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적으로 내뱉은 말이 평생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기 힘들다’는 속담이 걸그룹 AOA의 설현과 지민에게는 현재 그 어느 누구보다도 뼛속 깊이 사무치리라.

    사건은 지난 3일 방송된 온스타일 예능프로그램 ‘채널 AOA’에서 일어났다. 이날 방송에서 AOA 멤버들은 역사 속 위인들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추는 게임을 했고, 설현과 지민은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선뜻 떠올리지 못했다. 이에 제작진은 ‘이토 히로부미’라는 힌트를 줬지만 지민은 ‘이또 호로모미’라고 질문 내용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낀또깡’(김두한)이라는 오답을 내놓았다. 설현 역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엉뚱한 답을 말했다.

    당시 설현과 지민은 한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인인 안중근 의사를 알지 못했다는 점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을 뿐더러 너무나 천진난만하고도 가벼이 상황을 즐겼다. 그리고 자신들이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에 다소 질색하는 표정까지 비추며 한시라도 빨리 상황을 벗어나려고만 했다. 방송 이후 두 사람은 부족한 역사 지식에 대해 시청자들의 큰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더욱 커진 것은, 프로그램 제작진조차도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고 편집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AOA 멤버들의 리얼리티를 다룬 예능프로그램이라지만 이날 설현과 지민이 보인 행동은 마냥 애교로 봐주기 힘든 지경이었다. 또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는 역사에 몽매하고 무지한 요즘 젊은 세대의 현 세태를 반영하는 장면이자 청소년에게까지 그릇된 역사의식을 물림할 수 있는 위험한 광경이라 할 수 있다. AOA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입지를 크게 다지며 통신사, 인터넷 쇼핑몰, 차량 보험사 등 광고 모델로 나선 브랜드만 20여개가 넘는다. 이만큼 대중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인물임을 생각했을 때 이번 사건은 심히 아찔할 뿐이다.

    청소년들의 상실된 역사의식에 대한 위기 감지는 최근 국가가 발표한 시행방침을 통해 명확히 증명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3월 29일 전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2017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올해 11월 17일 시행되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포함시킨 것. 국사 시험을 보지 않으면 수능 성적 전체가 무효 처리된다고까지 알렸다.

    이러한 시점에서 아이돌인 AOA의 커다란 실수는 역사의식 다지기에 경고를 심어주는 방점이 된다. 케이팝(K-pop), 케이컬처(K-culture)의 부흥이 일어난 마당에 AOA 멤버들은 세계적 범위까지 자신들이 끼치는 영향력을 고민해봐야 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