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퇴임 수석들은 교수, 신임은 정치인, 관료 출신… 장하성 실장 '착잡함' 토로
  • ▲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뉴데일리 DB
    ▲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뉴데일리 DB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신임 일자리·경제수석비서관 임명이 골자인 청와대 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이번 개편은 장하성 정책실장의 ‘덩치’를 줄인 일명 '장하성 다이어트' 인사라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일자리·경제수석은 장하성 정책실장을 보좌하며 문재인 정부 경제기조인 'J노믹스’를 구현해야 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장하성 정책실장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하지만 신임 일자리·경제수석의 이력과 장하성 정책실장의 이력을 대조해 보면, 세 인사의 공통분모가 넓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청와대 경제라인의 수장인 장하성 정책실장은 ‘J노믹스’의 핵심 축으로 통한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 교수로 30년간 재직하며, 국내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연구한 진보 경제학자로 통한다. 그래서일까. 장하성 정책실장을 청와대에 입문시킨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보좌할 인물들 역시 ‘교수 출신’으로 임명했다. 청와대 1기 경제라인인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은 서강대학교 미래기술원 교수를,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부경대학교 경제학 교수를 각각 역임한 사람이다.

    그러나 장하성 정책실장을 필두로 한 청와대 1기 경제라인은 J노믹스를 쉽게 구현하지 못했다. 30만명의 신규 취업자 수를 유지했던 전임 정부에 비해 지난 5월 기준 신규 취업자 수는 10만명 이하로 폭락했다. 이는 J노믹스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 때 “최근 1/4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 결과, 하위 20%(1분위) 가계소득 감소 등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1기 경제라인은 결국 교체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 자리에 정태호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을 승진시켰고, 홍장표 전 경제수석 자리에 윤종원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를 임명했다. 눈여겨 볼 점은 신임 일자리·경제수석의 이력이다. 정태호 신임 일자리수석은 제19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및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 정치인 출신이며,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은 제27회 행정고시를 합격한 관료 출신이다.

    이는 J노믹스의 핵심 축이 '교수 중심'에서 '관료 중심'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 이력을 통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 이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력과 궤를 같이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제26회 행정고시를 합격한 관료로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의 한 기수 선배 관료다. 두 사람은 지난 2002년 기획예산처에서 함께 호흡한 경험도 있다. J노믹스의 핵심 축이 정부 경제컨트롤타워로 이동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27일 정례브리핑에 따르면, 반장식·홍장표 전 수석이 떠나는 날 장하성 정책실장은 비감했다. 장 실장은 한동안 말을 못하다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정부 정책의 부침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국민의 비서다.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촛불이 이 정권을 만들어냈다”며 “(반장식·홍장표 전 수석의 퇴장 관련) 여러분들이 결코 책임을 지고 떠나는 게 아니다.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새로운 추진력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청와대 개편은 ‘친정체제 강화’로도 볼 수 있다. 정태호 신임 일자리수석을 비롯해 이용선 신임 시민사회수석, 송인배 신임 정무비서관 등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정태호 신임 일자리수석과 이용선 신임 시민사회수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지난 2011년 야권대통합 기구인 ‘혁신과통합’ 및 민주평화당 등에서 호흡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송인배 신임 정무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대선 일정총괄팀장을 맡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