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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씨가 일부 단체의 신변위협 때문에 강연을 취소해야 했다.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이념의 이름을 내건 공포정치가 자유인의 입을 틀어막는 일이 일어나다니, 이쯤 됐으면 상황은 갈 데까지 다 간 셈이다. 이런데도 자유민주 세력(만약 이런 세력이 아직도 살아 있다면)이 반격을 못할 지경이라면 이 진영은 문자 그대로 무력화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칭 '진보' 타칭 좌파는 처음엔 “새는 양쪽 날개로 난다”며 좌-우 공존을 바라는 듯 말했다. 그러나 요즘엔 “태영호, 입 닥치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투로, 아예 그들만의 독주(獨走) 세상으로 가겠다는 투다. 새는 한 쪽 날개로만 난다는 것이다. 혁명적 사고이고 작태다. 유럽 식 민주 좌파는 “새는 양쪽 날개로 난다”에 충실하다. 그러나 이른바 ‘혁명적 좌익’은 “새는 왼쪽 날개로만 난다”로 간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우파, 너희는 적폐세력이라 파트너나 경쟁자가 아니라, 궤멸의 대상이다”란 식으로 임하고 있다. 공존은 고사하고 입도 뻥끗 말고 송장 돼라“는 전체주의적 사고다. 그렇다면 자유민주 우파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 그럼 죽기 살기 하자는 거냐? 그거야? 알았다, 우리도 각오하겠다“라며, 비장한 결의로 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그저 무덤덤하게 넘기면 그런 우파는 가만히 앉은 채 소멸당할 것이다. 아니, 더 살 자격이 없는 바보로 나가떨어질 것이다.
태영호 씨와 주최 측은 그 따위 공갈협박을 묵살하고 행사를 강행했어야 한다. 사태의 위중함을 알지도 못하고 누구더러 죽으란 소리냐고 할지 모르나, 그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후퇴하면 할수록 저들의 심리적 테러리즘 전술은 더욱 기승할 것이다.
우파도 이젠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이것은 내전(內戰)적 상황이라는 것을 분명하고 투철하게 알아야 한다. 이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의 보수-진보 정쟁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냐 한 쪽만의 독주 체제냐의, 사느냐 죽느냐 결전이다. 이 결전에서 지면 자유 우파는 없다
다른 말로 하면 지금은 ‘혁명 독재’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패한 우파에겐 그 나름의 몫이 있는 게 아니라,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번 태영호 씨의 경우가 던진 메시지는 바로 그거다. 심각하고 상징적인 사례였다. 그 의미를 자유 우파는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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