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응원' 비판받자… 南, 과거 李 발언사례 소개하며 "자신부터 돌아보라"
  •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좌우는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왼쪽, 경기 포천·가평)과 김학용 의원(오른쪽, 경기 안성).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좌우는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왼쪽, 경기 포천·가평)과 김학용 의원(오른쪽, 경기 안성).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경기도지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와 자유한국당 남경필 지사 간의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당 최고지도부와 거리를 둔 채 합리적 보수주의로 무장하고 독자 승부를 펼치고 있는 남경필 지사가 이를 우려한 이재명 후보의 견제구에 역으로 직격탄을 날리는 등 1대1 대결이 불붙을 조짐이다.

    남경필 지사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후보! 남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의 언행부터 되돌아보길 권유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앞서 남경필 지사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 대해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자, 선거전의 프레임이 흐려질 것을 우려한 이재명 후보가 견제구를 던진 것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된다.

    남경필 지사는 '판문점 선언'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평화 선언은 무의미하다"면서도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다양하고 진일보한 합의가 이뤄진 것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선언은 신뢰와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국민과 함께 '해피 엔딩'이 되도록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수치고 응원할 것이지만,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따끔한 충고와 비판 또한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일이 이렇게 전개되자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포지션'이 아리송해졌다.

    이재명 후보는 '판문점 선언' 이후 "님들의 생존기반인 분단과 대결이 사라지니 불안하긴 하겠지만 제 정신 챙기길 바란다"(지난달 28일), "총풍조작·북풍조작으로 연명해 온 적폐세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청산돼야 한다"(지난달 29일), "남북합의를 정치쇼라 주장하는 집단이 다시 집권하면 총 들고 전쟁터로 끌려갈 가능성 크다"(지난달 30일)는 등의 공세를 연일 트위터를 통해 쏟아냈다.

    그런데 남경필 지사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 대해 비판할 지점은 비판하고, 우려할 지점은 우려하면서도 한편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도 아끼지 않자, 선거전의 프레임이 흐려질 우려가 생긴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재명 후보는 전날 파주 임진각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치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 하는 것"이라며 "평화와 남북교류협력 문제도 유리할 때는 칭찬하고 불리하면 언제든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칭찬'마저 문제삼자, 남경필 지사도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이재명 후보의 '발언록'을 전부 모아 작심하고 반격에 나섰다.

  • ▲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남경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남북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을 응원하자, 이재명 후보가 '유리할 때는 칭찬하고 불리하면 언제든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더라"며 "과연 이재명 후보가 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과거 이재명 후보의 발언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재인 후보 주변에 너무 많은 기득권자가 몰려 있어 무엇을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지난해 3월 3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 "대통령이 돼서 뭘 하실지는 잘 준비를 못한 것 같다"(지난해 3월 27일 라디오 인터뷰), "문재인 후보는 무엇을 하려는지 불명확할 때가 많았다. 지도자의 말과 태도가 바뀌는 것은 심각한 문제"(지난해 3월 17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 "국가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은 안정감인데, 세력이 많아서 안정이 있는 게 아니다" "경제 기득권자들이 문 전 대표 주위로 몰리는 것도 일종의 기득권 대연정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지난해 3월 6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 등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재명 시장이 자꾸 말을 한편에 치우쳐서 하니 다수 국민들이 불안해한다" "이재명 시장이 안정감을 이야기하는 게 뜻밖" "네거티브는 이재명 시장이 제일 심하게 한다"는 대꾸까지 인용한 남경필 지사는 "이재명 후보! 남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자신의 언행부터 되돌아보기를 권유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재명 후보와 남경필 지사 쌍방 간의 공방전은 각자의 SNS 뿐만 아니라, 유력 일간지의 지상(紙上) 등 전선(戰線)을 가리지 않고 확장되는 추세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동아일보〉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남경필 지사의 대표 정치브랜드인 연정(聯政)을 향해 "무리 없이 잘했다. 연정도 방향은 맞고, 이어가야 할 가치"라면서도 "복지를 담당하는 정무부지사를 민주당 몫으로 줬는데, 실제 부지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성남 3대 무상복지를 반대하고, 대법원에 제소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전해철 의원과의 경기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제로 불거졌던 이른바 '혜경궁김씨' 트위터 논란과 관련해서는 "기득권과 거칠게 싸우는 과정에서 상흔들이 많다"며 "해당 계정의 주인은 내 아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남경필 지사는 같은날 나란히 게재된 인터뷰에서 "나와 이재명 전 시장은 극명하게 다르고, 이 부분이 경기도지사 선거의 관전 포인트"라며 "내가 성장과 선택적 복지를 주장한다면 그는 분배와 무상 복지를 내세우는데, 치열하게 토론하면 내가 이긴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최근 자유한국당 공식회의석상의 백보드(뒷배경판) 문구로 채택돼 화제를 끌었던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 그래서 우리도 망했다'의 고안자 입장에서 "민주당원 '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김경수 의원을 응원하고 있으니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얹혀가는 우리가 했던 잘못된 길로 따라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