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 검찰 진술... 김홍걸씨 "코멘트 가치 없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계좌에 13억여 달러(1조4600억여 원)가 분산 예치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최종흡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일보는 23일 사정당국 관계자 등을 인용해 이같은 내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최 전 차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미 본토에 김 전 대통령 친지와 측근 등 명의로 총 13억5000만 달러가 분산 예치돼 있다는 구체적 증거가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실체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비자금 의혹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국정원 대북공작금을 사용한 혐의(국고손실 등)를 적용해 최 전 차장을 비롯한 국정원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긴 상태다.

    최 전 차장 등은 "김 전 대통령의 해외 자산이 미국 동부지역 은행에 6억여 달러·서부지역 은행에 7억여 달러로 분산 예치돼 있으며, 그 가운데 일부가 북한과의 협력 사업에 투자될 예정이었다는 첩보에 따라 국정원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정원 내부망에 이 같은 내용의 전문보고가 거듭 올라오자 최 전 차장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재가를 받은 뒤 수개월간 추적에 나섰다는 것이다. 최 전 차장은 당시 국정원 전문보고를 증거로 제출해줄 것을 요청하고, 관련 해외 정보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당시 검찰이 별도로 비자금 진실 여부 조사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파고들었지만, 내부적으로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합당한 정보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국정원 직원이 수사과정에서 둘러댄 얘기에 대해 코멘트할 가치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대중 비자금' 의혹은 20여 년 전 처음 제기된 이후 매번 정국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이 돼왔다. 1997년 15대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당시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이 "김 총재가 670억 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고 폭로한 뒤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당시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또는 불입건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