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비 횡포,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 독식구조 바로잡아야 저임금 문제 해결"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인도 내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DB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인도 내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DB
    당정청(黨政靑)이 최근 ‘친기업’ 행보를 시작하자 소위 '진보진영'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경제정책 기조인 ‘J노믹스’를 추진했으나 원하지 않은 성적표를 받게 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취업자 증가 폭은 5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위기를 만회하고자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친기업 행보를 통해 대기업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J노믹스는 ‘소득주도 성장(최저임금 인상)’과 ‘중소기업 중심 일자리 창출’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인도 국빈방문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일자리 창출’을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내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고 “한국에서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업과의 소통’을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정부를 향해) ‘기업 현장을 적극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성한 현 정권 친기업 분위기 때문일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지난 11일 (통계청의 좋지 않은) 고용통계가 발표됐다”며 “규제개혁 관련 국회는 물론, 민주당 내부 협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규제개혁 협조’ 요청에 당시 홍영표 원내대표는 “규제 문제는 사실 민주당이 소극적이거나 내부 조정이 되지 않아 추진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화답했다. 규제개혁은 대기업을 비롯한 경영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여권 중론이다.

    "을들의 전쟁 안타까워 …대기업 독식 구조 바로잡아야" 

    문 정부의 친기업 행보에 진보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기존 지지세력인 노동계·서민을 등지고 관료·재벌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12일 MBC 라디오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이 조금 오르자마자 어려운 중소상인들과 저임금 노동자들간 ‘을(乙)들의 전쟁’(이 됐다), 이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는 그러면서 “천문학적인 임대료와 하청단가 및 납품단가 후려치기, 가맹비 횡포 등 대기업 독식 구조만 바로잡아도 저임금 문제는 금방 해결할 수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을 누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게끔 만든 책임을 이제 정부가 과감한 재벌개혁 정책으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벌개혁 정책을 수년간 연구한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최근 정부정책 방향은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금 대통령이 보이는 모습은 이 정부의 성공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며 “국민을 믿지 않고, 관료와 재벌을 믿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