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이재명 배우자 계정 의혹 '혜경궁김씨' 고발… 남경필, 당 지도부와 거리두며 본선 준비
  • ▲ 6·1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6·1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삼국지(三國志)를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 자유한국당 남경필 현 지사의 처지가 엇갈리고 있다.

    전해철 의원과 이재명 전 시장은 이른바 '혜경궁김씨' 트위터 고발을 둘러싸고 혼탁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는 반면 남경필 지사는 한국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며 '마이웨이'로 본선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8일 오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선 상대인 이재명 전 시장의 배우자 김모 씨의 계정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혜경궁김씨' 트위터 계정에 대해 경기도선관위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에 대한 악의적 비난이 있는 트위터 계정 하나가 온라인 상에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 측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며 "경기도선관위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트위터는 이른바 '혜경궁김씨' 계정을 가리킨다. '혜경궁김씨' 명의의 트위터 계정은 오래 전부터 이재명 전 시장을 두둔하고 그의 반대편에 선 인물을 비난하는 온라인 활동을 펼쳐왔다.

    일례로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혜경궁김씨'는 "문재인 까면 정권교체 못한다… 놀고 자빠졌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소원이냐. 미친 달레반들"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이재명 전 시장의 경선 상대였던 문재인 당시 대선경선 후보와 지지자들을 비난했다. 이 계정은 대선경선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를 옹호한 최성 고양시장을 향해 "최성 문돗개가 사퇴하면 되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후 올해 경기도지사 경선 국면이 시작되자 '혜경궁김씨'는 지난 2일 "자한당(자유한국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느냐"며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다"고 칼날을 전해철 의원에게로 겨눴다.

    그런데 직후 온라인 상의 친문(친문재인) 성향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혜경궁김씨' 계정의 주인이 이재명 전 시장의 배우자 김모 씨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명 전 시장은 이에 대해 지난 6일 "아내는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인스타그램 같은 SNS 계정이 없고 하지도 않는다. 이게 팩트의 전부"라며 "자기 이니셜을 넣은 익명 계정을 만들어 누군가를 비방할 만큼 바보도, 나쁜 사람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비판하고 공격할 일이 있다면 내게 해달라. 나는 공인이고 비판 공격도 경쟁의 일부이니 내가 감당할 몫"이라며 '혜경궁김씨' 관련 의혹의 종결을 시도했지만, 전해철 의원이 이날 고발 조치를 통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죈 것이다.

    전해철 의원은 이날 "의혹을 불식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재명 전 시장 측에) 공동조사, 공동 수사의뢰를 제안했는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패륜적 글을 썼는지 밝히는 게 우선이라 나라도 고발조치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불붙은 '혼탁 경선' 논란과 관련해서는 "계정이 긴급 삭제됐지만, 굉장히 오랜 기간 계정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선관위에서 확인하려 하면 계정주와 삭제 경위 등에 대해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쁜 댓글을 썼던 부분을 빨리 조사해서 밝히자는 것은 혼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 ▲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5·9 대선후보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5·9 대선후보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비록 전해철 의원이 '혼탁 경선' 논란을 일축하기는 했지만, '혜경궁김씨' 트위터 계정 관련 의혹이 고발 조치로까지 비화됨에 따라 진문(眞文) 전해철 의원과 전직 대권주자 이재명 전 시장 간의 경선은 정책·공약과 무관하게 과열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전해철 의원 본인조차도 이날 "정책에 대한 토론을 해야 하는데 아쉽다"며 "실질적인 논의와 토론이 되지 않고 있어 유감"이라고 이런 부분을 시인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의 혼탁 양상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당 남경필 지사는 이미 단수공천으로 경선 없이 후보 자리를 확보한 만큼 '마이웨이'를 통해 차분하게 본선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남경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 대한민국 보수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한다는데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언제부턴가 보수의 인식과 행동이 상당 부분 과거에만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 보수는 더 이상 과거가 아닌 미래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남경필이 미래로 가는 보수를 이끌겠다"고 천명했다.

    이같은 페이스북 입장 표명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로는 대선 관련 경험이 없는 재선 전해철 의원과,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적은 있지만 의정활동 경험이 없는 전직 기초단체장 이재명 전 시장과 비교해, 5선 의원에 대선후보 경선에까지 나섰던 자신의 정치적 중량감을 부각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미래로 가는 보수를 이끌겠다"는 사자후를 토해낸 것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재선 고지에 오를 경우, 보수의 확실한 차세대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는 것을 경기도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며 '큰 인물론'으로 어려운 선거 구도를 정면돌파해내려 한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한국당 지도부와의 거리 두기이다.

    홍준표 대표 체제의 현 한국당 지도부는 다소 과거지향적 이미지를 띄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당의 서울·충남·경남 공천이 각각 김문수 전 지사,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태호 전 최고위원으로 결정되면서 이른바 '올드보이' 공천 논란으로 그같은 색채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올드보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남경필 지사 본인이 이같은 색채에 뭉뚱그려 도매금으로 넘어가면 곤란하다는 고려에서 적극적 차별화를 구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남경필 지사가 홍준표 대표가 매우 민감하게 여길 수 있는 '언행의 품격' 문제를 제기한 것도 그러한 맥락으로 읽힌다.

    남경필 지사는 지난 2일 '보수의 품격'과 관련해 "특정 정당에 대한 걱정이 아니다"라면서도 "사용하는 언어조차 품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국민은 보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아가 "마땅히 비판해야 할 문제를 '거친 표현'으로 인해 본질을 훼손시킨 일이 반복돼 왔다"며 "남경필이 보수의 가치와 품격을 바로세우는 일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