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FT·가디언 등 “미국과 인도 정보기관, 열흘 전 스리랑카 경찰에 테러 경고”
  • ▲ 스리랑카 네곰보 소재 성 세바스티앙 성당. 테러 이후 흔적만 남았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리랑카 네곰보 소재 성 세바스티앙 성당. 테러 이후 흔적만 남았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1일(현지시간) 부활절에 일어난 스리랑카 콜롬보 호텔 및 교회 대상 자살폭탄 테러로 290여 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스리랑카 사법당국은 용의자 40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CNN과 <파이낸셜 타임스(FT)>, 가디언 등 언론들이 “미리 막을 수 있었던 테러”라며 스리랑카 정부가 왜 테러 정보를 무시했는지에 의혹을 제기했다.

    CNN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정부가 ‘이슬람 테러조직의 동시다발 공격 가능성이 있다’는 테러 경고를 거듭 받았음에도 행동을 취하지 않아 이번 부활절 테러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인 ‘라지타 세나라트네’ 보건부 장관은 이날 해외 정보기관들로부터 자살폭탄테러에 대한 경고를 미리 받았다고 시인했다. 프랑스 AFP 통신도 같은 소식을 전했다.

    해외 정보기관으로부터 테러 첩보를 받은 곳은 스리랑카 경찰이었다. 스리랑카 경찰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인도 정보기관에게서 “NTJ 등이 교회와 인도 대사관을 목표로 한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를 제공받은 뒤 정부에 통지했으나 무시를 당했다고 한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거듭 사죄드린다”면서 “앞으로 조사를 하겠다”고만 답할 뿐이었다.

    CNN에 따르면, 세나라트네 장관은 이번 자살폭탄테러가 ‘내셔널 타와히드 자만(NTJ)’이라는 지역 기반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조직의 소행이며, 국제 테러조직이 이들을 사주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는 NTJ가 어떻게 폭탄을 입수했고, 테러 연습은 어디서 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NTJ는 과거 불상을 훼손하는 등의 행동으로 해당 지역에서만 알려진 군소 극단주의 이슬람 조직이다.

    CNN은 이번 테러가 6명의 자살폭탄 테러뿐만 아니라 원격조종테러, 꽤나 발전한 형태의 급조폭발물(IED) 등 다양한 폭탄이 대규모로 사용됐고, 관광지로 알려진 교회와 고급 호텔, 반다라나케 국제공항까지 주로 외국인이 모이는 장소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이번 테러로 외국인 관광객 39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해자 국적은 미국, 영국, 인도, 호주, 중국, 네델란드, 터키, 포르투갈 등이었다. CNN은 이를 바탕으로 “테러 조직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번 사건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CNN은 “스리랑카 국민 2140만 명 가운데 70.2%가 불교도, 12%가 힌두교, 9.7%가 이슬람교이고, 기독교도는 7.4%에 불과하다”며 “이번 테러가 기독교도만을 목표로 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테러가 분리주의 운동조직의 소행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2009년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타밀 엘람 호랑이’와 스리랑카 정부가 내전 종식에 합의한 뒤 10년 동안 어떤 분리주의 조직의 테러는 물론 두드러진 활동도 없었고, 양측 모두 8만 명 가까이 목숨을 잃은 과거를 되새기며 테러 등 무력 충돌을 막고자 노력해 왔다는 주장이었다.

    한편 스리랑카 정부는 22일 0시(현지시간)를 기준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스리랑카 대통령실은 이날 “경찰과 군이 공공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비상사태를 선언한다”는 성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