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MB측 요청 듣고 이건희 승인… 대가성은 없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그 요청이 이 전 대통령의 의사가 맞는지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부회장의 진술은 그가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와 비슷한 취지의 내용으로, 이 전 대통령 측에는 불리한 진술이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부회장은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한 경위를 묻는 이 전 대통령측 변호인의 질문에 “2007년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김석한 에이킨검프 변호사에게 법률업무에 비용이 들어가니 삼성에서 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만 금액에 대한 부분은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액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고, 대선 후보가 요청을 하니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보고를 해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김 변호사와 신뢰관계가 있었고, 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이 있다는 분위기였다”며 “김 변호사가 저희를 속이리라 생각하지 않았고, 삼성에서도 개인을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나 청와대라는 이야기를 하면 거절하기 어렵다”면서 “요청이 있으니 도울 수밖에 없고, 특정 사안에 도움을 바란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회사에 유익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또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소송비용을 쓰고 남은 돈을 돌려받으려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2년 김 전 기획관이 찾아와 소송비용 중 사용하지 않고 남은 돈을 돌려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의 요청을 받을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게 유력하다는 사실도 고려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삼성 측에서 먼저 지원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부회장은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 60억여 원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 전 부회장의 자수서는 1심이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그동안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를 의도적 불출석이라고 판단하고 강제구인을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