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팽창의 위험과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 국제 세미나“아시아권 국가들 사이 교류 협력 강화, 미국과의 동맹 관계 유지” 주문
  • ▲ 2017년 7월 8일 한미일 정상이 독일 함부르크 미국대사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2017년 7월 8일 한미일 정상이 독일 함부르크 미국대사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지난 5,000년 간 한반도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도교, 불교 등 종교를 비롯해 성리학 등 통치이념을 수용했고, 과거(科擧)제도를 받아들여 인재를 등용했다.

    하지만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대한민국은 중국 문명과 단절했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대표되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대한민국 건국은 문명사적 전환이었다. 중국 중심의 대륙문명권에서 미국 중심의 해양문명권으로 옮겨갔고, 한미동맹과 더불어 한일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수호할 수 있었다.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번영은 문명사적 전환을 선택한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끊임없이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변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팽창과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동맹은 물론이고 호주와 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들 사이의 교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엘(ELI)정책연구원과 청년한국 국제포럼이 공동주최한 학술세미나 <중국팽창의 위험과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은, 국제정세의 상세한 고찰을 통해 한국의 정치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마련됐다.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이날 포럼에는 하황홉 베트남 Viet Know 싱크탱크 회장, 미노하라 토시히로 일본 고베대 대학원 법학연구과 교수, 라훌 미슈라 말레이시아 말라야대학교수, 크리스토퍼 로버츠 호주 캔버라대학 교수 등 해외 석학들이 참석했으며 사회는 이정훈 울산대 법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호 목사(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대표)는 개회사에서 “다가오는 위기를 진단하고, 동시에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의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 ▲ 28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중국팽창의 위험과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주제로, 국제포럼이 열렸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8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중국팽창의 위험과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주제로, 국제포럼이 열렸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미노하라 토시히로 교수는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계적으로 미국의 지배력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이 현상은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정학적 관점에서 국제정세를 분석했다. 그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미국의 파리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을 열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이념간의 대립을 넘어서 가치관의 대립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은 서양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유, 민주, 법치 등의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게 됐지만, 중국과는 이들 가치관을 함께 향유하기 어렵다는 것이 미노하라 교수의 판단이다.

    미노하라 교수는 이를 근거로 “미국은 아시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축소시켜 중국과 공존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인은 공동의 가치관을 서로 공유하고 파트너로서 단결하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하황홉 회장은 베트남과 중국 관계사(史)를 통해, 베트남 공산당이 중국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포괄적 힘의 균형자로서 미국의 역할을 설명했다.

    중국은 서기 968년부터 약 1,000년간 베트남을 지배했고 수십 번에 걸쳐 침략했다. 1988년 중공군은 베트남 각마(Gac Ma)섬을 군사기지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군사적 행동은 베트남을 중국의 위성국가로 만들려는 움직임”이라며, “중국은 중화사상을 기초로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 지역에서 패권국가(헤게모니)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베트남 공산당(CPV)의 독자노선 방침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일정 부분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공산당(CPV)은 주권과 국익에 반하는 중국공산당(CPC)과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중국을 경제개발과 문화교류의 파트너로 인정하지만, 이면에는 저항의 대상이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베트남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등 인적 교류에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 회장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중화사상에 대응하기 위한 베트남 균형정책의 핵심 국가로, 동남아와 베트남의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라훌 미슈라 교수는 중국이 추진하는 국제 전략이 위협인지 아니면 평화적 부상인지 평가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6가지 요인을 분석했다.

    우선 그는, 중국이 평화적 부상 전략을 지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국가는 중국 자신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은 2004년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는 국제 전략을 추구하겠다고 천명했지만, 남중국해 분쟁, 주변 국가에 대한 경제적 압박, 달라이라마 초대 국가(몽골, 호주 등)에 대한 사과 요구,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 등을 잇따라 일으키면서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행보를 보였다.

    라울 미슈라 교수는 중국 부상에 영향을 미치는 6가지 요인으로 ▲빠른 경제 성장 ▲군대의 현대화 ▲만족할 줄 모르는 영토 야욕 ▲엄격한 내부 통제▲돈을 앞세운 수표책(Chequebook) 외교와 빚의 함정 ▲아시아 패권 추구를 꼽았다.

    네 번째 발표자로 나선 크리스토퍼 로버츠 교수는 중국의 도전에 맞선 동맹과 협력의 방향을 호주 관점에서 짚었다.

    그는 한미일 전통적 동맹이 중요하지만 현실은 역부족이라며, 미국-인도-일본-호주의 강력한 군사적 협력을 대안으로 내놨다. 이를 통해, ‘아시아에서의 영토분쟁을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중국에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로버츠 교수는 또 다른 대안으로 한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 등의 협력 강화를 주문하면서, 방법론으로 합동군사훈련, 교류 협력 강화 프로그램 추진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