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여당 X맨? 강봉균과 찰떡호흡! '문재인 싫어'

문재인 전 대표와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간만에 찰떡호흡을 과시했다.

<친노(親盧) 세력과 각을 세우는 여당의 X맨>이라 불리는 김종인 대표는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다. 강봉균 위원장을 향해 공격성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강봉균 위원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비난을 받아내는 여유를 보였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야당에서 여당으로. 각 정당에서 선거를 이끄는 이 둘 사이에는 뭔가 통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는 듯 했다.

공통 분모는 바로 구태(舊態)의 표본으로 꼽히는 친노 세력이었다.

■ 親盧-문재인과 싸우기로 작정한 김종인

김종인 대표는 지난 6일 방송기자클럽 토론에 참석, 자당 내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해 "대통령감이 없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평소 당내 차기 대선 주자가 없다고 했는데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사람을 못 만난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제가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에 우리나라의 다음 대통령이 될 사람이 누구인지를 골똘히 생각해보고 찾아봤는데, 여론 조사상에 나타난 후보들은 여러 명이 있었지만 여론 조사상 후보가 반드시 실질적인 대권 후보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친노(親盧) 세력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또 다시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문재인 전 대표를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종인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 "한 프레임에 꽉 갇혀서 밖으로 나오질 않는데, 이 정당이 집권의욕이 있는지 의심할 정도"라며 혹평한 뒤 "과거 운동권할 적에 가치가 영원히 있어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노(親盧) 패권주의 실체를 묻는 질문에는 "친노 패권주의가 어느 정도 힘쓰고 있는지 개입할 필요가 없다. 내 나름대로 당을 바꿔준다고 했으니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하는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선거 끝나고 또 과거식으로 돌아간다면 희망이 없다. 그 사람들도 그렇게는 안하리라 믿는다"고 답했다.

명실상부 친노 세력을 강력 비판한 발언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김종인 대표는 7일 강원도 원주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를 비롯한 호남 지역을 방문하기로 한 데 대해 "유세하러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묘한 뉘앙스였다.

같은 당 김광진 의원이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호남을 가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나는 다른 일정이 바빠 거기에 같이 갈 수는 없다"고 거부했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사이의 갈등은 이미 수많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그리고 김종인 대표는 공을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게 넘겼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강봉균 위원장이 끝장토론을 제안한 것에 대해 "토론이라는 것은 상대가 되는 사람을 가지고 토론을 해야지 상대도 안 되는 사람이랑 무슨 토론을 하느냐"며 말했다. 그러면서 "강봉균은 관료할 적엔 그래도 총명하다고 생각해서 그 사람을 많이 봐왔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머리가 아주 몽롱해졌다"고 했다.

■ 김종인 발언 받은 강봉균, 親盧-문재인 '맹폭'

공을 넘겨 받은 강봉균 위원장은 속으로 미소를 짓는 듯 했다.

김종인 대표에 이어 7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에 참석한 강봉균 위원장은 "민주당의 이념적인 세력들은 절대 안바뀐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친노 패권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저는 민주당에서 10년간 있으면서 그 사람들과 같이 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살았던 사람"이라고 전제했다.

강봉균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추천 시 이른바 운동권 사람들 더 많이 당선권에 넣어야 한다고 할 때 김종인 대표가 뭐라고 했느냐. 당 정치성이 안 바뀌면 정권을 잡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와 자신의 생각이 일치한다는 얘기였다.

강봉균 위원장은 또 "70~80년대 낡은 생각이런 것도 (더불어민주당) 일부는 아는데 왜 안바뀌냐"라고 반문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념을 매개로 해서 결속하는 것이다. 똘똘 뭉친다"라고 전체주의 추종 성향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민주에 좋은 사람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힘을 못핀다. 저런 더민주 안의 갈등에 비하면 새누리당의 갈등은 일관성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공천 파동에 대해서도 "새누리당만이 아니고 더민주도 피장파장"이라며 일각의 비난을 받아냈다.

강봉균 위원장은 "새누리당은 당 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 정도의 갈등이고, 더민주는 이념세력과 아닌 세력간의 갈등"이라고 말했다.

[평양-전체주의 추종 세력]과 손을 잡고 친북(親北) 주장을 폈던 친노 강경파를 질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대표와 충돌해온 대기업 정책에 대해선 "대기업만 맨날 키울꺼냐고 비판하면서 대기업을 성장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경제 살리는 해법이 아니다. 경제 주체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해야 하는데, 이 둘은 연결 안 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국이 일본과 비슷하게 인력 종신 공급 식으로 가면 사람이 성장 분야로 옮겨 다니는 것이 안 된다. 적자나는 기업이 평생 고용할 수 있나? 노동개혁의 근본은 그것이다. 이해 당사자 간의 설득 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가 끝장토론을 거부한 데 대해선 "선거가 일주일도 안 남았지만 어느 정당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며 거듭 토론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