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알면서도 연출"… 피해자 "허위 판결났는데 사과도 없어"
  • ▲ 안홍성씨가 MBC상암 사옥 앞에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갑질 방송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광형 기자
    ▲ 안홍성씨가 MBC상암 사옥 앞에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갑질 방송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광형 기자
    "MBC '딸기찹쌀떡의 눈물' 방송, 제발 바로 잡아 주세요. 잘못된 방송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처참히 짓밟아 놓고는 이제 와서 나 몰라라. 정 억울하면 법대로 하라니요? 진정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MBC 맞나요? 힘있는 자들에게 비정상이 정상이 된 나라. 힘없는 시민은 정말 비참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MBC상암 사옥 앞에서 '딸기 인형탈'을 쓰고 피켓 시위를 벌이는 남성이 있다. 서울 명동의 한 디저트샵에서 팬케이크를 굽고 있는 파티쉐 안홍성씨는 "5년 전 방송된 시사교양프로그램 한 편으로 인생이 망가졌다"며 MBC를 상대로 정정 보도와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수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안씨가 문제로 삼은 프로그램은 지난 2013년 7월 28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 딸기찹쌀떡의 눈물' 편. 이 방송에서 안씨는 한 청년사업가로부터 사업 아이템을 빼앗고 투자금까지 강탈한 비열한 인물로 묘사됐다.

    그러나 방송과 달리 정작 피해를 본 당사자는 안씨였다. 5년 전 안씨로부터 딸기찹쌀떡 제조 기술을 배운 사업가 김OO씨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일본에서 직접 기술을 배워왔다고 주장한 뒤 독자적인 창업에 나섰다.

    당시 '시사매거진 2580'은 안씨와 갈라선 김씨를 집중 인터뷰, 그가 악덕업주의 '갑질 횡포'로 희생된 억울한 피해자임을 부각시켰다. 안씨는 방송 직후 "MBC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했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나, MBC는 "해당 프로그램은 젊은 사업가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불이익을 당해 창업에 실패한 사례를 담은 내용으로, 방송 취지나 과정 등에 하등의 문제가 없다"며 이같은 요구를 거절했다.

    안씨는 "언론중재위에서도 방송 분량이나 내용상, 양측이 균등하게 다뤄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세 차례에 걸친 민형사상 재판에서도 김씨의 주장이 모두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MBC는 '정정보도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MBC에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선 뒤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찾아갔으나, 역시나 개 끌려 나가듯 시멘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굴욕만 당하고 말았다"고 하소연했다.

    안씨는 "얼마 전 'MBC 정상화위원회'가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를 '조작'이라고 인정한 뒤 취재기자를 해고하는 강수까지 뒀는데, 어째서 한 사람의 거짓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보내 소시민에게 피해를 입힌 방송에 대해서는 수년째 일언반구의 사과조차 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경영진이 원칙을 지키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잖아요? 저 역시 그런 기대를 걸고 있었죠. 하지만 저에게 돌아온 현실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어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 '억울하면 법대로 하라'는 게 지금 MBC의 모습입니다. 진실을 밝히고 떳떳하게 장사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5년째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밥그릇은 파업이나 프로그램 중단까지 하면서 필사적으로 얻어내 놓고, 정작 한 시민이 죽기살기로 밝혀낸 억울한 진실은 외면하고 있으니 기가찰 노릇입니다."
  • ▲ 안홍성씨가 MBC상암 사옥 앞에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갑질 방송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광형 기자
    다카다 쿠니오 "비법 전수? 10분 대화한 게 전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뉴데일리는 일본으로 건너가 다카다푸즈 대표인 다카다 쿠니오(사진)씨를 만나 30분 가량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안씨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까지 받은 김씨가 버젓이 '원조 딸기찹쌀떡'을 사칭한 채 영업을 지속하고 있고,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MBC는 여전히 정정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며 본지에 "일본 장인을 직접 만나 김씨에게 정말 딸기찹쌀떡 제조 기술을 가르쳐준 사실이 있는지, 아울러 2013년 만난 MBC 제작진에게도 동일한 대답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간곡히 당부했었다. 한 마디로 MBC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의 취재 과정을 제대로 검증해 달라는 게 안씨가 다카다 쿠니오씨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였다.

    실제로 MBC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은 2013년 7월경 청년사업가 김OO씨와 함께 일본 오사카로 날아가 김씨에게 딸기찹쌀떡 제조 비법을 가르쳐줬다는 다카다 쿠니오씨를 만난 사실이 있다. 이 '떡 장인'은 MBC 제작진에게 "김씨에게 딸기찹쌀떡의 재료를 알려준 적이 있다"고 말했고, 이 장면은 일본의 실력파 장인이 김씨에게 고급 노하우를 전수했다는 것으로 포장돼 전파를 탔다. 당시 김씨는 '스승'을 만난 자리에서 너무 억울해 못견디겠다는 듯이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흘렸다.

    이른바 '딸기찹쌀떡이 흘린 눈물'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갑질 횡포를 부린 것처럼 비쳐진 안씨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방송 이튿날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해 비난과 욕설이 쏟아지면서 안씨는 가게를 접고 노점에서 리어카를 끄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김씨는 MBC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 1월부터 수차례 일본을 오가며 한 재일교포 '떡 장인'으로부터 제조 비법을 배웠다"며 자신에게 딸기찹쌀떡의 비법을 전수해준 장본인은 안씨가 아니라 다카다 쿠니오씨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2013년 4월 '장사 노하우'를 익히기 위해 안씨의 가게를 찾았을 무렵엔 딸기찹쌀떡 제조 비법을 습득한 상태였다는 논리를 폈다.

    김씨는 자신의 딸기찹쌀떡 사업 아이템을 탐낸 안씨가 매출 누락 문제를 내세워 자신을 내쫓고, 관련 기술과 투자금, 아이디어까지 모두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씨는 "당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김씨가 '별별스낵에서 일도 하면서 과일 찹쌀떡 만드는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며 "한달간 제조 기술을 가르쳐준 장본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정반대 주장을 제기했다.

    당시 안씨로부터 '방송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뉴데일리 취재진은 MBC 제작진과 마찬가지로 문제의 '장인'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재일교포인 다카다 쿠니오씨가 한국어를 제법 능숙하게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확한 인터뷰를 위해 통역을 대동하고 2015년 3월 12일 오사카에 위치한 한 조그마한 떡 가게를 찾아갔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인지 가게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푸근한 인상의 다카다씨는 한국에서 왔다는 취재진의 소개에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는 손님들이 앉는 식탁으로 안내했다.

    다카다씨는 '김씨를 언제 처음 만났고, 현재(2015년 3월)까지 몇 번 만났느냐'는 질문에 "총 2차례 만났다"며 "처음엔 2013년 4월경이었고, 두 번째는 2013년 7월경 MBC 관계자들과 함께 찾아왔다"고 말했다.

    다카다씨는 "2013년 4월 이전에는 만난 적도 없고, 7월 이후에도 (전화도 없었고 만난 적도 없는 건)마찬가지"라고 부연한 뒤 "처음 만난 날, 김씨가 그냥 이 가게로 찾아왔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저희 가게 딸기찹쌀떡을 먹어 보고는 정말 맛있다며 일본에 있는 딸기찹쌀떡 가게 중 여기가 가장 맛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도 서울에서 떡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카다씨는 "당시 김씨는 (딸기찹쌀떡이라는 신메뉴를) 어머니에게도 알려드리고 싶다"며 "한국의 찹쌀떡은 금방 딱딱해지는데 여기에서 파는 찹쌀떡의 재료는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물어봤었다"고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같은 한국인이고, 또 어머니 얘기를 꺼내길래 그냥 알려줬어요. 사실 대단한 비법도 아니거든요. (웃음) 찹쌀로 만들면 딱딱해지니 쌀가루로 만들어보라고 얘기해줬어요. 그 뿐입니다."

    다카다씨는 '김씨는 자신이 다카다씨에게 과일찹쌀떡의 제조 기술을 3개월간 전수받았다고 말하고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우리는 5분에서 10분 가량 찹쌀떡 재료에 대한 대화를 나눴을 뿐"이라며 "기술 같은 걸 전수해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나중에 MBC 관계자와 같이 와서는 저보고 '선생님', '선생님'이러더라고요. 그래서 난 선생님이 아니라고 했죠. 스승이 아니라고. 이 얘기는 같이 있던 MBC 분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당시 MBC 기자들은 김씨가 하는 서울 떡집이 무척 잘되고 있고 아주 유명한데 그 비법을 저에게 배웠다고 말해 찾아왔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김씨가 성공한 것은 오로지 김씨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지 저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말해줬어요."

    다카다씨는 '딸기찹쌀떡을 1년 중 언제부터 언제까지 판매하느냐'는 질문에 "딸기가 나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 전후까지 판매한다"고 답했다. 당시 이같은 질문을 던진 이유는 앞서 김씨가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 스태프로 일하던 2009년 10월경 다카다씨의 가게에서 '딸기찹쌀떡'을 처음 맛본 뒤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다카다씨는 "(제철이 아니기 때문에) 10월에는 딸기찹쌀떡을 팔지 않는다"며 "10월에 먹어봤다는 김씨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10월에는 안팔아요. 여름철에는 딸기 안 팔고 있습니다. 김씨가 10월에 먹어봤다고 하던가요? 거짓말입니다."

    다카다씨는 '2013년 7월 28일에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을 보면 다카다씨가 딸기찹쌀떡을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럼 미리 찍어둔 장면을 방송에 삽입한 것이냐'고 묻자, "사실 그 신은 MBC가 연출한 장면"이라는 놀라운 대답을 했다.

    취재진 : 촬영 당시에는 팔지 않는 기간인데 어떻게 방송에는 딸기찹쌀떡이 나올수 있었을까요?

    다카다 쿠니오
    : 여름철에는 딸기가 안나와 우리 가게에선 안판다고 말씀드렸더니, MBC 관계자 분이 옆에서 딸기하고 떡을 사왔습니다.

    취재진
    : 사왔다고요? 그럼 거짓말이네요.

    다카다 쿠니오 : 네, 일본에 한신백화점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떡하고 딸기를 사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조금 만들어서 보여줬습니다.

    취재진 : 김씨는 올해(2015년) 1월 20일에도 다카다 쿠니오씨를 찾아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입니까?

    다카다 쿠니오 : 아닙니다. 만난 적이 없습니다.

    취재진 : 당시 촬영 중에 김씨가 다카다씨 앞에서 눈물을 흘렸는데요. 왜 운다고 생각하셨나요?

    다카다 쿠니오 : 저도 김씨가 울어서 놀랐습니다. 김씨가 왜 울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어요.

    다카다씨는 '3대째 가업(과일찹쌀떡)을 이어오고 있는 장인이 맞느냐'는 질문에 "과일찹쌀떡을 판지는 20년도 채 안되고, 게다가 주종목도 아니"라며 "다카다푸즈의 대표 메뉴는 '고사리 떡'"이라고 말했다.

    다카다씨는 이날 뉴데일리 취재진에게 "앞에 있는 돈만 보고 장사를 하면 안된다"며 "거짓말로 장사를 하는 건 장사가 아니"라는 점잖은 충고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씨가 장사하는 건 장사가 아닙니다. 거짓말하면서 장사하면 안되죠. 앞에 있는 돈만 보고 장사하면 안됩니다. 손님한테 감사하는 기분으로 장사해야죠."
  • ▲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갑질 방송으로 사기꾼 사업가란 오명을 뒤집어쓴 안홍성씨는 모든 오해와 누명이 풀린 지금도 '고시원'에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 조광형 기자
    ▲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갑질 방송으로 사기꾼 사업가란 오명을 뒤집어쓴 안홍성씨는 모든 오해와 누명이 풀린 지금도 '고시원'에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 조광형 기자
    法 "김씨의 허위사실 유포로 안씨 명예 훼손"

    3년 전 뉴데일리와의 단독인터뷰에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방송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던 다카다씨는 이후 안씨와 김씨가 맞고소한 민형사상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동일한 증언을 했다.

    "김씨에게 제조 비법을 알려준 사실이 없다"는 다카다씨의 증언은 김씨에게 불리한 증거로 작용했고, 재판 결과 김씨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두 차례에 걸쳐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패해 위자료 500만원을 안씨에게 배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내려진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안씨는 김씨의 기술과 아이템을 가로채지 않았고 ▲김씨를 이찌고야(구 별별스낵)에서 내쫓지 않았으며 ▲김씨가 이찌고야에서 나가는 과정에서 조폭이나 대기업이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2013년 6월 27일경 자신의 SNS에 안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아무런 기술도 없는 안씨가 자신의 과일찹쌀떡이라는 독보적인 기술과 아이템을 대기업과 함께 빼앗기 위해 자신에게 접근해 ▲공동으로 사업을 하자고 속인 뒤 ▲자신의 기술을 빼앗고 내몰아 피해를 입혔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상기한 허위 사실로 인해 김씨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기소돼 2014년 4월 14일 벌금 1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고 거론한 뒤 "이후에도 김씨는 ▲2013년 6월 18일경 안씨와의 동업계약이 해지돼 ▲안씨가 김씨에게 투자금을 반환했고 ▲(안씨가)모찌를 짜는 기계 수입 명목으로 10억원을 편취한 사실도 없는데다 ▲일본 장인 다카다 쿠니오씨로부터 과일찹쌀떡 상품의 제조방법 및 기술을 배운 적이 없고 ▲2015년 1월 20일 일본 장인에게 다녀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3월경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안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안씨의 고소로 인해) 벌금형 전과가 있는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2015년 12월 4일 벌금 2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는 두 가지 판례를 먼저 언급했다.

    재판부는 "증인 다카다 쿠니오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김씨가 최초 안씨의 별별스낵을 찾아왔을 당시 이미 안씨는 딸기찹쌀떡을 제조·판매하고 있었던 점, ▲다카다 쿠니오가 김씨에게 인터넷에서도 검색하면 알 수 있는 쌀가루와 찹쌀가루의 배합을 간단히 알려줬고, 자신이 만든 딸기찹쌀떡과 김씨가 만든 딸기찹쌀떡은 모양·재료·방법에 차이가 있으며 김씨에게 딸기찹쌀떡의 제조 기술을 전수해 준 바가 없다고 진술한 점, ▲김씨가 다카다 쿠니오로부터 딸기찹쌀떡의 소스 비법도 배웠다고 주장하는 등, 그 기술의 전수 일시·방법·대상 등이 일관적이지 않은 점, ▲김씨가 SBS '생활의 달인' 방송 당시 만든 딸기찹쌀떡은 다카다 쿠니오로부터 전수받았다는 배합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안씨가 거래하던 풍년떡집을 통해 납품받은 찹쌀떡으로 생산된 점 등을 살펴볼 때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피력한 안씨의 주장과 글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김씨가 허위의 사실로 안씨의 명예를 훼손했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안씨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 명동 노점에서 영업 중인 안홍성씨. ⓒ 조광형 기자
    ▲ 명동 노점에서 영업 중인 안홍성씨. ⓒ 조광형 기자
    MBC "정정·반론보도 계획 없다"

    결국 MBC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은 ▲"김씨를 한 번 만나 10분 정도 얘기하면서 재료만 간단히 말해줬을 뿐 비법을 전수한 적이 없다"는 다카다씨의 증언을 확보했음에도 불구, 마치 김씨가 다카다씨를 여러 번 만나 기술을 전수받은 것처럼 표현했고 ▲당시 판매하고 있지도 않던 딸기찹쌀떡을 현재 팔고 있는 것처럼 연출한 화면을 내보냈으며 ▲안씨 등에게 '갑질 횡포'를 당했다는 김씨의 주장은 크게 부각시킨 반면, 상대 측의 반론은 턱없이 적은 분량으로 편성해 공정보도와는 거리가 먼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한 셈이 됐다.

    하지만 MBC는 방영 이후부터 현재까지 "정정보도와 사과 방송을 해달라"는 안씨의 요구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납득하기 힘든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안씨는 2013년 '시사매거진 2580' 방송 직후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조정 신청을 언론중재위에 냈다. 이에 총 3차례 조정 심리가 열렸고, 2013년 9월 17일 "MBC 내 프로그램의 제작진에게 안씨와 김씨의 스토리가 방송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할 의사가 있다"는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의 입장을 안씨가 받아들이는 것으로 조정 신청을 취하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당시 중재위원들은 "▲보도의 목적이 동업자 김씨의 좌절기인만큼 신청인(안씨)의 입장에서 보면 방송 분량이나 모자이크 처리를 한 점 등으로 인해 본인이 나쁘게 묘사됐다고 느낄 수 있고 ▲딸기찹쌀떡은 이 별별스낵에서부터 판매하던 것이므로 김씨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한 창업으로 보기 어려우며 ▲MBC 방송은 신종 '갑'의 횡포에 초점을 맞추어 쫓겨난 '을'을 다루고 있는데, 갑의 행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않아 갑의 실체에 대해 더욱 설득력 있게 취재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향후 공영방송으로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의견을 진술했었다.

    이에 중재부장은 "신청인과 김씨가 타협해 사업을 다시 시작할 경우, 두 사람 간에 얽힌 풀스토리가 타 프로그램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에서 협조해줄 수 없겠느냐"는 타협안을 제시했고, 자리에 참석한 안씨와 MBC 제작진이 모두 동의해 원만한 합의를 이룬 상태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언론중재위의 조정안을 받아들인 건 안씨의 '패착'이 되고 말았다.

    당시 조정 심리에서 MBC 제작진의 대리인과 참고인(장OO 기자)은 "해당 방송은 소자본으로 창업한 젊은 사업가가 석연찮은 사유로 소송에 휘말리게 된 사연을 소개한 것으로, 사전 취재를 포함해 총 3주간 취재한 결과, ▲김씨로부터 딸기찹쌀떡의 노하우는 김씨에게 있고, 다카다씨를 총 5회 찾아갔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똑같은 아이템으로 의기투합해 사업을 하다가 15일 만에 사이가 깨져서 투자금도 못받고 자기 가게에도 못들어가는 상황에서 누가 피해자인지는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전에 안씨의 주장을 듣지 않은 것도 아니고 사실을 왜곡한 부분도 없다"며 보도에 하등의 문제가 없음을 강조한 뒤 "추가로 이건에 대해 보도가 나간다면 제작진의 이미지 및 신뢰성에 타격을 받게 되므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은 자신들의 방송이 사실과 다르지 않고 취재 과정이나 최종 편집본에서 불공정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정정보도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MBC는 자신들의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안씨는 '추후 다른 프로그램에서 해당 사연이 다뤄질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하겠다'는 제작진의 말만 믿고, 흔쾌히 조정 신청을 취하하는 아량(?)을 베풀고 말았다.

    이와 관련, 안씨는 "당시엔 거대 방송사를 상대로 싸움을 하는 자체가 너무 버겁게 느껴졌고,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위축돼 있는 상태였다"며 "그러던 중 다른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기사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에 귀가 번쩍 트여 취하를 해준 것인데, 지금 돌이켜 보면 너무나 후회스러운 순간"이라고 밝혔다.

    안씨는 "확인 결과 당시 취재를 도맡았던 어떤 기자 분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딸기찹쌀떡의 눈물 편이 방송되자 안OO은 MBC가 허위 보도를 했다고 언론중재위에 중재 신청을 냈지만, 중재위는 방송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그의 중재 요청을 각하했다. ▲안OO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안홍성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도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서슴치 않았다. ▲김OO는 아무 것도 몰랐고 자신이 모든 것을 가르쳐 줬다는 안OO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는 지금 그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떡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같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편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으로서 균형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겠다'며 추후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뤄줄 것을 당부한 중재안을 두고, 장OO 기자님께서는 당시 중재위가 해당 보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저의 조정 요청을 각하한 것으로 진술했습니다. 중재위 심리가 열릴 당시엔 아직 민형사상 재판이 열리기도 전이라, MBC에서 자신들의 보도를 '허위'라고 인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애써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014년과 2015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이어진 모든 소송에서 김씨의 주장이 허위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MBC 측에서도 이전 보도의 부당한 점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이런 게 바로 적폐 청산아닌가요? 여전히 이 방송으로 인해 제 생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가해자'인 MBC는 마치 남의 일인 양 뒷짐만 지고 서 있습니다."

    한편, 2013년 7월 28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 딸기찹쌀떡의 눈물' 편 제작에 참여했던 한 기자는 지난 21일 '딸기찹쌀떡 사건과 관련, 정정보도나 추가 취재를 할 계획은 없느냐'는 뉴데일리 취재진의 질문에 "언론중재위에서 반론이나 정정보도는 모두 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이 났으며 오보낸 부분도 없으니, 정정보도를 할 계획도 당연히 없다"고 답했다.

    현재 MB상암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안씨는 "지난 3월까지 MBC 감사국에 2차례 내용증명을 보내 '시사매거진 2580 - 딸기찹쌀떡의 눈물' 편에 대한 감사 요청을 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내용증명을 보낸 뒤 아무런 소식이 없어 올해 3월 다시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감사국에도 전화를 수차례 걸었죠. 다행히 새로 부임하신 국장님께서 전화를 받았는데요. 아직 제 신청을 받아 보지 못했다며 확인해보고 연락드리겠다는 답변만 남긴 채 아직까지 아무런 회신도 없는 상태입니다.

    이쯤되면 그냥 잠자코 있던지, 아니면 포기하고 꺼지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모든 상황이 저에겐 겁박으로 느껴집니다. 장기자님이 어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법원의 판단이 그렇게 나왔으면 판사님이 잘 모르시는 것이다. ▲기자의 판단은 법원의 판단과 일치하지 않는다. ▲정정보도할 계획은 없다』... 법보다 위에 있는 MBC에게 제가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습니까?"

  • 사진 및 영상 = 뉴데일리DB / 이기륭 기자
    취재 = 조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