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서한 전달 '제스처' 없이 돌아서… "靑 입장변화 없으면 특단의 조치"
  •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권성동 법사위원장, 장제원 수석대변인 등이 26일 청와대앞 분수대에서 일제히 검은넥타이를 착용한 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권성동 법사위원장, 장제원 수석대변인 등이 26일 청와대앞 분수대에서 일제히 검은넥타이를 착용한 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UAE 방문 의혹 △제천참사 대처미숙 의혹 △대통령발(發) 개헌 의혹 등 이른바 3대 의혹에 휩싸여있는 청와대를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준비된 기자회견을 낭독하고 규탄구호만 외친 뒤 '쿨하게' 돌아섰다.

    예전처럼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 효과없는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이뤄지지 않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등 대화를 '구걸'하는 모습으로 비치지 않겠다는, 대여(對與)투쟁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는 26일 오전 '칼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청와대 앞을 찾아 이른바 3대 의혹과 관련한 장외 항의를 벌였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장제원 수석대변인 등 주요 당직의원들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방문 의혹 △제천참사 대처미숙 의혹 △국회 개헌특위 해산 뒤 대통령 발의 개헌시도 의혹 등 이른바 3대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로 검은 넥타이를 착용하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이날 청와대앞 기자회견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가 국익을 포기해가면서까지 전임 정권에 보복을 가하려다 외교 문제를 야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진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국민적 의혹이 일파만파로 증폭되고 있는 UAE 원전게이트 국정조사에 문재인정권은 즉각 응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제천참사와 관련해서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희생자 규모가 커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소방방재청장과 행정안전부장관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대통령발의 개헌시도 의혹에 관해서도 "문재인개헌을 위해 국민개헌을 걷어찬 청와대~민주당~국회의장 3각 커넥션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단호히 거부한다"며 "나라의 체제를 바꾸는 중대한 결단인 개헌은 냉철한 국민적 판단과 참여 속에서 (2018년) 12월 31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가 26일 오전 청와대앞 분수대에서 이른바 3대 의혹과 관련한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가 26일 오전 청와대앞 분수대에서 이른바 3대 의혹과 관련한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뒤이어 규탄발언에 나선 권성동 법사위원장도 "(임종석 실장이) 처음에는 파병장병을 격려하기 위해 (UAE에) 갔다고 했는데 이렇게 국민을 속여도 되느냐"며 "세 살 어린애도 임종석 실장의 거짓말을 다 안다"고 개탄했다.

    나아가 "문재인정부는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정권"이라며 "문재인정부의 태도는 과거 세월호 사건 때 박근혜정권이 청와대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줄기차게 밝히라고 한 것과 비교하면 정말로 후안무치하다"고 혀를 찼다.

    이후 김성태 원내대표와 항의방문에 나선 원내지도부들은 청와대를 향해 "임종석 UAE원전게이트 국정조사 실시하라" "제천참사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국회 대신 청와대 개헌, 국민들은 안 속는다" 등 규탄구호를 외쳤다.

    규탄구호까지 외치고 난 뒤, 김성태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거나 항의방문을 하지 않겠다"며 "더 이상 청와대와의 구걸협상·구걸대화를 원치 않는다"고 돌아섰다.

    이는 지난 9월 5일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전격적인 체포영장 청구에 항의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았던 원내지도부의 행보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당시 청와대를 항의방문했던 원내지도부는 청와대 영빈관으로 진입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籠城)했지만, 대화의 문을 걸어닫은 청와대의 태도에 문재인 대통령은 커녕 임종석 실장도 면담하지 못하고 전병헌 당시 정무수석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이날 김성태 원내대표가 준비된 기자회견과 규탄구호만 외친 뒤 청와대를 '패싱'하고 곧바로 돌아선 것은, 대여(對與)투쟁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대화에 연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투쟁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취재진과 만난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렇게 청와대까지 찾아와서 UAE 의혹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청했지만, (청와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길지 않은 시간 내에 판단하겠다"고 경고성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