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는 무슨 근거로 박근혜를 '식물인간'으로 단정하나?

    이성을 상실한 오늘자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사고라고 판정하면 모든 대통령은 뒤로 물러나야 하나?

    趙甲濟           
     


  • 오늘 이 신문의 사설 제목은 <朴대통령, 헌법 71조 '대통령 권한대행' 수용하길>이다.
    어제는 1면 머리 기사를 통하여 이런 주장을 소개하는 데 그쳤는데
    오늘은 조선일보의 공식적 주장으로 승격시킨 셈이다.  

       교양이나 知性의 한 척도는 혼란 속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조선일보 같은 대신문의 社說이 그런 역할을 맡아야 한다.
    오늘 이 신문의 사설 제목은 <朴대통령, 헌법 71조 '대통령 권한대행' 수용하길>이다.
    어제는 1면 머리 기사를 통하여 이런 주장을 소개하는 데 그쳤는데 오늘은 조선일보의 공식적 주장으로 승격시킨 셈이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이다. 권한대행을 해야 할 사고의 성격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이다.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식물인간이 된 경우라고 보면 된다.
     
      조선일보의 주장이 헌법을 잘못 해석한 것임은 이미 社說의 문장 속에서 드러난다. 국어만 정확하게 쓰면 왜곡과 거짓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한 증거이다.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은)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더 이상 시간도 없다>고 말한다.
      시간은 영원하다. 유독 朴槿惠 대통령에게만 시간이 없다는 판정은 무슨 근거인가? 어제 이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할 수 있는 시간은 1주일밖에 없다고 했다. 누가 대통령의 시간표를 정하는가? 다른 사람의 시간표를 결정하는 사람은 전체주의 독재자나 할 일이다. 인간의 자유는 자신의 시간표를 스스로 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좋게 말하여 知的 오만이다.
     
      신문은 <도덕성과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유·무죄 논란에까지 휘말린 대통령이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신문의 과거 논조를 살펴 보면 역대 대통령 치고 도덕성과 신뢰성이 떨어지지 않은 이는 거의 없었다. 그때마다 신문이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정하면 대통령 권한 대행을 지명하고 물러났어야 했다는 말인가? 조선일보가 결심만 하면 대통령은 실무에서 물러나야 하나. 조선일보는 하느님인가?
       
    <현재 다수의 헌법학자는 박 대통령의 이 상황이 헌법 71조상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렇게 양식이 없는 헌법학자가 과연 다수일까?
    적어도 100명 이상의 학자들을 상대로 한 의견 조사는 했어야 이 말이 믿겨질 것이다. 그 다음 문장에서 조선일보는 한 발을 뺀다.
      <물론 법률 해석상으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헌법은 법률 문서이기 이전에 국민의 정치적 합의를 담은 문서다.>
     
      내가 아는 한도 내의 헌법학자는 모두가 헌법 71조의 '사고'를, 교통사고나 질병 같은 것으로 心身이 망가진 경우라고 말한다. '정치적 사고'가 아닌 것이다. 이를 '정치적 사고'라고 해석하기 시작하면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수시로 물러나라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문제는 그럴 경우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사고라는 판정을 누가 내리는가이다.
    야당이? 언론이? 논설위원이? 헌법은 그런 주관적, 자의적 해석을 허용해선 안된다.
     
      <여야가 시급히 새 총리에 합의하고 대통령은 거국 총리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명하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
     
      이 문장에서 이 사설의 모순이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擧國 총리를 박근혜 대통령이 권한대행으로 지명한다면 대통령은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정도의 판단력'을 가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사고'가 아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며칠 전 외국에서 온 국가원수와 정상회담도 했도 트럼프와 통화도 하였다. 그 정도이면 식물인간도 사고인간도 아니다.
     
      이 사설의 결론은 격문 수준이다.
      <국민이 나라 걱정하게 만드는 정치인은 사라져야 한다. 그런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런 여야 정당과 정치인들까지 모두 퇴출시켜야 한다.>
     
      정치인의 인생 종말을 뜻하는 '사라져야' '퇴출시켜야'를 헤프게 社說에 쓰면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은 퇴출시켜야 할 사유를 '국민이 나라 걱정하게 만드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한국의 거의 모든 정치인이 이에 해당될 것 같다. 그들을 몰아낸 뒤
    정치는 조선일보나 논설위원이 하는가?
     
      사설은 신문사의 공식 견해이다. 현 시국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헌법 해석을 이렇게
    비논리적 문장으로 개진하고 이를 신문사의 주장으로 채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갑제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