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윤중천 영장 기각, 수사단 제동… 법조계, 수사단 행태 비판
  • ▲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오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뉴시스
    ▲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오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뉴시스
    김학의(62)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과 성 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행태에 대해 법조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전 차관을 ‘잡기’ 위해 내부 지침까지 어겨가며, 이른바 ‘별건(別件) 수사’로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다는 지적이다.

    김 전 차관에게 성 접대 등을 제공한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58) 씨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런 검찰의 반복적 ‘구태’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윤중천 영장 기각, 검찰 '구태' 제동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검찰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알선수재 등 3개 혐의로 청구한 윤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범죄 혐의 소명 정도,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앞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 이른바 '김학의 수사단'은 17일 윤씨를 체포, 18일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씨가 2008년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허가를 미끼로 투자자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법무부 과거사위가 김학의 전 차관 수사를 권고하면서 밝힌 것은 ‘뇌물’ 혐의였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별건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뇌물’ 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수사력 한계가 드러나자, ‘사기’ 혐의로 윤씨를 잡아들인 뒤 압박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김학의 수사단 '뇌물' 입증 못하고 '사기'로 영장 신청

    게다가 검찰은 ‘먼지털이식’ 수사 방지 같은 내부 지침은 물론 불구속 수사라는 형사법상 원칙도 어겼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변호인 측에 먼저 ‘별건 수사라고 지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일은 이례적인 경우”라며 “윤중천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가 김학의 관련 사건이 아닌 윤씨 개인 비리에 한정됐으니 별건 수사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별건 수사’가 맞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갑자기 (영장 청구를) 하는 것은 수사 편하게 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검찰이 먼저 증거를 확보한 뒤 영장을 청구했어야 하는데 일단 ‘잡아 넣고 보자’는 식으로 수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조계에선 이런 별건 수사가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자행된 고문에 의한 자백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의견이 있다”며 “증거가 있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 ▲ 윤중천 씨.ⓒ뉴시스
    ▲ 윤중천 씨.ⓒ뉴시스
    수사단의 구속영장 청구는 대검 '부패범죄수사 내부 지침'과도 어긋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의 '부패범죄수사 지침'은 지난 1월 14일 제정·시행되고 있다. 

    검찰 내부 지침에는 △각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충분히 살피고 △수사 중 범죄 사실과 관련 없는 새로운 범죄 혐의를 찾으려는 수사를 장기화하지 않도록 하고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없다고 확인되면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먼지털이식’ 수사·별건 수사 등을 막기 위한 장치다.

    ‘별건 수사 방지’ 검찰 내부지침과도 어긋나 

    물론 내부 지침을 따라야 하는 강제성은 없지만, 검찰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부 지침까지 어겨가며 별건 수사를 한 것에 대해선 “스스로 무능을 자인한 꼴”이라고 봤다.

    법무법인 ‘이경’ 최진녕 변호사는 “적법절차를 지키기 위한 일환으로 별건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이 있었음에도 사실상 별건 수사를 한 것”이라며 “수사의 합목적성에 지나치게 경도돼 인권보장을 위한 지침을 사실상 무시한 듯한 수사가 민주화 사회에서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형사절차의 요체는 실체적 진실 발견, 적법절차 보장 등 두 가지”라면서 “(수사단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한 것은 알겠으나 실체적 진실도 인권 보장을 위한 적법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법무부 과거사위는 지난달 25일 윤씨가 2005~2012년 사이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을 재수사할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검경이 계좌추적을 하지 않았고, 뇌물 혐의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없었다는 점 등을 권고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수사단은 사기·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윤씨를 기소했다. 윤씨는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차관의 뇌물이나 성접대 제공 의혹에 대해서도 “제공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