간 중 교체 여부를 담은 6항이다. 이 조항은 “임시회 회기 중에는 개선할 수 없다. 다만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를 예외로 둔다”고 규정했다.

    재미있는 점은 오 의원과 한국당, 김 원내대표와 민주당 모두 이 조항을 근거로 사·보임 절차의 위법성을 다툰다는 점이다.

    한국당⋅민주당, 같은 조항 두고 ‘동상이몽’

    한국당은 임시회 회기 중 교체 금지,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 허가를 받은 경우’에 오 의원이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사·보임은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 ▲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뉴데일리 DB
    ▲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뉴데일리 DB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본인 의사와 반해 강제로 사임했다는 점에서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임시회 중 사·보임할 수 없는 데다 이번 사·보임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도 “국회법 제48조 위원의 선임 및 개선 6항을 보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를 제외하고 임시회 회기 중 사·보임을 할 수 없다”며 “오 의원이 사·보임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만큼 사·보임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민주당은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라는 대목을 포괄적으로 해석해 당론을 거스른 오 의원이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위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법에) 질병 등 부득이한 경우에는 국회의장의 허가를 얻어 가능하다는 단서 규정이 있다”며 이번 사·보임이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조항은 2003년 입법됐다. 2002년 당시 김홍신 한나라당 전 의원은 이번과 비슷한 문제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상임위원회 위원 선임이나 해임이 교섭단체 대표 혹은 국회의장에게 있다는 판시를 내리며 정당민주주의를 폭넓게 받아들였다. 이에 국회는 향후 같은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고 명확한 근거법 마련을 위해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국회법 48조 6항을 마련했다.

    “사임 허가 주체는 오신환”... 다수 의견

    법조계에서는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이 절차상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법무법인 ‘광화’ 박주현 변호사는 “(관련 국회법 내용은) 16대 국회에서 개정됐는데 그때 일방적으로 사·보임을 못하게 하기 위해 정기회·임시회 구별을 한 것”이라며 “최근 사·보임 사례는 해당 위원이 질병에 걸렸거나 구속되는 등 (사·보임 의사표시를)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이경’ 최진녕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최 변호사는 “문언적 해석상 사임이란 직위에 있는 사람이 본인의 사정에 의해 본인 의사에 따라 사직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해당 위원인 오신환 의원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홍세욱 변호사는 해당 위원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국회법 48조 6항 내용인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라는 법 조항을 근거로 말했다.
  • ▲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뉴데일리 DB
    ▲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뉴데일리 DB
    “2002년 헌재 판시 뒤 해당 조항 마련, 입법취지 고려해야”

    홍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허가를 구하는 주체가) 해당 위원을 말하는 것으로, 원내대표라고 볼 수 없다”며 “무엇보다 2002년 헌재 판결 이후 사·보임을 마음대로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든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국회가 자율적으로 사·보임을 하기 어렵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선미 변호사 역시 국회법 조항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의장에게 사임 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주체라고 짚었다. 정 변호사는 "(정치적 이유로) 수시로 위원이 개선되는 등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 목적과 법률 해석의 엄격성을 고려할 때 주체는 교섭단체 대표가 아니라 위원 본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문맥에 맞는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헌재가 사·보임 조항을 명확히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변 소속인 법무법인 ‘휴먼’ 류하경 변호사는 “예외단서 자체가 애매해서 해석의 다툼이 충분히 있을 것 같다”며 “주어가 불투명하기도 해서 헌재가 정확하게 이 조항을 해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민변 소속 법무법인 '향법' 오현정 변호사도 '절차적 불법성'에 해석의 여지가 많다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오 변호사는 "(조항에 있는) '질병 등'에서 '등'이라는 부분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많다"며 "국회법 전문가가 아니라서 조언하기가 적절치 않다"고 에둘렀다.

    법무법인 ‘주원’ 이충윤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정당의 민주주의가 중요하고 국회법 조문을 체계적으로 해석할 때 정당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된 사·보임이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아직 오 의원이 특별한 징계를 받거나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귀추를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김관영, 직권남용” “헌재, 조항 명확히 해석” 주장도

    오 의원의 심의표결권을 막은 김 원내대표의 사·보임이 권리행사를 방해한 행위라는 법조계 지적도 나왔다.

    박주현 변호사는 “김관영 원내대표는 오신환 위원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손학규 당대표도 공범이 될 수 있다”면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 역시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홍세욱 변호사 역시 “(김 원내대표가 해당 위원에 대해) 직권을 남용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국회법 규정 자체를 위반했다고 보이고,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다면 직권남용이 성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