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부적합 심사' 신청 6214명 중 6118명, 98.4% 통과… 5년새 4배 늘어
  • ▲ 부대 복귀 때 받아 보관하던 개인 스마트폰을 돌려주는 당직사관. 이제 군대는 각자 침대를 쓰고 매월 수십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스마트폰도 쓰고, 외출도 가능한 곳이 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대 복귀 때 받아 보관하던 개인 스마트폰을 돌려주는 당직사관. 이제 군대는 각자 침대를 쓰고 매월 수십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스마트폰도 쓰고, 외출도 가능한 곳이 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가기 싫어하는 군대. 최근에는 현역으로 입대해도 복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중간에 전역하는 경우가 많다. ‘현역복무부적합심사(이하 부적합심사)’를 통해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전체 병력의 1% 가까이가 부적합심사를 거쳐 전역했다. 이 같은 경우는 최근 5년 사이 급증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2018년 부적합심사 신청자는 6214명, 이를 거쳐 전역한 장병은 6118명이다. 신청 후 전역 판정을 받은 경우가 98.4%에 달한다. 1479명이 신청해 1419명이 전역한 2013년에 비해 4배 증가한 수치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은 장병 가운데 4014명(66%)은 복무부적응, 심각한 부상 등 신체질환이 1329명, 정신질환자가 775명이었다.

    군생활 중 부상당했거나 지병으로 전역하는 경우, 정신질환으로 전역하는 경우는 예부터 있었다. 그러나 복무부적응으로 전역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크게 증가했다.

    부적합심사는 장병 자신이나 지휘관의 신청에 따라 이뤄진다. 이후 지휘관의 동의를 거쳐 사단 등 장성급이 지휘하는 부대의 조사위원회 조사, 병역심사관리대의 관찰, 군 인사사령부의 심사가 이뤄진다. 이 과정을 거쳐야 전역이 가능하다.

    부적합심사의 급증에 대해 국방부는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방부 “현역복무부적합심사, 엄격하게 진행 중”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역복무부적합은 심사 과정에서 해당 부대 군의관, 주임원사, 주변 동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가정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면서 “필요하다면 그린캠프 입소 등 재교육을 통해 군복무를 하도록 조치하고 있고, 현역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은 장병이라도 보충역으로 재판정해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근무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 ▲ 과거 '승리'의 인스타그램에 떠 있던, '지드래곤'과 함께 찍은 사진. 두 사람은 그룹 '빅뱅' 멤버다. 현재 '승리'는 '버닝썬 사건'으로, '지드래곤'은 '병역 부적합 심사 신청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승리 인스타그램 캡쳐.
    ▲ 과거 '승리'의 인스타그램에 떠 있던, '지드래곤'과 함께 찍은 사진. 두 사람은 그룹 '빅뱅' 멤버다. 현재 '승리'는 '버닝썬 사건'으로, '지드래곤'은 '병역 부적합 심사 신청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승리 인스타그램 캡쳐.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군 내부 문화와 사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군 관계자들은 “최근 장병들 가운데 심신이 유약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정신질환자뿐만 아니라 본인이 우울증이라고 주장하며 심사를 신청하는 장병도 많다”고 전했다.

    한 군 관계자는 “지난 4~5년 사이에 현역복무부적합심사를 신청하는 장병들이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병력의 자질이 저하된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군복무 기간과 입대할 연령의 남성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현역복무비율이 대폭 증가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예전 같으면 보충역으로 판정받을 인원들이 현역으로 입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병사들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간부들의 변화도 ‘현역복무부적합심사’ 건수를 늘리는 데 한몫 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군복무를 한 사람들은 주말이나 연휴 때 부대에 온 간부들과 함께 축구·농구 등 단체운동을 하거나 함께 외출해 회식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군 간부들은 쉬는 날이면 부대원들과 접촉을 끊는다고 한다.

    병사들 “내가 잘못되면 군에서 책임질 거냐?” 지휘관에 대들어

    이 관계자는 “군생활 못하겠다며 부적합심사를 원하는 병사에게 ‘조금 참고 견디라’고 달래면 바로 ‘내가 잘못되면 지휘관 당신이 책임질 거냐’는 답이 돌아온다”면서 “지휘관들은 이런 장병들에게 문제가 생겨 책임지기보다 차라리 군대에서 내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군 내부에서는 장병 부모들의 태도도 문제로 꼽았다. 다른 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부적합심사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부모들의 신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자기 자녀가 “군생활이 어렵다”고 하면 그대로 부적합심사를 신청한다는 말이었다. 이를 조장하는 법률사무소들의 광고도 흔히 볼 수 있다. 실제 네이버와 다음에 ‘현역부적합심사’를 검색하면 “현역부적합심사를 도와드린다”는 법률사무소 광고가 수십 개 이상 뜬다.

    지난 2일에는 아이돌 그룹 ‘빅뱅’ 소속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부적합심사를 신청했으나 “현역 복무가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고 계속 복무하게 됐다. ‘지드래곤’은 입대 이후 1년 사이에 100일 넘게 부대 밖으로 나가 상병 진급을 못하게 된 사실이 밝혀진 직후 ‘현역부적합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