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 회사원 134만원 덜 받게 돼… 제로페이로 옮겨갈 유인책도 없어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을 시사했다.ⓒ뉴데일리 DB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을 시사했다.ⓒ뉴데일리 DB
    #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30대 회사원 A씨는 연봉 3000만원을 받는다. A씨가 지난 연말정산 때 신용카드 소득공제받은 금액은 약 30만원. 모든 조건이 동일했을 때 현행 신용카드 공제율(15%)이 5%로 축소된다면 A씨는 약 10만원의 소득공제만 받게 된다. 20만원 가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경기도 용인시의 30대 회사원 B씨는 지난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약 200만원을 돌려받았다. B씨의 연봉은 5000만원가량. 모든 조건이 동일했을 때 B씨가 받는 공제혜택은 약 66만원으로, 이전보다 134만원 정도 덜 받게 된다.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검토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4일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올해 말 일몰(입법기관이 별도 조치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지되도록 규정한 법)이 예정된 법안이다.

    "소득공제 축소=사실상 세금 인상" 지적    

    하지만 정부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추진에 대해 국민의 반발이 거세다. 소득공제 축소가 실질적인 증세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납세자연맹(이하 연맹)의 자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현행 15%)이 아예 폐지될 경우 연봉 5000만원 전후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16만~50만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조세특례세법상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는 연봉 7000만원 이하일 때 300만원이다. △7000만~1억2000만원, 연 250만원 △1억2000만원 초과, 연200만원이다. 소득공제액은 연봉 25%를 넘는 금액에 신용카드 소득공제율(15%)를 곱해 계산한다. 다시 말해 연봉의 25% 이상을 신용카드로 썼을 경우에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이 신용카드를 연 3250만원 이상 사용했다면 공제금액은 300만원(5000만원X0.25=1250만원, (3250만원-1250만원)X0.15=300만원)이다. 연맹은 이 조건 하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폐지되면 최고한계세율(소득중가분 중 조세증가분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율)을 적용(300만원X16.5%)하면 최대 50만원의 증세액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연봉 2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 구간에 속하는 근로자가 공제혜택(39~44% 수준)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 뒤로 연봉 4000만원 초과~6000만원 이하' 구간(22~26%) 근로자들이 소득공제혜택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를 축소 혹은 폐지한다면 연봉 2000만원 초과~6000만원 이하 구간 근로자들이 받는 혜택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 지난해 말부터 제로페이를 시행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 DB
    ▲ 지난해 말부터 제로페이를 시행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 DB
    증세 논란이 불거지자 기획재정부는 11일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가 근로자의 보편적 공제제도로 운용돼온 만큼 일몰 종료가 아니라 연장돼야 한다는 대전제하에서 검토하겠다"며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혹은 폐지를 검토한다는 일각의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결국 제로페이 밀어주기? "제로페이 사실상 공제 안돼" 

    이 같은 기재부의 해명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폐지 검토가 서울시의 제로페이(소상공인 간편결제 서비스) 밀어주기 아니냐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홍 부총리 발언 다음날인 지난 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장관 등은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제로페이 홍보에 나섰다. 주로 제로페이 결제가 간편하다는 이점과 함께 소득공제(40%)혜택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정부·서울시의 홍보와 달리 제로페이 소득공제는 미지수다. 소득공제 40%를 주 내용으로 하는 제로페이 근거법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도 회부되지 못한 상황이다.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범정부가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했다"면서 "소득공제 40%를 하겠다는 내용으로 (제로페이 소득공제는) 이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로페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로페이에는 신용 기능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장점도 없고 예산 낭비"라며 "문제는 (카드사라는) 민간시장을 공공부문이 뚫고 들어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측면과 시장왜곡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로페이 예산으로 자영업자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을 돕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것이 김 위원의 설명이다.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역시 '제로페이를 활용한 가맹점 결제수수료 부담 완화'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공급자 입장에서 제로페이를 택할 유인이 부족하다"며 "보다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CBS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9세 이상 전국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연장에 대한 찬반을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 포인트)한 결과 응답자의 65.9%가 소득공제 연장에 찬성했다. 20.3%는 소득공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20%) 및 무선(6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