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전환 위해 잇단 러브콜 박지원 "더민주에 문재인 계시니 우리 당으로 와서 경쟁"
  •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행사 등에 참석해 정계복귀를 시사했지만, 정작 영입제안에는 침묵을 지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행사 등에 참석해 정계복귀를 시사했지만, 정작 영입제안에는 침묵을 지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몸값이 연일 상한가를 치는 가운데, 잇따른 영입 제안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어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4월 19일에는 4.19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이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새 판을 짜는 데 앞장서겠다"면서 정계 복귀를 시사한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당은 손학규 전 고문을 영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박지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자마자 손학규 전 고문에 러브콜을 보냈다.

    박지원 신임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라디오에 출연해 "더민주에 문재인이라는 분이 계시니 손 전 고문이 우리 당으로 와서 경쟁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을 안철수 전 대표와 경쟁할 대선후보 자격으로 영입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1일에도 공개적으로 손 전 고문의 영입을 주장해 말치레가 아님을 증명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SBS라디오에 출연해 "가까운 인연에 계신 선배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씀드리는 것이 예의는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정치가 조금 더 나아지고 기존의 양당 체제를 극복한 정치혁명을 할 에너지는 충분히 갖고 계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손학규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할 때 부지사로 함께 일한 바 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 또한 최고위원-중진위원 연석회의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손학규 전 고문 영입문제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영입제안에 박차를 가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지키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손학규 고문께서 곧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과 국가가 어려우므로 그런 정도 경륜을 가진 분이라면 복귀를 하는 게 좋다"면서도 "저는 (국민의당이) 위기가 생길 때 손학규 전 고문을 대안으로 자꾸 거론하는 것은 순수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손 전 고문이)국민의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넘겨줄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됐다.

    하지만 양당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는 손학규 전 고문은 정작 장고에 돌입한 모양새다. 정계복귀설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는 점만 달라졌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손 전 고문이 몸값이 너무 치솟아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학규 전 고문은 대선후보 체급으로 분류되지만 양당의 다른 대선후보에 비해 당내 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더민주는 친문(親文)성향 의원이 다수로 문재인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확고하다. 국민의당 역시 안철수 의원이나 호남 세력으로 크게 양분된 상태다. 손 전 고문이 뚜렷한 당내 입지를 가질 수 있는 정당이라 보기 어려운 것이다. 손학규 전 고문으로서는 어느 쪽으로 가도 큰 도전을 받게 되는 셈이다.

    반면 양당은 손학규 전 고문이 복귀할 경우 손 전 고문에 쥐어줄 선물이 마땅치 않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 비대위원장 체제가 가동되고 있어, 당 대표급의 당직을 선물로 주기도 어렵다.

    게다가 양당은 각각 당내 문제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의 친인척 채용문제로, 국민의당은 김수민 의원에서 시작된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양당에는 국면전환을 위해서라도 손학규 전 고문이 필요하다. 뒤집어 말하면 손 전 고문이 어느 쪽으로든 움직일 경우 향후 대선 행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호남에서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는 것도 손 전 고문의 고민 점이 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4.13 총선 전부터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앞서왔지만, 최근에는 급격히 하락하는 상황이다. 자칫 분당의 집을 놔두고 오랫동안 강진에 칩거해온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이를 잘 알고 있는 양당에서도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설득하는 등 실질적인 영입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당 모두 국면전환에 손 전 고문을 이용하고, 정계 복귀가 임박한 손 전 고문도 이를 말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손 전 고문 측의 관계자는 "당의 결집된 의사로서 공식적으로 전달된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코멘트 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