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난상토론에도 이정현 거취 결론 못 내… '중진과의 대화'가 고작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4일 의원총회 시작에 앞서 공개 의총을 요구하는 비박계 의원들과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묵묵무답으로 설전이 오가는 것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4일 의원총회 시작에 앞서 공개 의총을 요구하는 비박계 의원들과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묵묵무답으로 설전이 오가는 것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7시간 동안 서로 샅바를 잡고 땀만 흘렸다. 새누리당 내의 친박계와 비박계가 팽팽한 백중의 세(勢)를 보여줌에 따라, 지도부 거취를 둘러싼 당내 갈등의 종착역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4일 오후 4시부터 11시 무렵까지 약 7시간 동안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었다. 44명의 당 소속 의원들이 나와 갑론을박을 벌였다.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과 '선(先)수습 후(後)사퇴'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숫적 균형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정현 대표의) 사퇴라는 문제로만 좁혀서 보면 반반(半半)쯤 나왔다"고 밝혔다.

    의원 각자의 관점에 따라 동료 의원 발언의 뉘앙스를 다르게 받아들여서인지, '사퇴론'과 '유지론'을 주장한 의원들의 숫자 집계에 있어서도 이견이 있었다.

    하태경 의원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3분의 2라면 '수습을 해야 한다' '(최순실 사태가) 아직 안 끝났기 때문에 끝까지 봐야 한다'는 의견은 3분의 1"이라고 전했다. 반면 김태흠 의원은 "소위 비주류에서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론에 드러난 것만큼 그렇지 않고 몇몇 밖에 되지 않더라"고 주장했다.

    복수의 의원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44명의 발언 의원 중 이정현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 의원은 대체로 22명, 선(先)수습을 주장한 의원은 20명으로 즉각 사퇴가 미세하게나마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운천 의원 등 2명의 의원은 이정현 대표의 사퇴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세(勢)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팽팽하다보니 의총은 뚜렷한 결론을 내는데에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최순실 게이트' 이후 친박계로 분류되던 일부 의원들이 비박계의 '지도부 퇴진론'에 가세하면서, 4·13 총선 이후 친박이 점해오던 숫적 우위를 무너뜨리고 백중세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있다. 여상규 의원은 이날 의총 도중 취재진과 만나 "꼭 계파 갈등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 친박계 의원들 중에서도 이정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고 말한 사람이 있더라"고 전했다.

    반면 '최순실 게이트'라는 미증유의 악재(惡材)를 맞았는데도, 친박계가 특유의 조직력을 발휘해 이정현 체제를 선방(善防)해냈다는 시각도 있다. 정태옥 의원은 "사퇴론 쪽이 훨씬 많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며 "생각지도 않았는데 반반"이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관계자는 "차라리 비박 쪽으로 세가 확 쏠렸더라면 지도부의 즉각 퇴진과 비대위 출범이 이뤄지고, 친박 쪽의 목소리가 훨씬 높았더라면 현재의 지도부가 재신임을 받았을텐데, 세가 팽팽하다보니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라고 혀를 찼다.

  • ▲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4일 의원총회에 앞서 공개 의총을 요구하며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4일 의원총회에 앞서 공개 의총을 요구하며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4명 의원들의 발언이 끝난 뒤, 이정현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이렇게 서두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진의원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결정하겠다"는 말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으로는 어떤 유의미한 결론이 났다고 할 수 없다.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비박계 중진의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홍 상태에 빠진 당의 수습책과 함께 사퇴까지 이르는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이 순조롭게 당의 내홍을 가라앉힐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지도부 내의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이 이날 의총 도중 지도부의 즉각적인 총사퇴를 요구하며, 7일 오전 최고위원직을 선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의총 도중 취재진과 만나 "80~90%가 시기만 다를 뿐 지도부는 사퇴하라는 것"이라며 "의총장에서 '월요일(7일) 오전에 최고위원회의를 하기 전에 그런 (총사퇴) 의사가 없다면 나부터 사퇴 선언을 할테니 양해해달라'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총사퇴의 시점에 대해서도 '선(先)수습'론에 선을 그었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에 예산과 법안을 끝낼 의무가 있으니 (12월 2일에) 사퇴하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는 당연히 지금 바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 내의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이 선도 사퇴하게 되면, 비박계의 '지도부 퇴진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친박계 역시 의총에서 여전한 조직력과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한 만큼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친박계의 '버티기'와 비박계의 '흔들기'가 기약 없이 계속해서 맞붙게 되는 것이다. 친박계만 남게 된 지도부는 영(令)이 서지 않는 최고위원회의 등 공식 회의를 이어가고, 비박계는 비박계대로 3선 이상 회동, 초·재선 회동, 대권주자급 5룡 회동 등을 그들끼리 계속하는 '따로 살림'의 양상이 한동안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날 열린 한일의원연맹 만찬 회동 관계로 의총장을 일찍 빠져나간 정우택 의원은 이같은 상황을 미리 예언했다.

    정우택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이정현 대표가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당이 한동안 좀 더 어려움을 겪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