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 업무추진비도 살펴보겠다" '무규칙 이종격투'에 권력 '쩔쩔'
  •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의 방송통신위원회를 검은 넥타이를 매고 방문한 가운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가리키며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과천(경기)=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의 방송통신위원회를 검은 넥타이를 매고 방문한 가운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가리키며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과천(경기)=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싸우는 원내대표'를 자처한 김성태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무규칙 이종격투가'와 같은 면모에 청와대·여당 등 권력 핵심부를 쩔쩔 매게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태 원내대표를 위시한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20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남태령을 넘어 정부과천청사의 방송통신위원회를 급습했다. 호국영령을 참배한 직후의 엄숙한 심정으로 문재인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의 참담함을 질타하기 위한 기습 항의방문이었다.

    전날 같은당 홍준표 대표가 KBS '나눔은 행복'에 출연한 자리에서 생방송이라는 점을 십분활용, 기습적으로 "노조는 파업을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네 차례나 국민에게 전한데 이어, 연투(連投)로 권력의 방송장악 시도에 맞서 묵직한 돌직구를 던진 행보로 평가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운동을 30년 가까이 했는데 이런 인민재판식 언론장악을 위한 탄압은 군사정권 때도 없었다"며 "자유한국당은 방통위가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하기 위한 정부의 하나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국립묘지를 다녀온 제1야당 원내대표가 검은 넥타이를 매고 방문했다는 것으로 결연한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라"며 "방송·언론장악을 위한 무자비한 인민재판식의 언론장악·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직후 김성태 원내대표의 '무규칙 이종격투가'다운 야성(野性)이 드러났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과방위 박대출 간사와 의원들이 있지만, 방통위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살펴보겠다"며 "여러분들이 얼마나 올바르게 사셨는지, 업무추진비에 대해 여러분들이 들이댄 잣대의 형평성·공정성을 살펴 (강규형 KBS 이사) 청문을 실시할 자격이 있는지 보겠다"고 천명했다.

    극히 일각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문제삼아 친정권 성향이 아닌 공영방송 이사를 '찍어내기' 하려는 좌파 세력의 폭거에 맞서, 똑같은 수법으로 상대해주겠다는 엄중한 경고를 날린 셈이다.

    이날 일정에 동행한 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직장까지, 대학까지 쫓아가서 생활도 못하게 만들고, 이래도 되겠느냐"며 "똑바로 좀 하라"고 질타했지만, 이효성 위원장은 "그건 우리랑 관계없는 일"이라고 발을 뺐다.

    이처럼 홍위병(紅衛兵) 좌파의 방송장악 시도는 외견상 권력기관과 별개의 트랙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점잖은 항의'만으로는 견제해내기 어렵다.

  •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의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과천(경기)=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의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과천(경기)=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의 '방통위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감찰 경고'는 지금까지의 점잖은 '웰빙야당' 자유한국당이 아닌, 지금부터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대여(對與)투쟁이 전개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발언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약 20분간 진행된 비공개 회동 도중에도 "지금까지 상대한 야당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말라"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고성(高聲)이 회의장 밖으로 틈틈이 새어나왔다.

    전날 국회에서도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반발과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운영위 전체회의 소집을 관철해냈다.

    통상적으로 상임위 소집은 여야 간사 간의 안건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절차를 일일이 다 거치고 있다가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방문게이트를 추궁할 시의성을 잃는다는 판단 하에 여당의 허를 찌르면서 기습소집을 한 것이다.

    비록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의 격렬한 반발이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임종석 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박정부를 향한 정치보복에만 골몰하다가 UAE와의 외교관계가 국교단절 직전까지 가게 됐다는 의혹이 주종을 이뤘다.

    이처럼 파상공세가 전개되자 청와대는 임종석 실장의 중동 방문 이유를 애초 설명했던 파병부대 위문에서 "UAE와의 관계를 개선하러 갔다"고 정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권력의 '항복 선언'을 이끌어낸 셈이다.

    기본적으로 각종 절차와 규칙 등은 권력을 잡고 있는 측에 유리하게끔 조성돼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야당은 대여(對與)투쟁을 함에 있어서 이러한 절차의 한계와 규칙의 틀을 교묘하게 넘나들면서 권력의 빈틈을 찌르고 판을 깨면서 프레임을 뒤엎는 투쟁을 벌여야 하는데, 애초 야성을 공언한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 점에 있어서 초반부터 매우 능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해, 과거 노무현정권에 맞서 '야당 원내대표'로서의 모범을 보여주며 정권을 탈환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던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대표(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최근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래 야당 체질"이라며 "당이 제대로 정비되면 야당을 잘할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