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장악해 '좌파 개혁입법' 진행 음모…패스트트랙 이후 '노골화' 우려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지금 이 정부가 부족한 거 딱하나 입법부, 사법·행정·지방정부 모두 장악했는데 완전한 권력을 잡아야 할 수 있는 게 뭘까? 소름 돋는다."


    25일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SNS를 통해 밝힌 우려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최근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현 정부의 '입법부 장악'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을 막아야 할 이유에 대해 "반기업 규제 법안, 귀족노조 우대 법안, 원전 폐기 법안 등 이념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될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체제 수호 법도 줄줄이 폐지될 것이고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개헌이 이뤄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19대 대선의 경우, 어느 당이 집권해도 '여소야대' 정국을 피할 수 없었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치러진 20대 총선은 원내 1·2당의 차이를 근소하게 좁혔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의석 수는 128석으로, 자유한국당(114석)과 바른미래당(28석)을 합친 142석보다 모자란다.


    촛불 민심과 적폐 청산을 대변한다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겐 여당이 과반도 안되는 현 국회 의석 구조가 '아킬레스건'이다. 입법 드라이브마다 야당의 반대로 발목이 잡힌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국회가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패스트트랙 관련 극렬한 충돌을 빚는 현 상황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100년 집권'·'260석 확보'·'극우 세력'…이해찬의 말말말


    이해찬 대표의 최근 발언을 보면 현 정부의 입법부 장악 음모는 뚜렷하게 읽힌다. 장기 집권론에 이은 의회 87% 장악 계획도 공개적으로 밝히다가, 이제는 '극우 프레임'까지 내세웠다. 상대 세력의 집권 가능성을 아예 0%로 차단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24일 국회 토론회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겨 지금 이른바 극우파, 보수파들이 하는 차별과 혐오 이런 부분을 아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25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김대중 도서관·노무현 재단 공동학술대회'에선 "우리가 정조대왕 이후 219년 동안 두 분 대통령 10년, 문재인 대통령 2년, 12년을 빼놓고는 전부 다 일제강점기거나 독재거나 아주 극우적인 세력에 의해서 이 나라가 통치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 ▲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DB
    ▲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DB

    국가보안법을 바라보는 이 대표의 견해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다. 한국당의 결사반대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단, 남북 평화 무드를 더 무르익게 만들면서 총선 압승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10ㆍ4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평화 체제가 되려면 국보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1월에도 "북미회담이 잘 성사되면 남북관계도 진도가 나가고, 냉전체제가 완화되면서 국보법도 조금 더 개정할 여지가 생길 거라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트라우마' 국보법 폐지 실패… 15년 지나 회자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제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평가절하한 국가보안법은 2004년 여당인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이 사실상 폐지화를 추진했지만,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의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다.


    당시 한나라당도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에 대해서는 개정 의견을 밝혔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내 초선(108명) 강경파에서 "폐지만이 옳다"고 해 국민적 지지를 얻기 힘들었고,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친노·친문이 주류인 민주당에겐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기억이다.


    15년이 지난 현재 국보법은 정치권에서 다시 회자됐다. 한국당의 저지에 맞서 야 3당과 공조해 패스트트랙을 이끈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가보안법 개정 실패의 전례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힘을 냈다"고 당내 의원들에게 모바일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당 원안과 달리 공수처에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을 대상으로만 기소권을 부여하기로 타협한 점을 해명한 것이다.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성원 기자

    나경원 "좌파연합 세력 과반 넘으면, 제일 먼저 국보법부터 없앨 것"


    이를 두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24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적개심이 여전히 집권여당의 영혼을 지배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좌파연합 세력이 과반을 넘어 개헌 의석수를 확보하면 우리 헌법과 국가보안법이 어떻게 될까, 순간 아찔했다"고 말했다. 또 "국회 자체가 문재인 정권의 '독재 트랙'이 된다. 제일 먼저 국가보안법부터 없앨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말 국보법 폐지는 현실화 될까. 정치권 밖에서는 이미 폐지 목소리가 활발히 나오는 실정이다. '80년 해직언론인 협의회'는 남북 간 평화공존을 방해한다며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24일 헌법소원을 냈다. 해당 단체 고승우 회장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국가보안법 2조 등 5개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회장은 청구서에서 "국가보안법이 남북 간 민족의 소통을 막고 갈등을 조장하는 흉기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래 세대에게 한민족 통일국가를 물려줘야 할 기성세대의 책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헌재는 헌법소원의 청구 요건을 심사한 뒤 사건을 정식 심판절차에 회부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좌파 이념으로 뭉친 '우리법 연구회' 출신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주식 투자 논란에도 임명된 시기와 절묘하게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