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군 통수권 이양하지 않고 2차 판문점 회담… 김학용 위원장 대책 촉구
  • ▲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 26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두 번째 정상회담과 관련해 '군 통수권 이양' 여부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난 장소가 엄연히 북한 쪽 지역인 만큼 군 통수권자 공백에 따른 안보 불안이 가중됐다는 비판이다. 그리고 당시 만약 '대통령 유고'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권한대행을 맡았어야 할 이낙연 국무총리는 해외 순방 중이었다. 

    헌법 71조에 따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무를 대신할 수는 있었지만, 통상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두 국내를 비우지 않는 것이 관례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학용 국방위원장은 회담 다음 날인 27일 "헌법상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라 해도 엄연히 우리 헌법이 미치지 못하고 지금도 서로 총칼을 겨누고 대치하는 적국"이라며 "그곳에 들어가면서 '군 통수권 이양'이라는 기본적인 조치도 하지 않아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부재중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군 통수권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2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불안했다"며 "군 통수권 이양을 제대로 하고 김정은을 만났는지 국민에게 똑바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추궁하기도 했다. 

    ◆국방부 1시간 만에 말 바꿔

    이와 관련해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을 1시간 만에 정정하기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학용 위원장이 회담 당시 군 통수권 이양 여부에 대해 질의하자 국방부는 최초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군 통수권이 이양됐다고 보고했으나, 1시간 만에 "짧은 시간이라 굳이 위임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고 보고 내용을 수정했다. 

    사실상 김정은과의 비공개 회담에 앞서 군 통수권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책 마련과 고민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같은 논란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듯,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유사한 회담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유사시 대통령 직무대행이나 군 통수권 등의 공백을 막기 위한 사전 준비, 또 군 수뇌부와 NSC 상임위원들의 비상 대기 등 필요한 조치들을 잘 마련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는 "대통령이 북한에 가는 것을 두고 공석이나 사고 상황으로 볼 수 없다"며 더 이상의 논란 확대를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대비 철저한 미국은 어떻게?

    미국 정부는 고위급 관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마다 지정 생존자를 정한다.

    한 예로 지난 1월 30일 오후 9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첫 국정연설에서 소니 퍼듀 농무장관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로 지명을 받은 그는 상·하원 의원은 물론 고위 정부 각료들이 모두 참석한 행사에 거의 유일하게 빠진 장관급 인사였다. 

    미국 ABC 인기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진 지정생존자 제도란 비상시 대통령직을 넘겨 받을 자격이 있는 행정부 각료를 한 명 지명,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가 열리는 동안 워싱턴 외곽의 안전하고 은밀한 장소에 대기시키는 조치를 뜻한다.

    혹시 모를 유고(有故) 사태가 발생해 대통령과 고위 인사들이 한꺼번에 사망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행사 참석자가 모두 사망할 경우 지정 생존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정 생존자는 행사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를 받으며 대기한다. 지정 생존자 제도는 1980년대 냉전 시절 소련의 핵 공격에 대비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직 승계법에 따르면 ①미국에서 태어난 ②35세 이상의 성인 중 ③국내에서 최소 14년을 거주한 인물만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외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는 지정 생존자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