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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사 개입 논란) 얘기는 이정도로 합시다. 지금 대통령의 인도·싱가포르 방문이 중요한데…”
- ▲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고개를 숙인 모습. ⓒ뉴데일리 DB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지난 5일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인도·싱가포르 국빈방문’ 브리핑 후 취재진과 만나 언급한 발언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정말 문제 없다고 보는가’를 재차 묻는 취재진 질문에 말을 아꼈다.
국민 노후자금 635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직(CIO)에 청와대 핵심인물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CIO 유력 후보로 알려진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5일 ‘청와대 인사 개입’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청와대 인사는 ‘장하성 정책실장’이다.
곽태선 전 대표 폭로에 따른 논란이 일파만파 불거질 것을 인지했을까. 청와대는 곽태선 전 대표 폭로가 있던 날, 문재인 대통령의 오는 8일부터 13일까지 5박6일간 인도․싱가포르 국빈방문 관련 브리핑으로 화제를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화제 전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곽태선 전 대표 폭로에 따른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덕담이다→ 전화는 했다→ 결국 불합격
곽태선 전 대표 폭로에 청와대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의혹을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5일 곽태선 전 대표 폭로를 부정했다. 우선 곽태선 전 대표 폭로에 따르면, 곽태선 전 대표와 장하성 정책실장은 안면이 없는 사이다. 다만 장하성 정책실장이 지난 1월 30일 전화를 걸어 곽태선 전 대표에게 CIO직 지원을 권유했다. 여기서 청와대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곽태선 전 대표에게 ‘덕담’ 차원에서 전화를 걸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곽태선 전 대표가 “장하성 정책실장이 ‘아무리 찾아도 국내 학연지연 없는 사람이 안 보인다’며 CIO 공모에 참여해달라”고 했음을 재차 폭로하자, 청와대는 결국 “장하성 정책실장이 전화를 건 게 맞다”고 시인했다. 곽태선 전 대표는 지난 4월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만나 ‘사실상 내정 통보를 받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임명 막바지 과정에서 곽태선 전 대표는 이유가 불명확한 ‘불합격’ 통보를 접했다.
야권에선 "국정농단" 지적
이와 관련 여권에서는 다양한 발언이 나온다. 그중 전 정권 국정농단 문제 때문에 청와대가 신중을 가하다가 발생한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전 정권 때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으로 국민연금 운용 문제가 떠올랐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참신한 인재를 CIO직에 임명하는 게 중대한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이를 비춰볼 때 곽태선 전 대표는 참신한 인물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막바지 인사검증에 실패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야권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국민연금 인사 개입은 ‘국정농단’이라고 지적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장하성 정책실장의 인사개입을 인정했다고 한다. 합법적인 공모절차를 무시한 장하성 정책실장의 개입은 월권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국정농단”이라며 “청와대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인사개입을 철저히 조사해서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사실일 경우 파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