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지도부 대선 경선 관할할 가능성 높아…파열음 예고
  • ▲ 새누리당의 내홍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친박과 비박이 사태 수습의 해법에 있어서도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강석호 전 최고위원이 당직에서 물러날 당시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의 내홍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친박과 비박이 사태 수습의 해법에 있어서도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강석호 전 최고위원이 당직에서 물러날 당시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최순실 사태'로 인해 국정중단 위기가 오는 상황에도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친박계는 사태 수습방안으로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비박계는 대권후보가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주장하면서 각자 이해관계 계산에 골몰하고 있어서다.

    ◆ 친박계의 로드맵, '중진 협의체-조기 전대'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은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안된다. 임시 비대위원장 체제를 가지고는 이 당을 바꿀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누가 할지 모르지만, 힘이 없는데 누가 당 개혁을 할 수 있겠느냐. 힘을 갖고 완전히 재창당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친박계가 이정현 대표가 사퇴할 경우 이어질 시나리오를 내놓은 셈이다.

    그는 "당헌·당규상 지금의 지도부를 몰아낼 방법이 없지 않으냐"면서 "이 대표에게 누가 나가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시 전당대회를 해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새로운 지도부가 당을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근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계의 파상 공세가 계속되자 이에 대한 대응책에 고민해왔다.

    비박계 의원들은 여러 차례의 조찬회동을 통해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퇴할 것을 계속 주장했다. 최근에는 대통령 탈당을 거론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다.

    긴장감이 고조되자 일각에서는 이정현 대표가 '재창당준비위원회'를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을 떠돌기도 했다. 비록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답변에서 여러 방안을 고심한 흔적이 읽히는 대목이다.

    친박계의 로드맵은 먼저 '중진 협의체'를 구성해 중진들이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이루고, 후에 조기 전대를 치르는 것으로 보인다.

    조 최고위원은 앞서 같은 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구국 구당의 '중진 협의체' 구성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본지에 "'중진 협의체'는 새누리당 원유철 전 원내대표, 김정훈 전 정책위의장 등이 모여 주류와 비주류 간 중진 협의체를 통해 소통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면 좋겠다는 데서 나온 안"이라며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분당하자는 건 아니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하면서 협의체 이야기가 나와 최고위에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왼쪽)와 조원진 최고위원(오른쪽)이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왼쪽)와 조원진 최고위원(오른쪽)이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비대위 체제 선호하는 비박계

    하지만 비박계는 만일 이정현 대표가 사퇴한다면 곧바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같은 날 TBS 라디오〈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비대위원장은 대선 후보 출마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서 "비대위원장을 대선 후보가 맡는 방법도 있다"고 언급해 이견을 보였다.

    남경필 지사는 '유승민 카드를 언급한 적이 있다'는 질문에 "여러 카드가 있을 텐데 사석에서 그냥 거론한 적은 있다"면서 "(차기 후보)그것까지 제시하는 것은 너무 섣부르거나 올바른 태도가 아닌 것 같다. 당이 잘 결정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남경필 지사 측은 "이 모든 것은 이정현 대표가 물러났을 때 성립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 지사 측은 "이정현 대표가 물러나라고 하는 것에는 다들 의견이 같다"면서 "남경필 지사가 예전에 비대위를 주장하긴 했지만, 현재까지 이정현 대표가 물러나지 않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비박계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여론이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비대위 구성 이야기는 한가하게 들릴 수 있다"고 토로했다. 분당(分黨)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비대위 대신 분당을 주제로 논의해야 할 판이라는 설명이다.

    남 지사는 제3지대론에 대해서는 "지금은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을 끌어안으면서 '국민에게 이렇게 변하겠다'는 플랜을 보여드리는 게 바른 자세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 왜 이렇게 대립하나, 높은 '불신의 벽'

    조원진 최고위원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된다면 누가 할지 모르지만, 힘을 갖고 완전히 해야 한다"면서 "힘이 없는데 누가 당 개혁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전례는 지난 4·13 총선 패배 직후 영입됐던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천 파동 문제를 바로 잡고 당을 쇄신하겠다'는 취지 아래 시작했지만, 되레 당시 권성동 사무총장이 물러나는 등 내홍에 시달려야 했다.

    반면 비박계는 '조기 전당대회를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한다.

    비박계 사정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공개·비공개 회의 여부도 당 소속 의원 2/3 이상이 비공개로 하자는 의견이었다"면서 "물리적인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계파가 서로의 대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고자세를 취하는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이 이어질까.

    여기에는 상호 간 불신의 벽이 있다는 지적이다. 비박계는 친박계가 사퇴하지 않으리라 믿고 있고, 친박계는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하거나 혹은 분당을 염두에 둔 채 명분만 내건다고 의심하면서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비박계는 이정현 대표 체제가 계속 지속할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그런 처지가 아니다. 중립 내각이 됐든 책임 총리가 됐든 국정이 안정화되면 머지않아 그만둘 것"이라면서 "여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박계가)잠시도 참지 못하고 자리를 내놓으라 하는 것에는 순수성과 진정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며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지목하기도 했다.

    반면 비박계와 가까운 관계자는 "친박은 수습을 같이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지금 같은 교착상태에서는 대화가 어렵다"고도 개탄했다.

  • ▲ 비박계 의원들이 지난 1일 머리를 맞대고 '최순실 사태'수습 책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회관에 모인 모습. 이날 유승민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비박계 의원들이 지난 1일 머리를 맞대고 '최순실 사태'수습 책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회관에 모인 모습. 이날 유승민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서로 다른 이해관계도 한 몫…국정 공백만 길어질 듯

    양 계파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차기 비대위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치른 뒤 대선후보 경선의 심판 역할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대권 주자가 즐비한 비박계로서는 대선 주자를 활용한 카드를 쓰는 것이 유리하지만,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는 친박계로서는 우선 시간을 끄는 것이 낫다는 셈법이다.

    새누리당 비박계에는 김무성·김문수·남경필·오세훈·원희룡·유승민 등 이른바 6명의 잠룡이 포진해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이기도 했다.

    비박계로서는 서둘러 이정현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 체제를 구성하면 곧바로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내년 1월에 복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전에 비대위를 구성해놓는 것이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반면 친박계로서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새누리당으로 복귀할지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비박계에 유리한 고지를 줘서는 반 총장을 영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염려한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싸늘한 여론에 새누리당으로 복귀할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더군다나 만일 비박계의 주장대로 비대위가 성립되면 친박계는 새로운 당 지도부에 자연스럽게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때 당을 혁신하기 위해 칼을 휘두를 비박계의 움직임은 친박에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설명이다.

    이같이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이 길어지면서, 자연히 국정 공백 또한 함께 길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서둘러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할 집권당마저 내홍으로 치달으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13일 비상시국회의를 앞두고 있고, 친박계 역시 지난 9일 초선의원 17명이 회동을 한 데 이어 재선 의원도 모이기로 하면서 당 화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