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잡으려다 지방 잡아… 금리인상, 재건축 위축 등 악재
  • 문재인 정부 부동산 관련 정책 ⓒ국토교통부 금융결제원
    ▲ 문재인 정부 부동산 관련 정책 ⓒ국토교통부 금융결제원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간 부동산 정책은 '규제'로 시작해서 '규제'로 끝났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 확대 △분양권 전매 제한 △재건축 사업 연한 연장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졌다. 여전히 보유세, 후분양제 도입 등 부동산시장을 옥죄는 칼날은 끝이 아닌 진행 중이다.

    과열된 시장을 단기간에 잡으려다보니 증상보다 과도한 약을 처방했고, 효과는 있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시장이 소강상태, 또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그로 인한 청약 쏠림현상이나 시장 양극화, 서민들의 주거 환경 악화 등의 부작용도 따랐다고 지적한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6억9000만원, 강남권은 11억8000만원으로 문 정부 들어 각각 1억2000만원·2억6000만원 상승했다.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집값이 일부 하락하고 있지만, 그동안 상승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집값은 비정상적으로 비싼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주거복지 로드맵, 가계부채 대책 등은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잘 만든 정책"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장 안정화 정책은 몇 주도 안 돼 보완책이 나오는 등 부처간 조율이 안 되면서 어설픈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5월10일 문 정부가 출범했을 당시 부동산시장은 뜨거웠다. 분양시장의 청약제도 간소화로 분양권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단기투자 수요가 확대됐고, 저금리 유동자금이 몰리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수요도 증가했다.

    그만큼 가수요·투기수요가 늘어나면서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고, 문 정부 역시 출범 직후 가장 먼저 풀어야할 문제로 집값 안정화를 꼽았다.

    분양가상한제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청약규제 완화 등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노렸던 전 정권과 달리 문 정부는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시장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를 쏟아냈다. 출범 한 달여 만에 발표한 6·19대책을 시작으로 여섯 번의 굵직한 대책을 꺼내들었다. 후속대책까지 포함하면 총 여덟 번의 대책이 발표됐다.

    6·19대책에서는 부동산 과열지구를 조정대상으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 낮춰 대출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앞선 정부에서 발표한 11·3대책의 연장선이라는 정책적 한계와 강력한 '한 방'이 없다는 이유로 실효성 논란이 일었고, 결국 두 달이 채 안 돼 부동산 규제의 종합판이라 불리는 8·2대책이 발표됐다.

    문 정부는 보유세 외에 사실상 모든 내용이 담겼다는 8·2대책을 통해 '투기와의 전쟁'을 본격화했다. 조정대상지역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지역 등으로 세분화해 차별화된 기준이 적용되도록 했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무주택자 청약 1순위 자격 요건 강화에 이어 LTV·DTI 등 대출요건도 한층 강화됐다. 9월5일에는 8·2대책 후속조치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추가되는 등 시장을 더욱 압박했다.

    이어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는 추가적으로 중도금 대출한도와 보증한도를 낮춰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으며 신DTI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대출 문턱을 높였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양도세 중과 등 카드까지 꺼내며 '참여정부 시즌2'라는 지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재건축 사업 역시 큰 폭의 규제가 씌워졌다.

    안전진단·연한을 완화하고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의 예외규정을 완화,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유예하는 등 재건축사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전 정권의 정비사업 정책을 재건축 사업이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원인 중 하나로 진단했다.

    이에 지난 3월에는 구조안전성 가중치 상향, '조건부 재건축'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통해 안전진단 제도의 재건축 사업 필요성 검증 기능을 강화했다. 또 올해부터 유예기간이 만료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추진하는 중이다.

    규제 외에 임대주택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비롯해 생애단계별, 소득수준별 맞춤형 주택공급을 골자로 하는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1년간 다양한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시장 과열은 일부 막았지만, 대기수요가 있는 지역이 피해를 본다거나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실수요층의 경우 대출이 막히면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기존 재고주택 시장에 뛰어들기 힘들다보니 청약시장에 수요가 몰렸고, 청약 단지 역시 향후 집값 상승 여력이 있는 단지로만 몰리다보니 쏠림현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문 정부 이전 1년(2016년 5월9일~2017년 5월9일) 1순위 마감율은 65.8%, 2순위까지 접수를 실시해 미달로 청약을 마친 미달률은 19.1%를 기록했다.

    반면 최근 1년의 경우 1순위 마감율은 70.2%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5% 증가했다. 미달률 역시 20.9%로 같은 기간 1.8% 증가했다. 1순위 경쟁률과 미달률이 모두 증가했다는 것은 분양시장이 양극화됐다는 뜻이다.

    1순위 경쟁률도 문 정부 1년 동안 평균 14.1대 1을 기록하면서 직전 해 12.5대 1보다 높았다.

    리얼티뱅크부동산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문 정부 1년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01% 상승한 반면 수도권은 3.88% 올랐다. 지방은 오히려 1.59% 떨어지면서 지역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투기차단 외에 지방 시장 침체, 과잉공급에 인한 역전세난 해소 등에도 눈을 돌려 시장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지역별로 추가적인 세밀한 처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고, 침체 지역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정책이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려면 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규제로 인한 주택시장 침체도 걱정해야 하는 만큼 지역별 양극화에 따른 맞춤형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심교언 교수는 "강남 시장만 보고 집값을 잡겠다고 설익은 정책을 쏟아내니 지방 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시장을 파악해 중장기적인 효과를 생각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큰 틀에서 볼 때 정부가 강남 집값을 인정해야만 지역 시장 붕괴에 대비한 다양한 정책 동원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강남 재건축이나 서울 분양시장의 투기열기가 워낙 뜨겁다보니 정부 정책이 그동안 그쪽으로만 쏠려있는 경향이 있었다"며 "지난 1년간 일시적인 투기수요 억제에는 성공했지만,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과도한 금융규제로 인해 무주택 서민이나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이 가중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지방 경기 하락과 맞물린 시장 침체나 과잉공급에 따른 역전세난 등의 문제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는 만큼 일반 서민들을 위한 균형 잡힌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재건축 사업 추진 기준 강화 등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도 하락하는 상황이지만, 집권 이후 상승한 값에 비하면 여전히 집값은 비정상적으로 비싸다"며 "하락세를 나타내는 지금이 아파트값 거품을 빼기에 적기인 만큼 정부가 좀 더 강력하게 집값 안정 의지를 밝히고 근본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올 하반기에도 금리인상 등 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변수들이 많다는 점에서 지금의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건축시장의 경우 침체 기로에 서 있다. 지난 2월 재건축 사업 안전진단이 강화된 데 이어 올해 부활한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는 아파트가 조만간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초과이익환수제의 경우 조합의 재건축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향후 2~3년 내 강남권의 주택공급 부족을 야기해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지금의 집값 안정은 재건축을 막아 공급을 억제시켜놨기 때문에 생긴 수급불균형에서 오는 것"이라며 "강남 같이 인프라가 뛰어난 곳은 공급이 줄면서 오히려 희소가치가 높아졌다. 3~4년 뒤 또 한 번 급등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보유세 인상도 큰 변수다. 정부는 현재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보유세 인상을 포함한 부동산 과세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간담회를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징수 강화를 골자로 한 보유세 개편안을 6월 말까지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보유세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은퇴자 등 소득이 없는 고령의 집 소유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인상 효과가 나타나 '세입자 조세 전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시장에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 기조, 부동산 대출규제, 경기 지역의 대규모 입주물량 영향으로 서울 지역 부동산가격이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양도세 중과와 하반기 종합부동산세 인상 가능성 후분양제 도입 등은 시장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