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등 친박계 '질서있는 퇴진'에 한목소리비박계는 황영철·나경원과 하태경 입장 엇갈려
  • ▲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오후, 3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사실상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국회가 향후 로드맵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오후, 3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사실상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국회가 향후 로드맵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실상 퇴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새누리당 내 반응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친박계는 입을 모아 '질서 있는 퇴진'에 지지를 보낸 반면 비박계는 탄핵 문제를 재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29일 오후 의원총회를 통해 탄핵과 비대위 구성 문제·대통령 담화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에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여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통령의 깊은 고심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3가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차분하게 정리해주셨으면 한다"면서 ▲탄핵문제 재논의 ▲국정혼란 최소화 방안 ▲개헌 관련 당론 수렴 등을 의제로 제시했다.

    그는 "탄핵 논의는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진행돼왔다"면서 "두 야당과 대통령 탄핵 절차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이대로 탄핵안이 가결되면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서게 된다"면서 "과연 국민 뜻에 부응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면서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바 있다.

    두 사람의 발언은 개헌을 통해 박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의 로드맵을 따르고 있다. 탄핵을 하게 되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등 국정 공백이 초래돼 옳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박 대통령이 먼저 사실상의 퇴진을 언급한 뒤,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를 통해 박 대통령 임기를 축소하는 조항을 삽입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 경우, 향후 일정이 예측 가능해지고 각 정당도 조기 대선을 치를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친박계는 이런 설명에 대체로 동조하는 말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이장우 최고위원은 재선의원 모임에 참석하면서 "국내 경제 상황이나 여러 국제 환경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안정감 있게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면서도 정권을 순리적으로 이양할 수 있는 지혜를 정치권이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서청원 의원은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공을 정치권에 떠넘겼다고 하는데, 무엇을 더 대통령에 묻느냐"면서 "빠른 시일 내에 정치 일정이 잡히면 대통령은 언제든 그만두시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은 의원총회에 참석 직전 기자들과 만나 "당내 '재선 의원 모임'은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 ▲ 비박계 3선 이상 의원 모임에 참석한 황영철 의원의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비박계 3선 이상 의원 모임에 참석한 황영철 의원의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러나 친박계와 달리 비박계는 박 대통령의 담화가 나옴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그간 비상시국회의는 각각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서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의견에는 대체로 입을 모아 찬성해왔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국회 역할이 중요해졌다"면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어렵다"고 털어놨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역시 "(대통령 담화 내용은)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 "(2일이나 9일 탄핵할지는)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반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9일까지 탄핵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은 취지는 좋으나 현 국회에서 합의하기가 불가능하다"면서 "우선 2일 국회에서 하야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하야 날짜를 1~2달 안쪽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박계의 태도 변화가 감지됨에 따라 탄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소추안을 시키려면 야권 성향 의원 172명 이외에도 여권 성향 의원 28명을 추가로 필요한데, 비박계 내에서 입장이 엇갈린다면 이 숫자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현재 탄핵안에 찬성하는 비박계 의원 숫자를 30여 명으로, 비박계는 40여 명으로 보고 있다. 어느 쪽 추산으로 보더라도 비박 내 의견이 엇갈린다면 탄핵안이 통과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