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주제로 주파수 맞췄지만…구리아, 구체적 내용은 자료로 전달
  • ▲ 문재인 대통령이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과 26일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과 26일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접견하면서 "앞으로도 한국과 OECD의 협력관계가 더 확대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움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한국의 경제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는 사전에 준비해온 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네면서 "중요한 말씀을 하실 때마다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을 접견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 간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제 6차 OECD 세계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전날 만나 포용적 성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이다.

    ◆ 文대통령, '포용' 언급으로 OECD와 주파수 맞추기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사무총장으로 재직하시는 동안 이번이 7번째 방문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과 OECD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내일 열리는 6차 OECD 세계 포럼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OECD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OECD는 우리 정부와 포용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또 디지털 변환같은 당면 과제를 핵심 정책 의제로 다루고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 열리는 세계) 포럼의 주제인 '미래의 웰빙'은 사람중심 경제로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에 큰 참고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세계적인 석학들이 함께하는 만큼 GDP나 경제성장보다 삶의 질의 중요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 구리아 사무총장 "한반도 성과, 자랑스럽게 여긴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에 구리아 사무총장은 처음에 덕담으로 화답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내일부터 개최될 포럼에 대해 대통령님의 환대와 지원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며 "저희가 단순히 GDP를 넘어서 삶의 질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대통령께서 그간 한반도에서 이루어 오신 그 성과들에 대해 저희가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대통령께서 북한과 기울여온 화해의 노력들은 매우 중요했다. 특히 남북 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대통령께서 이런 중재 역할을 하신 것이 매우 중요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런 노력들을 통해서 한반도에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개선되었고, 대통령님께서 바로 이러한 변화들을 직접 일궈주셨다고 제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는 입을 다문채 미소만 머금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이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함박웃음을 지었다.

    또한 "저희가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쁘게 할 것"이라고 기대감도 내비쳤다.

    ◆ 정작 '한국 관련 보고서' 무더기로 건네

    하지만 구리아 사무총장은 이 말을 한 직후부터는 한국 관련 보고서를 무더기로 건넸다. 한국 경제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을 언급하는 대신 자료로 대체한 셈이다. 다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구리아 사무총장은 한국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세계에는 안 좋은 뉴스이지만, 한국에는 좋은 뉴스가 있다. OECD 경제전망에서 한국 부문을 보면 계속 성장하고 있다. 올해 2018년 2.7% 2019년 2.8% 2020년 2.9%로 성장이 전망되는데, 아주 괜찮은 성적"이라고 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책 한권을 건네면서 "한국 경제 관련 보고서"라고 했고, 다른 책을 건네면서는 "나이가 들 수록 더 일을 잘한다는, 나이드신 분들을 위한 책자"라고 소개했다. 같은 자리에서 ▲한국 내 국가 제도들에 대한 신뢰를 증진하는 방안의 이해 ▲포용적 성장 연구 중 한국 연구 자료 ▲ 한국 내 웰빙과 고용의 질에 대한 보고서 등도 함께 건넸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대통령께서 저를 보시고 '삶의 어떻습니까'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아마 관련된 책을 드릴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중요한 말씀을 하실 때마다 제가 관련된 서적을 드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靑은 美·中 무역 마찰 내용 강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후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구리아 사무총장의 접견과 관련해 미·중 무역 마찰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먼저 구리아 사무총장이 "문제는 보호무역주의와 통상마찰"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마찰은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 파급 효과가 크다. 한국이 G20에서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OECD와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국은 자유무역주의를 강력히 지지한다. 자유무역이 위축되기 때문에 경기가 둔화되고 하강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무총장의 진단에 공감한다"며 "경제성장과 GDP를 넘어서는 삶의질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지만 세계적 공통의 인식이 거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OECD의 노력도 촉구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제재 문제가 해결돼야 하겠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 제재 문제가 해결되면 OECD가 협력하겠다는 말씀에 감사드린다. 기회가 되면 그 말을 북측에 전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