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라는 게 너무 무섭더라… 빠져든 내가 잘못"
  • ▲ 해외에서 수억 원대의 도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걸그룹 S.E.S. 출신 슈(유수영)가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해외에서 수억 원대의 도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걸그룹 S.E.S. 출신 슈(유수영)가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국외 상습 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왕년의 아이돌 가수 슈(본명 유수영·사진·37)가 첫 공판에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24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형사11단독)에서 열린 공판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두한 슈는 "공소장을 모두 읽었다"며 "사실 관계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슈를 포함해 도박 방조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윤OO·이OO·이XX 씨를 동시에 심리한 재판부는 "피고인 모두가 공소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추가 쟁점 사항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르면 내달 7일 열리는 두 번째 재판에서 결심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박 근절 캠페인 있다면 참여할 것"


    재판이 끝난 뒤 법정을 빠져나가면서 취재진을 상대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의 말을 남긴 슈는 이날 오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말씀을 드려도 저를 쉽게 용서하기 어려우실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대중과 저를 아껴주셨던 팬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만큼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슈는 "'부루마블'과 같은 작은 게임도 잘 하지 못하던 제가 도박을 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도박이라는게 너무나 무섭고, 한 사람과 가정을 잡아먹을 수 있는 것임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더 단단한 사람이었다면 유혹에 빠지지 않았겠지만, 장난처럼 시작했다가 올가미처럼 죄어오는 그 무시무시한 덫에 빠지고나니, 쉽게 돌이키기 어려웠다"며 "도박을 근절하는 캠페인이 있다면 제 경험과 깨달음을 나누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고, 거듭 반성하고 죄송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슈는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중국 마카오 등지에서 26차례에 걸쳐 7억9,825만원 규모로 상습도박을 벌인 혐의가 적발돼 지난달 27일 불구속 기소됐다.

    檢 "사기 및 국내 도박 혐의는 무혐의"

    앞서 "슈에게 카지노 수표 2억 5,000만원을 빌려줬으나 지금까지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 7월 슈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윤OO씨는 도리어 슈가 도박에 사용할 것을 알면서 돈을 빌려준 혐의(도박방조)로 지난해 말 기소됐다.

    윤씨 등이 제출한 소장을 바탕으로 슈의 사기 혐의 여부를 수사한 검찰은 슈가 빌린 돈을 갚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들을 속이는 기망 행위는 없었다고 판단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

    검찰은 슈가 지난해 6월 2~6일 서울 광장동 파라다이스워커힐 도박장에서 도박을 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해외 영주권자인 슈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또한 검찰은 윤씨 등이 슈에게 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소위 '환치기'로 불법 환전을 해준 이OO 씨와 이XX 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