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검찰 소환 당시 취재진 앞에선 '90도 폴더 사과'..뒤돌아서 "연기였다" 농담

  • 독성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를 개발·판매해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신현우(68) 전 옥시레킷벤저 대표가 검찰 조사실에 들어가기 직전, 옆에 있던 변호인에게 "내 연기 어땠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뉴시스는 12일 오후 4시에 타전한 단독 보도에서 "지난달 26일 검찰에 1차 소환됐던 신현우 전 대표가 포토라인에선 취재진을 상대로 허리를 굽신거리며 사과 표명을 했지만, 기자들로부터 벗어난 자리에선 측근에게 '내 연기 어땠어요?'라고 태연하게 말을 건넸다"고 밝혔다.

    뉴시스에 따르면 당시 신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서서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을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하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깊이 숙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기자들 앞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도 했던 신 전 대표는 사과 발언 뒤,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가는 도중, 동행하고 있던 변호인을 바라보며 자신의 '연기력'을 묻는 소시오패스적인 면모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는 "이날 신 전 대표가 조사실로 이동할 당시 가까이 있던 검찰 직원이 이같은 발언을 듣고 중간 간부에게 보고했고, 이영렬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수뇌부에도 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취재진에게 해당 사실을 전한 검찰 관계자는 "신 전 대표가 그런 발언을 했다는 말을 처음 듣고 소름이 돋았다"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향해 했던 사과가 전부 가식이었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대표는 옥시레킷벤저가 2000년 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첨가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을 처음 제조할 당시 CEO(최고경영자)로 재직했던 인물.

    검찰은 당시 제품 개발을 맡은 옥시 연구소의 전·현직 연구원들로부터 'CEO에게 부작용 사례를 보고하고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실제로 신 전 대표가 이같은 실무진의 보고를 무시한 채 제품 출시를 강행했을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신 전 대표는 지난 1차 소환 조사에서 "독성실험에 대한 필요성을 보고 받은 사실이 없고, 당시 개발이나 판매 전 과정에는 영국 본사가 관여했다"며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로 불리는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은 2011년 8월 보건 당국이 판매금지 명령을 내리기까지 전국에 약 453만개가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 당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옥시 제품으로 '폐 손상' 피해를 본 인원은 총 177명이며 이중 7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