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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결선투표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6일 "저는 결선투표제에 찬성"이라며 "이번 대선 도입 여부는 국회가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론적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국회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거리를 둔 셈이다.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절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도 확장성 부족이 문 전 대표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변수 많은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대선 구도 결과가 급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선 결선투표제는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과반 혹은 합의로 정한 득표율을 얻지 못한 경우 상위 득표 1, 2위 후보자가 또 한 번의 결선투표를 통해 승부를 가리는 방식을 말한다. 유권자 과반의 지지를 얻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현행 헌법은 이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결선투표제 실시 가능 여부를 놓고 그동안 학계에서 찬반 의견이 대립해 왔다.
헌법 제67조 제2항은 대통령 선거에 대해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절대다수대표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결선투표제에 대한 명시적 규정없이, 구체적인 선거방법은 법률로 정하라고 규정한 셈이다.
결선투표제 반대론자들은 67조 2항이 '상대 다수대표제' 원칙을 전제로 한 만큼, 개헌 없이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결선투표제 찬성론자들은 제67조 제5항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규정을 들어 절대다수대표제를 선택할지, 아니면 상대다수대표제를 선택할지는 하위법로 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지지율 열세를 보이고 있는 비문(비문재인) 주자들이 이 방식에 강하게 찬성하고 있다.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꺾기 위해선 대의원·당원 투표 반영비율을 최대한 낮추고 막판 뒤집기 변수를 보장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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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정의당대표실에서 회동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야권에선 대표적으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에 결선투표를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결선투표 도입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문재인 전 대표는 마지못해 '나도 찬성'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 도입되기라도 한다면 대권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한 속내가 엿보인다.
결선투표 도입으로 문 전 대표가 중도층과 보수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확장성이 강한 후보와 최종 투표를 치르게 될 경우 이변이 연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 도입 찬성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정치권의 도입 논의가 현실화될 가능성 지극히 낮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전날 결선투표제 도입은 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개헌이 필요한 사항으로 현재로선 도입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문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민주당은 입법조사처의 입장을 앞세우며 결선투표제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논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백재현 민주당 의원은 입법조사처의 답변을 인용하며 "결선투표 관련 도입 논란을 정치권에서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결선투표제는 헌법 개정 사항으로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며 결선투표제 도입 반대 입장을 밝혔다.대선 결선투표제가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으나 원내 1당인 민주당 등의 반대로 도입 현실화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국회가 결선투표제 불가능 입장을 밝혔으나, 입법조사처의 해석은 참고사항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원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