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 당시 양산에서 침묵하더니 이제와 지원유세… '뻔뻔해' 비판 제기
  • 호남행을 저울질하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6일, 같은 당 백군기 후보의 지원유세를 위해 경기 용인갑 지역을 찾았다.

    호남 지원유세를 타진하는 가운데 1차적으로 '돌아선 민심' 끌어안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백군기 의원은 더민주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 됐다가 다시 구제된 후보다. 특히 4성 장군 출신으로 야권 최고의 안보전문가인 만큼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좋은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 6일 백군기 의원과 문재인 전 대표가 용인 롯데시네마 앞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 임재섭 기자
    ▲ 6일 백군기 의원과 문재인 전 대표가 용인 롯데시네마 앞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 임재섭 기자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용인 롯데시네마 앞에서 짧게 유세를 하고 근처의 전통시장을 방문하며 백 의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문 전 대표는 "우리 당에 제가 좋아하는 분들은 많지만 존경한다고 말씀 드릴 수 있는 분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 백군기 의원님은 존경스럽다"며 "제가 특전사 공수부대 출신인데 그 부대의 여단장을 하셨고, 특전사령관을 하셨다. 4성 장군이 돼 3군사령관까지 하시고 예편하셨다"고 소개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거론하면서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우리 특전사 대위 송중기, 송중기가 더 진급해서 여단장이 되고 사령관이 되고 한 모습이 우리 백군기 의원"이라며 "백군기 의원을 모시고 함께 국방위원으로 일했는데 무게가 다르다"며 추켜세웠다.

    새누리당의 군 출신 의원들은 돌격대같은 역할만 하는데 반해 백 의원은 나라의 전체 경영속에서 안보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는 "국방 비리나 여러 현안을 다루는데도 우리 젊은 의원들은 그 문제를 열심히 조사해도 그 문제의 국한해 추궁을 하게 되는데, 백군기 의원은 큰 틀 속에서 다루니까 훨씬 더 설득력 있고 무게감이 있다"며 "우리 당이 유능한 안보정당으로되는데 꼭 필요한 분이다. 우리 더민주가 수권정당이 되려면 유능한 안보정당이 돼야하지 않느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가 당 대표시절 만든 혁신위원회 내 평가위원회는 백군기 의원을 컷오프 대상으로 지목했다. 평가위원회의 평가안이 발표되자 김종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컷오프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문 대표는 양산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때문에 당시의 문 대표 체제가 공천에서 배제해야 할 '혁신의 대상'으로 지목했던 백 의원을 '우리당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며 찾은 것은 '너무 뻔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왜 호남행을 타진하다 발길을 돌려 백군기 의원을 찾았을까.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대권행보를 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지만, 대권행보를 위해 최대한 많은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문재인 대표로서는 호남에서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정작 호남에서 문 대표의 방문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급기야 광주 북구갑의 정호준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에서는 바라지도 않는데 문재인 대표가 자신의 대선행보만을 위해 호남을 찾는 것이 총선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 전 대표가 호남행을 관망하게 되면서 비는 시간 동안 '반발이 적으면서도 본인의 대권행보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곳'으로 낙점한 지역이 백군기 의원이 있는 용인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백군기 의원은 군 출신으로 충성심이 강하고 온화한 성품을 가졌다. 백 의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당의 컷오프 결과에도 불구하고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었었다.

    백 의원은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당이 그렇게 결정했다면 따르겠다. 국민을 위해 4년 간 봉사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었다. 중도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탈당의사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 대표에겐 반발 없이 지원유세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백군기 의원은 야권최고의 안보전문가로 평가된다. 백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안보에 취약하다는 이미지를 지우고 당의 외연을 화장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전사 출신임을 내세워 '안보에 무능하지 않은 야권 대권주자'의 이미지를 얻고싶어하는 문재인 전 대표로서는 되레 백군기 의원이 자신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카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한편, 문 전 대표는 같은자리에서 박근혜 정부 심판론은 물론 야권연대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정권의 경제 실패에 대한 심판의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데, 우리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타깝다"면서 "야권분열을 막지 못한 점, 단일화를 못한 점에 대해서는 저도 책임을 통감하면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어떻게 하겠나. 단일화를 못한다면 유권자께서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하지 않겠느냐"며 "단일화가 안 되면 유권자들이 단일화 해주셔야 새누리당을 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군기 의원이 출마한 경기 용인갑 지역의 현역 의원은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이다. 현재 국민의당 조성욱 후보와 함께 세 후보가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