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반기문 언급 그만하고, 남경필 (각세우기) 발언도 옳지 않아"
  •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하는 대망론이 연일 새누리당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0월 국회를 방문했던 반기문 총장이 19대 국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하는 대망론이 연일 새누리당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0월 국회를 방문했던 반기문 총장이 19대 국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반기문 대망론'을 화제 삼은 언급으로 날을 지새우는 모양새다.

    추석 연휴로 국내 정치 일정이 '올스톱'된 사이에 미국 뉴욕에서 '내년 1월 조기 귀국'으로 향후 정치 행보의 일단을 슬쩍 내비친 것의 여파가 예상보다 오래 간다는 지적이다. '반기문 대망론'의 파괴력이 정치권 일반의 예측보다 강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새누리당 내부의 반응도 '생물'처럼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당내파 대권 주자의 필두인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망론'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불쾌감을 피력하며 논란에 뛰어들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22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퓨처라이프포럼 직후 취재진과 만나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반기문 총장이 국내 정치와 연루되는 바람에 미국 언론에서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비판 기사를 쓰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국내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반기문 총장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것을 자꾸 방해하는 것"이라며 "제발 반기문 총장에 대해 언급을 말아주길 바란다"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미국 언론에서 그렇게 쓰고 있다'는 형식의 간접 화법을 빌리긴 했지만, '최악의 사무총장'이라는 강도 높은 언급을 입에 담은 것은 반기문 총장을 향해 각을 세운 것으로 나해석된다.

    아울러 내달 유엔 유럽본부가 소재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내 정치권 몇몇 인사와의 회동설이 돌고 있는 반기문 총장의 활동 반경을 견제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자꾸 국내 정치와 연루될 일을 만들지 말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반기문 총장의 '조기 귀국' 시사가 전해졌을 때만 해도 "환영한다"며 '공정한 경쟁'만을 강조했던 김무성 전 대표가 입장을 '한 옥타브' 올린 것은, 전날 관훈토론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반기문 총장을 향해 강하게 날을 세운 것에 자극을 받은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남경필 지사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반기문 총장을 향해 △해외에 머물던 10년 간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유엔사무총장 재직 10년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되는데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고민을 한 적이 있는지 세 가지의 공개 질의를 던지며 공세를 펼쳤다.

    '영입파 반기문 vs 당내파 김무성'의 구도로 명료하게 정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몇몇 비박계 잠룡(潛龍)들이 반기문 총장에 대한 각세우기를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올릴 호재로 여기는 듯한 움직임이 보이자 경계감을 표출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김무성 전 대표는 남경필 지사의 전날 공개 질의에 대해 "그런 발언도 옳지 못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 ▲ 반기문 대망론이 예상을 뛰어넘는 파급력과 파괴력을 보이면서 연일 새누리당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8월 국회를 방문했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이주영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함께 파안대소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 반기문 대망론이 예상을 뛰어넘는 파급력과 파괴력을 보이면서 연일 새누리당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8월 국회를 방문했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이주영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함께 파안대소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공정한 경쟁', 즉 당헌·당규에 따른 경선 참여를 압박하는 전통적인 흐름은 이날도 비박계에서 이어졌다.

    비박계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대선에 출마할지 말지는 그 분(반기문 총장)이 결정할 문제라 내가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경륜 있고 좋은 분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전 대표도 '경선 참여를 환영한다'는 전제로 '환영'한 것이다.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의 후보로 출마하려면 입당해서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유승민 전 대표도 반기문 총장의 경선 참여를 '못박는'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이렇듯 비박계가 반기문 총장을 향해 날을 세우면서 '체급 올리기'에 나서자, 되레 친박계는 신중한 움직임으로 선회했다.

    이대로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이 여권 성향 후보군 중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여타 비박계 대권 주자들은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내년 1월까지 시간이 흘러 반기문 총장이 귀국하면 승부는 그대로 결정지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남경필 지사가 전날 관훈토론에서 "국민의 일정한 지지 없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대권 도전에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지지가 필수"라고 한 것은 이를 반영한 말이다.

    반기문 총장의 '조기 귀국' 시사 직후 "1월달에 바로 귀국한다는 것은 여당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환영할 일"이라며 "반기문 총장이 와서 국내 정치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던 친박계가 신중한 움직임으로 선회한 것은, 굳이 애드벌룬을 일찍 띄워 사격의 표적이 되게끔 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비박계 잠룡들이 정치적 체급을 올릴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탈계파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4선 중진의 유기준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라디오에 출연해 "아직 유엔사무총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둘 때까지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일이고, 그 이후에 어느 당을 선택하는 것까지도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당분간은 지켜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당분간 지켜보자'고 관망하는 유보적 태도로 돌아선 것이다. 비판은 하지 않겠지만 대망론이 계속 화제가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친박계의 속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취지의 발언이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윤상현 의원은 "반기문 총장을 친박이 지지한다는 등식은 허상"이라며 "반기문 총장도 많은 후보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고 말했고, 김태흠 의원도 "반기문 총장이 아직 국내 정치에서 리더십을 보여준 적은 없다"며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