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포럼' 노골적 비난 회견에 원자력 전문가들 '조목조목' 반박"재생에너지 시장이야말로 버블" "안전비용 감안해도 원자력 경제성 여전" 등
  • ▲ 에너지전환포럼(상임대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원자력업계 에너지전환 흔들기, 도를 넘었다'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차문환 한화솔라파워 대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성호 세종대기후변화센터 연구위원, 홍종호 에너지전환포럼 상임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 에너지전환포럼(상임대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원자력업계 에너지전환 흔들기, 도를 넘었다'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차문환 한화솔라파워 대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성호 세종대기후변화센터 연구위원, 홍종호 에너지전환포럼 상임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자력발전 이용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한 탈원전 지지 단체가 원자력업계, 학계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원자력학계도 바로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반박에 나섰다.  

    에너지전환포럼(상임대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이하 포럼)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원자력업계 에너지전환 흔들기, 도를 넘었다'는 제목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포럼은 "월성 1호기 가동 중지 이후 원자력 업계를 중심으로 거센 저항이 일어나고 있으며, (원자력계가) 에너지전환에 대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유포해 국민 혼란을 야기하는 한편 정부의 단계적 에너지 정책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학계는 "포럼 측의 주장이야말로 논리성이 결여돼 사실상 궤변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을 통한 '명예훼손급' 비난을 받은 원자력계는 이날 포럼이 발표한 자료를 검토하며 정제된 반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이 원자력계를 '학계'가 아닌 '업계'로 지칭한 것 역시, 원자력계가 이권에 따라 탈원전을 반박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국민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은 우리 원자력계가 아니라 그 단체"라며 "원자력계는 언제든 그들과 공개토론을 가질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쟁점 1 : 원자력은 변방 산업?

    이날 포럼 측 첫 발표자로 나선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에너지전환의 주력인 풍력과 태양광은 화석연료와 원전 대비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됐다"며 "지난해 전세계 에너지전환산업 투자액은 2,980억달러로 시장의 주류가 됐고, 원전은 170억달러로 변방 산업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표 주제는 '에너지 전환은 일자리 희망의 견인차'였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포럼 측 논리에 대해 "에너지전환 투자액의 45%는 중국에서 발생한 투자이고, 유럽은 투자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범진 교수는 원전을 운영하기 위한 조건으로 △높은 전력수요 △안정된 송배전망 △원전 운영이 가능한 기술력 △핵무기 비생산 국가 등을 꼽았다. 정 교수에 따르면 원전은 현재 세계적으로 59기가 건설 중이고, 30여 국가만 원전 운영 능력이 있다. 그는 "이들 국가의 추가 원전 수요가 적기 때문에 투자가 낮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양자공학 및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시장이 크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투자증권의 전형적인 시각으로, 국민 이익을 생각한다면 해선 안 될 사업"이라면서 "재생에너지 시장은 1조짜리 물건을 8조짜리로 만들어 시장만 키운 비효율 버블산업"이라고 주장했다.

    원자력 1GW는 재생에너지 15GW와 동일한 전력량을 생산한다. 수명도 재생에너지에 비해 평균 3배 이상, 이용율은 5배 이상이다. UAE 바라카 원전 4기에 해당하는 20조 시장은 재생에너지 150조 시장과 같은 셈이다.

    정용훈 교수는 "1kW 설비 용량당 건설비가 원자력이 재생에너지의 2배라고 해도, 시설 투자대비 8배의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즉 원전 170억달러 시장은 재생에너지 1,300억 달러 시장에 해당한다"며 "이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위축된 원전산업이 현재 정점에 다다른 재생에너지 투자액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변방 산업으로 폄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용훈 교수는 "태양광 일자리는 보조금과 함께 사라질 일자리"라며 "독일의 선례를 보더라도, 보조금이 높은 수준으로 지급되는 일자리는 초기 증가세를 보이지만 보조금이 줄면 바로 사라지게 된다"고 선을 그었다.

    쟁점 2 :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하면 '재생에너지 산업'?

    포럼 측 한병화 연구위원은 또 "최근 에너지전환산업은 높아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과 융합되며 확산기에 들어갔다"며 "904GW에 달하는 풍력·태양광에너지가 설치되면서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단점인 간헐성을 극복해주는 에너지저장산업(ESS)이 성장초기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ESS △전기 비행기 △전기 트럭 △전기 페리 등의 사진을 근거 자료로 첨부했다.

    정범진 교수는 "정말 그렇다면 ESS가 성장한 다음에 태양광을 보급하면 될 일이다.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 ESS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용훈 교수는 "전기 저장 및 이용은 전기생산 방식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전기차에 태양광 풍력 전기가 충전되니 재생에너지 일자리라는 말인데, 그런 논리대로 전기차에 원자력 전기가 충전되면 원자력 일자리인가?"라고 반박했다. 

    쟁점 3 : 한전 적자는 '정부 규제' 때문?

    포럼은 8천억대에 달하는 한전의 영업적자에 대해 "한전 적자는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전기요금의 원가반영을 막는 '정부 규제' 때문"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포럼 측 연사인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원자력계는 한전의 상반기 8천억원대의 영업적자와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유지가 월성1호기 폐쇄 등 '탈원전' 때문인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문제 핵심은 석탄, 가스 등 연료가격 상승에도 원가의 전기요금 반영을 막는 정부 규제에 있다"고 강조했다.

    석 위원은 "지난 4월부터 배럴당 70달러를 넘는 고유가 상황에서 유연탄구입비용은 전년 상반기보다 28%인상됐고, 한전 발전자회사 연료비 부담은 26.7% 증가했음에도 지난 2010년 도입된 '발전연료비 연동제'가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정범진 교수는 "설령 한전의 적자가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의 적자폭은 향후 원전 이용율이 더욱 낮아졌을 때 발생될 일을 예행연습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원가의 전기요금 반영을 막는 정부 규제'라는 것은, 결국 "전기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는 게 원자력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가스·석탄값이 오르는데 정부가 전기값을 올리지 않은 것을 '정부 규제'라며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값이 대폭 인상될 경우, 한전 적자폭은 줄어들겠지만 정작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는 셈이다.

    정용훈 교수는 "연료비연동제는 가스발전과 석탄발전의 발전단가 변동폭이 커서 필요한 것"이라며 "현재까지 원자력이 30% 수준의 발전을 하면서 변동성을 완화하고 있었지만, 탈원전 상태에서 연동제를 시행할 경우 전력요금 변동폭은 국민들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이들이 향후 몇 년간은 원전 용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믿고 연료비연동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유가는 변동폭이 크다. WTI의 경우 2016년 2월만 하더라도 26.2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최근 65달러 선까지 반등했다. 국제 유가가 향후 2년 안에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정용훈 교수는 "가스 가격이 2~3배 오르면 전기요금이 2배 수준이 된다. 전기료 2배 인상은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전기요금을) 올릴 때 올리더라도 미리 예측해서 10~20년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과, 전기료 인상을 사실상 운에 맡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산업경쟁력, 물가 등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쟁점 4 : 한국 원자로는 '부하 추종' 불가능?

    포럼 측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원자력 발전은 경직성 전원으로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지금까지 원자력과 석탄은 기저전원으로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거의 연중 상시 가동됐다. 원자력의 경우 전력거래소 운영시스템과도 연계가 돼 있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원자로는 부하 변동에 따라 출력을 높이거나 낮추는 일도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들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원자력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모두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원전의 경우 꾸준히 60Hz 수준의 주파수를 유지하는 반면, 재생에너지의 주파수는 매우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전 교수가 언급한 '전력수요에 따라 출력을 높이거나 낮추는' 기술 역시 '부하추종'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원자력계에 상용화된 상태다. 

    정용훈 교수는 "부하 추종 운전은 이미 프랑스와 독일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술이며, 국내에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구현이 가능하다"며 "다만 한국은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던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즉, 프랑스의 경우 원자력 공급량이 전체 75%에 달해, '부하 추종' 운전을 실시해야 적절한 수요대응을 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원자력발전소는 30% 수준으로 전력부하를 담당하고 있어 굳이 '부하 추종'을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 원자력 발전소를 100% 출력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장도 "한국 원자력발전소가 전력부하를 20~30% 담당했기 때문에, '부하추종'까지 도입하는 것은 비경제적이어서 설계할 때 고려하지 않은 것이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절대 아니다"리고 강조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역시 "만약 원자력 비중이 70%를 넘기면 원전 몇 기에는 부하추종 설비를 달 수 있지만, 한국은 현재 원자력이 30% 수준이기 때문에 상시 운전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며 "공학 하는 입장에서 (전 교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쟁점 5 : 원전, 경제성 없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원전 경제성은 안전성과 폐로·핵폐기장 비용이 핵심'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양 사무처장은 "세계적으로 원전산업이 사양화되는 이유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원전 운영 사업자가 원자력보다 더 이익이 되는 다른 발전원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전이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사무처장은 원전이 경제성이 없는 이유로 "안전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라는 다소 황당한 근거를 들었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사고를 거치며 안전규제가 강화되다보니 그만큼 비용이 증가하고 이용률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정용훈 교수는 "원자력의 상대적 경제성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를 마지막으로 탈원전을 하는 경우에도 원자력이 생산할 전기는 모두 10조kWh에 이른다. 이는 한전 판매단가로 1,100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정범진 교수 역시 "원전이 도태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실가스 저감의 실질적 수단으로 인식이 향상되고 있다"며 "원전산업이 사양화되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양 사무처장은 "한국의 경우 원전주변에 인구밀집된 대도시가 분포하고 있고 중대사고 시 피난대상지역이 될 수 있는 반경 30Km 이내 최대 380만 명이 살고 있다"며 "지진안전지대로 인식돼 내진설계도 취약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정범진 교수는 "원전사고는 천재지변의 확률로 발생할까말까 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에도 우리 원전은 격납용기를 보유한 가압경수로형이기 떄문에 대피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대형원전사고는 3건(TMI, 후쿠시마, 체르노빌)이었다. TMI 2호기의 경우, 핵연료의 절반이 녹는 심각한 사고였지만,  '격납용기'를 갖춘 가압경수로형이었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

    한국도 TMI 2호기와 같은 가압경수로형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원전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용훈 교수도 "확률이 아주 낮지만 예측할 수 없는 원인으로 원전사고는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와 유사한 설계의 TMI 사고에서 봤듯이 발전소 외부로의 방사능 누출은 무시할 수준으로 미미하다"며 "사고 후 정화비용도 스리마일 아일랜드 사고 수준인 수조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