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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28일 경북 안동 봉정사를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올해 여름 심각한 ‘폭염(暴炎)’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휴가를 떠난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경북 안동 봉정사를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철학인 ‘사람이 먼저다’는 어디로 가고 ‘유네스코 유산이 먼저다’가 된 걸까.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8일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휴일을 맞아 유네스코 등록 산사 7개와 산지승원 7개 가운데 유일하게 가보지 못한 봉정사를 방문했다”며 “7월 28일은 문재인 대통령 휴가가 아니다. 휴가는 7월 30일부터다”라고 밝혔다. 대통령도 사람이니 주말에 산사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대거 발생했다. 사망자까지 속출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날 충북 영동에서는 대통령기 정구대회에 참가한 80대 노인이 경기 도중 사망했다. 폭염 때문이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2일 공개한 온열질환 감시체계 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11명이다. 이는 지난해(5명)보다 2배 높은 수치이며 1994년 폭염 이후 가장 많다. 전력수요 폭증으로 곳곳에서 일어나는 정전과 이로 인한 온열질환 환자 발생도 적지 않다는 보도가 나오는 실정이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통해 “기록적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국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까지 전국 온열질환자는 1,644명, 사망자는 18명 발생했다. 폭염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조치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계속해 “‘전기요금 폭탄’을 염려하는 취약계층은 극심한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고,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는 폭염에 뾰족한 대응책 없이 발만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는 조속히 폭염 특별재난 지역 선포를 검토하고 취약계층과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대해 한시적으로나마 전기료 감면 등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주말을 이용해 봉정사를 갈 때인지 잘 모르겠다. 국민들은 폭염에 시달린다. 그럼 휴가전에 폭염 피해 현장부터 방문하는 게 우선 아닌가”라면서 “폭염에 신음하는 국민 애환은 외면하고 자신이 못 가본 유네스코 유산이라며 봉정사를 가겠다니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봉정사를 찾은 날 별세한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를 애도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다 “박정기 아버님이 그리운 아들 곁으로 돌아갔다”며 “(그는) 때로는 아들 이상으로 민주주의자로 사셨다. (이제) 편희 쉬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휴가는 오는 30일부터 8월 3일까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휴가 대부분을 군 보안시설에서 보낼 예정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휴가 대부분을 경남 진해 해군기자에서 보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군 시설에서 휴가를 보내는 이유를 긴급상황 발생 시 대응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7일 “(대통령의 이번 휴가는) 말 그대로 휴가에 집중하실 것”이라고 이 같이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