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에 공개 질의 던져… "의원·단체장이 하는 고민 없을 것" 지적도
  • ▲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상대로 공개 질의를 던지는 등 견제에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상대로 공개 질의를 던지는 등 견제에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겨눈 반(反) 반기문 연대가 벌써 현실화되는 것일까.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반기문 총장에게 세 가지의 공개 질문을 던지며 대권 행보를 견제했다.

    남경필 지사는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반기문 총장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산으로, 내년 1월에 귀국한다니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리겠다"면서도, 대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에 답해야 한다고 공개 압박했다.

    이날 남경필 지사가 반기문 총장을 향해 던진 질문은 △지난 10년 동안 해외에 있었는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10년 동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되는 입장에서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 무슨 고민을 했는지이다.

    남경필 지사는 "헌법과 공직선거법이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국민에게만 대통령 피선거권을 주는 것은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한 사람에게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있다는 (입법) 정신"이라며 "(유엔사무총장으로 해외에 머물던)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난 10년 동안 유엔사무총장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국민들께 답을 해야 한다"며 "국내로 들어오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성과를 가져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끝으로 "과연 반기문 총장은 왜 새누리당 후보인가"라며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에 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본 적은 있는지 질문드리고 싶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남경필 지사는 광역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하는 관훈토론의 첫 번째 순서로 나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박원순 서울특별시장·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현재 신분은 행정을 맡고 있는 도지사다.

    이 때문에 도정(道政)과 연관지으며 조심스럽게 대권에 대한 화두가 질문과 답변으로 오가고 있었는데, 남경필 지사가 예상을 뒤엎고 반기문 총장을 향해 아주 강한 공세를 건 셈이다.

    남경필 지사는 반기문 총장이 선출직 경험이 없다는 것도 문제삼았다. 그는 "의원과 단체장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쥐고 있는 유권자가 뭘 필요로 하는지 고민하기 마련인데, (반기문 총장은) 그런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을까"라고 짐짓 걱정하는 듯 하면서, 5선 국회의원이자 경기도지사인 자신의 경력을 부각하는 공수겸장의 한 수를 뒀다.

    반기문 총장을 향해 남경필 지사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공세를 펼치자, 이에 자극받은 패널들은 이후 반기문 총장을 주제로 남경필 지사와 활발한 문답을 주고받았다.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남경필 지사를 비롯한 당내파 대권 주자들의 지지율이 떨어져서 생긴 일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남경필 지사는 "흔히 잠룡이라 부르는 대권 주자들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생긴 일"이라고 선선히 인정하면서도 "내부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새로운 영웅을 모셔다 대선 후보를 만든다는 발상이라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기문 총장의 귀국을) 환영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한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은 그 정당의 운명을 짊어지는 것"이라며 "1월 중순에 온다니 빨리 새누리당에 입당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국민에게 평가받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고 압박했다.

  • ▲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 도중 패널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어보이고 있다. 이날 남경필 지사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유승민 전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내 다른 잠재적 대권 주자들을 향해 덕담 일색으로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 도중 패널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어보이고 있다. 이날 남경필 지사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유승민 전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내 다른 잠재적 대권 주자들을 향해 덕담 일색으로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는 당내 비박계 의원들의 반응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반기문 총장이 추석 연휴 중이었던 지난 16일 새벽(한국시각) 내년 1월 중순 조기 귀국 계획을 밝히며 대권 도전을 강하게 시사하자, 이후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강석호 최고위원 등은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었다.

    이 때 당내 친박계를 향해 "주책 떨지 말라"고 일갈했던 김무성 전 대표처럼 남경필 지사도 이날 반기문 총장 '띄우기'에 나선 친박계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경필 지사는 "반기문 총장도 (친박계를 가까이) 하지는 않으려 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여망은 갈갈이 찢어진 것을 묶으라는 건데, 당내 특정 계파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는 게 대선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냉소했다.

    이처럼 반기문 총장을 향해 유독 날을 세운 것과는 달리, 새누리당 내의 여러 다른 잠재적 대권 주자들에 대해서는 두루 덕담으로 일관했다.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반기문 총장을 겨냥한 반반(反潘) 연대 결성의 의도가 엿보였다는 분석이다.

    남경필 지사는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새누리당의 지도자를 했던 분이라 (경쟁자라기보다는) 협력자로서의 성격이 크다"라고 평하고,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을 향해서는 "링컨 대통령도 일곱 번 낙선한 만큼 (지난 4·13 총선에서) 떨어진 게 다음 선거의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최근 모병제 논란을 둘러싸고 "모병제는 정의롭지 못한 제도"라고 일갈해 충돌을 빚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정책 이야기를 많이 하는 협력적 관계로, 계속해서 가치논쟁·정책논쟁을 뜨겁게 하겠다"고 평했다.

    원희룡 지사를 향해서는 "거론된 분들 중 정치적·정책적으로 가장 가까운 분"이라며 "형·동생 하는 사이로, 정책적으로나 정치 노선으로나 동지"라고 규정했다.

    거침없이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에 대한 평론을 펼친 남경필 지사는 정작 자기 자신의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남경필 지사는 "(도민들이) 도지사로 뽑아줬기 때문에 임기를 다하는 게 도리"라면서도 "내년 대선에 출마할지 여부는 내년 초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도지사 임기는 2018년 6·13 지방선거까지로, 도지사 임기를 다하려면 내년 12월 대선에는 출마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남경필 지사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2017년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말바꾸기' 논란이 제기되자 남경필 지사는 "내년에 대선에 나가게 된다면 그 때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 말할 것"이라며 "아직 입장이 변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다만 "국민들의 일정한 지지가 없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지지가 필수"라고 밝혀, 지지율 여하에 따라 대권에 도전하지 않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치권 일각에서 새누리당 비박계가 탈당해 더불어민주당 비노계, 국민의당, 손학규 전 대표 등과 '제3지대'에서 헤쳐모일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남경필 지사는 "(정치를) 새누리당에서 시작했고, 끝낼 때도 새누리당에서 끝낼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가장 확실한 길은 새누리당을 혁신하고 변화시키는 것으로, 그 길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