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시민도 처단에 동참" 권유…경찰청 "마약 검사 양성판정 경찰 해고"
  • ▲ 필리핀 경찰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취임 이틀만인 지난 30일 15명의 마약 용의자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 필리핀 경찰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취임 이틀만인 지난 30일 15명의 마약 용의자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필리핀 전역에서 마약범 '처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취임 이틀만인 지난 30일 15명의 마약 용의자를 사살했다고 한다.

    마닐라 외곽 라구나 주에서는 마약상 2명이 사살됐으며 이 중 1명은 현지 경찰의 최우선 검거 대상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북부 칼로오칸 지역에서는 전직 경찰관을 포함한 마약상 2명이 단속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숨졌다.

    필리핀 경찰은 "검거나 단속에 저항하는 범죄 용의자는 죽여도 좋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총기를 적극 사용하며 대대적인 마약상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에 사살되는 마약범 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테르테는 심지어 '반정부 무장투쟁'을 벌이는 공산 반군 측에도 "마약상을 사살하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이 같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은 외부 시선과 달리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 전후 몇 주사이 필리핀 전역에서는 수천 명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에 자수했다고 한다. 마닐라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만 마약 용의자 700명 이상이 자수했다. 북부 이사벨라 주에서는 200여 명이 자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마약 매매에 연루된 경찰관은 48시간 안에 자수하라"면서 "마약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는 경찰관은 해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경찰청장은 이르면 3개월, 늦어도 6개월 안에 마약 척결에 성과를 낼 것으로 자신했다. 마약범 적발 후에는 대대적인 불법 도박 단속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필리핀 국민들이 두테르테 대통령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경찰 등 사법당국까지도 이처럼 적극 호응하는 것은 필리핀에 만연한 각종 범죄 탓이다. 필리핀은 1989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축출하고, 1992년 미군을 쫓아낸 뒤부터 경제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사법권 또한 매우 약해졌다. 

    그 결과 남부 민다나오 일대에서는 공산 반군과 이슬람 테러조직이 설치기 시작했고, 수도 마닐라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는 폭력조직과 범죄자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부패 경찰은 이들을 도왔다.

    이런 상황이 25년 지속되자 국민들은 '민주화'를 내세운 정치인 보다는 범죄자를 처단하는 두테르테에게 큰 지지를 보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