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남인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은 조직적 보복조치"
  •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변호사 시절, 성희롱 피해를 입은 후배 여성 변호사에게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자 〈조선일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내부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인용해 이같은 의혹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했던 여성 A변호사는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활발해지자 민변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내가 (법무법인) ○○에서 성희롱을 당했을 때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종용했던 분이 바로 이재정 변호사"라며 "(이재정 의원이) 나한테 했던 것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지금도 손이 떨린다"고 밝혔다.

    이재정 의원이 했다는 "현명한 선택을 하라"는 말은 전후 맥락상 A변호사가 선배 여성 변호사인 이 의원에게 성희롱 피해 사실을 털어놓자, 이를 문제삼지 말고 덮어두라는 취지의 종용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최근 활발해진 '미투 운동'과 관련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당 정책조정회의를 '성평등 정책조정회의'로 명명하고, 우원식 원내대표·김태년 정책위의장·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미투, 응원합니다'라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회의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들은 흰장미를 가슴에 달고 회의를 진행했다.

    이재정 의원도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난 2005년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등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정 의원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영상을 보며 울컥했다"며 "13년 전(2005년) 변호사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검사장 출신의 로펌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13년 전의 내 일(성추행 피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며 "시간이 지나도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언동을 한 이재정 의원이 정작 후배 여성 변호사의 성희롱 피해 상담에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이 만약 사실이라면, 자신이 최근 취하고 있는 행동에 비춰볼 때 '이중적인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당의 '성평등 정책조정회의'에서 우원식 원내대표가 "용기있는 고백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범죄를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책임전가 등 2~3차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또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에 너무나 무관심했다"며 "피해여성을 또다시 비난하는 식의 2차 가해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될 사회적 병폐"라고 지적했던 것이 무색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민주당 남인순 젠더폭력대책TF위원장은 "(성희롱 피해자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조직에서 일어나는 왕따 등 2차 피해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며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은 조직적 보복조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정춘숙 젠더폭력대책TF간사는 "여성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은 폭로 이후의 상황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럴 수도 있지' '왜 예민하게 그러느냐' '그래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며 사소한 문제로 여겨왔다"고 질타했었다.

    이재정 의원은 성화여자고등학교와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뒤, 4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5기로 수료했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민변 사무차장 등을 지내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20대 국회의원이 됐다. A변호사가 민변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언급한 법무법인 ○○에는 2012년부터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직전까지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이재정 의원 측에 연락을 취해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본지 취재진이 이날 이재정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의원실 관계자와 접촉할 수 없었다.

    자유한국당 백미란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근 언론에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히며 '미투 운동'에 동참했던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변호사 시절 성희롱을 당한 후배 여성 변호사에게 '현명한 선택을 하라'며 사실상 피해 사실을 덮으라고 종용했다고 한다"며 "충격적이고 치가 떨리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부도덕한 성의식과 이중성, 감성적 코스프레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넘어 심지어 성추행을 은폐하고 은폐 강요까지 하는 사람들이 과연 백장미를 들 자격이 있는가"라며 "이재정 의원의 은폐 종용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가슴에 달고 있는 백장미가 무척 부끄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