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당대표 단식 시작 이후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내부 싸움, 결과도 '허무'
  • ▲ 곤혹스러운 듯 머리를 감싸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곤혹스러운 듯 머리를 감싸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모래알 같이 뭉치지 못하는 습성만 여지 없이 드러냈다. 선(先) 단식중단·국감복귀, 후(後) 유감 표명이라는, 명분상으로 보나 실리상으로 보나 새누리당의 완패로 끝난 싸움이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일 오후 소속 의원들의 국정감사 복귀를 호소하며 이를 전제로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오후 5시에 소집된 의원총회에 모인 의원들은 별다른 이견 없이 국정감사 복귀를 결정했다. 의총은 불과 1시간 만에 끝났다. 별다른 격론도 없었다.

    새누리당의 의총 결과까지 신중히 지켜본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후 입장 발표를 통해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국회가 걱정을 끼쳐드린데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른바 '포괄적 유감 표명'이었다. 왜 국회가 걱정을 끼쳐드리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국회의장의 잘잘못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일주일 동안 줄기차게 제기한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지난 23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 당시의 여러 국회법 위반 정황, 제기된 각종 의혹 등에 대해서도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전개되고보니 왜 이정현 대표는 일주일간 목숨을 건 단식을 했는지, 새누리당 의원들은 무엇을 위해 일주일 동안 국정감사에 불참하며 싸웠는지 모든 게 불분명해졌다.

    그나마 그 일주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다. 당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이튿날인 27일, 당 소속 한 상임위원장은 당론에 반기를 들고 국감을 개의하겠다고 천명했다. 당 소속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실로 달려가 자기네들끼리 붙들고 싸우는 자중지란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국 당원 1500여 명이 상경해 정세균 의장을 규탄한 28일에는 이정현 대표가 갑자기 "국감에 복귀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날 신문에 초선 의원들의 모금으로 정세균 의장을 비판하는 광고까지 실릴 예정이었던 상황이었다.

    본래 끓어오르는 분위기로 정세균 의장을 맹렬히 규탄하고 깔끔히 끝났어야 할 규탄대회였는데, 이 때문에 당혹스럽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직후 열린 의총에서는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이 서로에게 원색적인 욕설까지 하며 대립과 갈등을 빚었다.

    의총에서 이례적인 거수 투표까지 있었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못했다. 이튿날인 29일 비박계 의원 23인은 의원회관에서 모여 "최소한 다음 주부터는 국감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돌이켜보면, 주 초일(初日)이었던 26일 단식 투쟁이 시작된 이후 단 하루도,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지리멸렬한 새누리당의 내부 갈등을 정세균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지그시 바라보기만 했다. 되레 국민의당이 저울추가 너무 한 쪽으로 기울 것을 우려한 나머지 새누리당을 일정 부분 편들고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3당은 새누리당이 요구한 의장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법제화키로 합의하자"고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정세균 방지법'을 주장한 새누리당의 편을 들어줬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무너지는 속도는 국민의당이 지탱해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새누리당이 물밑에서는 제발 사과만이라도 해달라고 애원한다"는 국회의장실 관계자의 전언대로였을까. 2일, 새누리당이 먼저 수건을 던졌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복귀와 당대표의 단식 중단이 의결된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의무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야간 밀도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세균 방지법'이라는 명칭을 철회할 의사는 있다"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유인구'에도, 이번 싸움의 승자 더불어민주당은 시큰둥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 결정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과정 속에서 국회의장이 법과 원칙에 벗어난 행동과 언행을 했는가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세균 방지법이라는) 네이밍을 떠나서, 이 시점에서 이런 법안 자체가 논의되는게 적절한지 의구심이 있다"고 '확인사살'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