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지층 "변화 위해 야당에 투표해야"...부동층도 상당
  • ▲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더컸유세단장 정청래 의원이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후문에서 제20대 총선 춘천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허영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더컸유세단장 정청래 의원이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후문에서 제20대 총선 춘천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허영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짐승' 막말 소식을 듣고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춘천시민이 우습나. 투표장에 안 가려고 했는데 꼭 가서 투표하겠다."

    '강원 정치 1번지' 춘천 지역에서 만난 다수의 시민은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야당에 대한 성토부터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막말이 여당 지지층의 결집과 분노한 부동층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당초 여당 강세 지역인 이곳에서 공안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와 학생운동권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 정의당 강선경 후보가 대결을 펼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TV토론회를 네 차례나 실시하며 후보자들의 자질을 철저하게 검증했다.

  • ▲ 강원 춘천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가 TV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펼치고 있다.ⓒG1강원민방 방송화면
    ▲ 강원 춘천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가 TV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펼치고 있다.ⓒG1강원민방 방송화면


    지역에서는 "메이저리그 후보와 마이너리그 후보의 토론회를 보는 것 같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법조인 출신에 19대 국회의원으로서 왕성한 의정활동을 펼쳐온 김진태 후보가 내실 있는 정책 공약을 쏟아낸 반면 정치신인의 야권 후보들은 우왕좌왕하며 헛점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춘천 토박이인 김진태 후보에 비해 허영 후보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는 지역 주민도 있었다.

    택시기사 김모 씨(59)는 "보니까 허영 후보 선거유세 차량 번호가 서울이야. 도대체 그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춘천에 출마했으면 춘천차량에 이 지역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야당 후보들은 김 후보에게 '막말 의원'이라고 깎아내리며 지지율 만회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야권에 등을 돌리거나 김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은 늘어나는 것으로 보였다.

    직장인 전모 씨(43)은 "야당에는 인물도 없고, 전략도 없어요. 얼마나 내세울 만한 게 없으면 상대 후보 비난만 하겠나"라고 했다.

    조급해진 야권 후보들은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허영 후보는 공세를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막말의 대가'라고 불리는 정청래 의원과 춘천에서 합동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허영, 인간에게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짐승에게 투표하시면 되겠습니까."

    춘천시민을 향한, 김진태 후보를 겨냥한 정청래 의원의 이 발언이 평화로웠던 춘천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막말 테러를 당한 지역 주민들은 격노했다.

    택시기사 임모 씨(53)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다짜고짜 욕설부터 했다. "그 XX 끝까지 말썽이야. 아니, 그렇게 말하면 찍어줄 줄 알아? 여기까지와서 뭐하는 짓이야 그게."

    "야권 후보는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유권자들조차 정청래 의원은 잘 안다고 했다. 막말 정치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정 의원의 전략 만큼은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다른 택시기사 김모 씨(60대)는 김 의원이 19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나는 원래 여당이지만 지난 총선 때 나와 가족들이 김 의원에게 투표했었는데, 그러면 우리는 모두 짐승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을 겨냥,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후보자를 짐승에 비유하며 투표하지 말라니, 짐승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여성 유권자(신모·37)도 있었다.

    이번 파문으로 정 의원의 도움을 기대했던 허영 후보는 역풍을 제대로 맞은 모습이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모 씨(46)는 "가게를 운영하니 바쁘기도 하고 누구를 찍을지도 확신이 잘 안섰다"며 "그런데 그런 말을 야당 후보 측에서 했다니 분해서라도 (김진태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 ▲ 9일 강원 춘천에서 선거유세 활동 중인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뉴시스
    ▲ 9일 강원 춘천에서 선거유세 활동 중인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뉴시스


    야당 지지의사를 밝힌 주민이나 누구에 투표할지 결정 못했다는 부동층도 상당했다.

    자신을 대학 교수라고 소개한 40대 김모 씨는 "새누리당에는 희망이 없다. 새로운 인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대학교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반드시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면 정의당을 찍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며 "교수들 중에는 상당수가 허영 후보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투표에 대한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특히 춘천 유권자인 대학생 원모(여·23) 씨 등 몇몇 대학생들은 "중간고사 시험 준비와 취직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며 "투표에 관심없다"고 했다.

    허영 후보는 이런 부동층을 설득하려고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허 후보는 9일 소양감댐과 춘천댐 일대를 방문해 나들이객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 ▲ 강원 춘천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가 지역에서 선거유세 차량에 올라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김현중 기자
    ▲ 강원 춘천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가 지역에서 선거유세 차량에 올라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김현중 기자


    야당에 비해 두 배 넘게 앞서가는 김진태 후보는 재선 고지가 눈 앞에 다가왔지만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춘천 시외버스터미널, 오후에는 공지로타리, 샘밭장과 공지천 등을 찾아 남은 한 명의 유권자를 더 끌어모우는 일에 주력했다. 

    김진태 후보는 전날에도 유세차량을 타고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안녕하세요. 김진태 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저에게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재선 의원이 되면 두 배의 춘천 발전으로 꼭 보답하겠습니다"라며 아낌없는 지지를 호소했다.

  • ▲ 지난달 31일 춘천시 중앙로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유세를 펼치고 있다.ⓒ뉴시스
    ▲ 지난달 31일 춘천시 중앙로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유세를 펼치고 있다.ⓒ뉴시스


    김 의원의 유세에 다수의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호응했다. 특히 중고교 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와~" "화이팅" 등의 환호를 지르며 카메라를 꺼내들기도 했다. 

    김 후보는 교복을 보면 다 안다는 듯 "그래, OO학교 학생들, 고마워 나중에 보자"라고 화답했다. 직접 춤을 추며 화제를 모운 김 후보에 대한 젊은층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김진태 후보는 "선거는 신나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며 "춘천 발전은 계속 현재진행형이다. 제가 시작한 일, 제2경춘국도와 레고랜드, 반드시 해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