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통상임금 소송... "이기면 30% 이상 노조에 내라"… 직원들 "싫으면 개별 소송하라니”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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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중구 소재 한국석유공사 본사. ⓒ뉴시스
한국석유공사(사장 양수영) 노조가 현재 추진 중인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 승소 후 판결금의 최소 30% 기부를 약속한 직원들만 집단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사실이 21일 확인됐다. 노조 측은 “집단소송이 싫으면 개인적으로 하라”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소송을 빌미로 사실상 기부금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석유공사노조는 사측인 석유공사를 상대로 2차 통상임금(2015년 1월~2017년 12월 급여)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소송과 관련, 대상 직원 350명에게 발송한 공문에서 "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당사자는 참여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적시하고 있다.노조가 들고 있는 명분은 ‘1차 소송 때와의 형평성’이다.2011년 11월~2014년 12월 급여와 관련, 노조가 사측과 벌인 1차 소송에는 직원 208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당시 소송 당사자들 100%가 ‘자발적 기부’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차 소송 당시, 직원들의 기부가 모두 자발적이었다고 보긴 힘들다는 게 직원들 입장이다. 석유노조는 1차 소송 때도 208명의 직원에게 30~50% 수준의 판결금 기부를 '소송 참여의 전제'로 내걸었다. -
- ▲ 석유노조는 지난 15일 2차 소송 대상 직원 350명에게 해당 내용이 담긴 '통상임금 소송 안내문'을 발송했다. ⓒ제보자
"최소 30% 이상을 기부하라는 이야기"직원들은 "노조가 제시하고 있는 기부금 액수도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안내문을 통해 "기부율은 소송 당사자 개인 의사에 따라 30%, 40%, 50% 중 선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자발적 기부’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직원들이 승소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최소 1/3을 기부금으로 납부할 것을 특정하고 있는 것이다.석유공사의 한 직원은 "1인당 소송비용이 100만원부터 수천만원에 달하는 만큼, 승소했을 때 노조가 걷어가는 기부금 규모는 상당할 것"이라며 "소송 자체가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의 대가를 법으로 인정받고자 함인데, 노동자 권리를 대변해야 할 노조가 '기부'라는 명목으로 오히려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기부율과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대의원 대회에서 '노조의 역량을 투입하는 소송 대행에 대해 일정 부분 기부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소송 당사자들의 제안이 공감대를 형성했고, 대의원 논의를 통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30~50%’라는 기부금 규모의 근거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석유공사의 한 직원은 21일,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모바일 게시판)를 통해 “기부금의 규모는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일률적으로 30% 이상이라는 수치를 정했다”며 반발했다. -
- ▲ 석유노조의 '자발적 기부' 추진 배경. ⓒ제보자
"기부금은 노조가 가져가는 구조"직원들은 기부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기부에 동의한 이후에는 해당 금액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못박고 "기부액은 노조 특별회계로 납입·관리된다"고 밝혔다직원들은 “조성된 기부금이 사회에 환원되는 게 아니라 노조 회계에 산입된다면 결국 노조에게만 이로운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노조는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소송을 하면 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은 개인의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개인이 하면 된다"는 것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반드시 노조를 통해 소송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부 서명에 강요나 강제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그러나 직원들은 ”엄연히 노조가 있는데 일개 사원이 조직과 대형로펌을 상대로 1인 소송을 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더욱이 소송 참여자들의 직급이 대개 5급(대리) 아래여서 노조의 방침에 불만을 제기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
- ▲ 기부액의 공제 및 사용. ⓒ제보자
1차 때 소송규모 48억원… 1인당 2,300만원 수준석유공사 직원 208명이 참여한 1차 소송의 경우, 석유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소송액 규모는 48억 원으로 알려졌다. 전부 승소할 경우 소송 참여자 1인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산술적으로 평균 2,300만원 수준이다.1차 소송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고, 2차 소송은 추진 중인 상태다. 따라서 승소 또는 일부 승소 후 기부금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석유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사내외 불협화음에 대해 "노조의 소송과 관련한 별도의 입장은 없으며, 노조가 소송을 진행하면 사측도 법에 따라 대응할 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사측에 소송을 제기한 직원은 없었다"고 밝혔다.석유노조가 제시한 2차 통상임금 소송 위임 마감 기한은 22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