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 87%, 단독 개헌 가능해져… 나경원 "대한민국 파탄" 심재철 "사회주의 국가" 우려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260석 확보'를 목표로 내걸자 논란이 거세다. 한 정당이 200석 이상 확보할 경우 독자적으로 개헌을 추진할 수 있어 '사회주의 논란'을 빚었던 개헌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1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에서 "125명의 원외지역위원장이 모두 내년에 당선되면 240석이 된다"며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260석쯤 될 것"이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지역기반이 좋아져서 충분히 꿈꿔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의석 정수(定數)는 300석이고, 현재 민주당의 의석수는 128석(지역구 115석, 비례대표 13석)이다. 당대표 취임 후 ‘20년 집권론’을 제시한 데 이어 총선 '싹쓸이' 압승으로 지금보다 의석을 2배 늘려 절대다수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18일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나와 "국회에서 되는 게 없으니까 오죽했으면 그렇게 얘기를 하셨겠는가"라며 "우리가 촛불정신을 받들려면 이런 정도의 의석은 있어야지 된다고 하는 확고한 의지, 목표를 제시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이 대표의 발언을 두둔했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진짜 260석을 확보하면 전체 의석의 86.6%를 갖게 된다. 그럴 경우 민주당은 일반 입법은 물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가능한 개헌도 단독으로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헌정 사상 총선에서 200석 이상을 얻은 정당은 없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2020년 총선에서 우리가 100석 이하로 무너지면 더불어민주당에 '개헌 저지선'을 내주게 된다"며 "국가체제가 사회주의로 완전히 넘어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당 연석회의에서 "의회가 좌파연합 의회로 되는 경우 한미동맹에 반하는 안보 해체, 그리고 철 지난 사회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한 경제파탄에 이어서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1월 개헌안 초안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빼고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꾸려 시도했다 정정한 바 있다. 

    文의장 불 지핀 개헌 논의… 불씨 되살아나나 

    이 대표의 총선 압승 호언장담에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개헌 논의 불씨를 되살리는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출신인 문 의장은 지난 10일 "2020년 총선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 정권에서 시행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문 의장이 제안한 '국회 총리 추천제'는 로 국회에서 총리를 복수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해 개헌 논의 당시 야당에서 주로 요구했던 것으로, 개헌의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에 관해서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 내용에서 지난해 3월 발의된 청와대 개헌안과 차별성을 둬야 한다는 말은 없었다.

    청와대 개헌안은 과거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토지공개념 강화, 정부의 시장 규제와 조정 기능을 의무화한 경제민주화 조항 등 내용까지 개헌안에 포함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개헌안은 민주당의 지지를 받고 문 대통령이 국회가 논의에 속도를 내도록 압박을 가했지만, 결국 야당의 반발로 처리되지 못했다. 

    당시 한국당은 문 대통령 개헌안의 '토지공개념'을 놓고 '사회주의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국가가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후 현재까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선 개헌 논의가 정체된 상태다.

    이 대표의 '260석 확보' 발언이 기사화되자 민주당은 "민주당이 내년 총선의 목표를 특정 의석수로 설정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바가 아닌, 독려 차원의 덕담"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야당들은 일제히 여당 대표로서 적절치 않은 '오만하고 경박한 발언'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하태경 "준공산주의 국가에서나 생길 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현재 여야 4당이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제 하에서 260석 받으려면 민주당이 지지율 90%는 나와야 한다. 90% 지지율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거의 불가능하고, 준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수치"라며 "이 대표가 속마음을 고백한 이상 솔직히 연동형 비례제 무산선언을 하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김선동 한국당 의원은 "200석 이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안 하고 일당독재를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국민들이 내년 총선에서 권력독점세력의 '정치 독과점'을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한 발언이다. 촛불로 집권한 당 대표의 발언치고는 경박하기 짝이 없다"면서 "이 대표는 정신 차리기 바란다. 헌정 사상 최악의 국회로 기록되고 있는 1973년 9대 총선 때 유신정우회가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아무리 자당 지역위원장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자리라고 해도 타 당과 협의를 통해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집권여당 대표가 공석에서 할 말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