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러 왔으면 무릎을 꿇어라"…"그런 말은 천정배나 박주선한테 가서"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가 8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가 8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광주를 시작으로 호남 방문길에 올랐다.

    문재인 전 대표는 '위로·사과·경청'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호남 민심에 귀 기울이고 솔직한 심경을 밝혀 지지를 호소하겠다고 했으나 광주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둘러싼 지지자들에 의해 진솔한 소통이 얼마나 이뤄졌을 지는 의문이 든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첫 일정으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었다. 1시간 30분간이란 긴 시간동안 묘비 참배를 하면서 사과와 진정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는 "대선패배로 실망을 드렸고 이후에도 이기는 모습, 정권교체의 희망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최근에는 또 당이 분열되고 총선에서도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광주가 보여준 과분한 지지를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며 "이곳 광주에서 광주정신을 다시 되새기는 것으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는 수행원 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5·18 묘역을 조용히 방문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요구하며 삼보일배 중인 정준호 후보가 방문하자 친노 지지자가 시비를 거는 등 현장에는 긴장감이 드리우기도 했다. 

    정준호 후보는 친노 지지자들이 다가와 "올 사람이 아닌데 왜 왔냐", "무엇하러 왔느냐, 방해하러 온 거 아니냐"는 등 격렬히 항의하자 결국 묘역 안내소까지 물러나야했다. 

    한 남성이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도대체 광주에 무슨 미련이 남았나. 그동안 해 줄만큼 했다"고 따져묻자 다른 남성이 "그래도 사과하러 왔다는 것 아닌가"라고 맞받아 치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후 양동 전통시장에서 광주공원, 충장로까지 이어진 행보에서 만난 시민들은 "잘왔다", "잘 해달라 문 의원님 욕 하는 사람들 속을 모르겠어", "선거 때까지 호남 계속 있어라 광주에 있어라"는 등 대체적으로 지지와 격려의 말들이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간혹 "여길 뭐하러 와, 무슨 염치로"라거나 "사과하러 왔으면 공개적으로 무릎을 꿇어야지"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문재인 전 대표는 "잘하겠다, 죄송하다"며 웃어넘겼으나 주변의 다른 일부 노인들이 "그런 말은 천정배나 박주선한테 가서 해라"며 소란이 일기도 했다. 

  • ▲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광주를 방문해 지지자들과 만나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광주를 방문해 지지자들과 만나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전 대표는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는 "못난 문재인이 왔다. 여러분에게 야단을 맞고, 질타를 듣기 위해 왔다"며 "분이 풀릴 때까지 호되게 꾸짖어 달라"고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은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들의 총집결을 보는 듯 했다. 

    '사과·위로·경청' 보다 이미 유세장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우체국 앞 사거리를 가득 채운 군중들은 문재인 전 대표의 연설 내내 "잘못한 것 없다", "우리는 문재인을 믿는다"며 환호와 갈채를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이란 함성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사랑해요 문재인' 등의 푸른색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에 고립감과 상실감만 안겨드렸다"면서도 "저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의 면면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더민주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호남인에게 지역 정당이란 불명예를 안기면서까지 그들만의 영달을 쫓는 세력"이라고 규정하고는 "신성한 호남 땅에서 더 이상은 발붙이지 못하도록 더민주의 모든 호남 후보들은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재인 전 대표는 총선결과에 따라 대선과 당권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며 "총선이 끝나면 전당대회 통해 지도부도 새롭게 선출되는데 당권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광주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연설을 마치고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광주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연설을 마치고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편 문재인 전 대표가 사전투표를 위해 전남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민심을 들어보니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는 질문이 나오자 한 시민이 "거짓말 하지 말라. 광주에 그런 말 하는 사람 별로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의 지지도는 국민의당이 더민주보다 앞서고 있다. 김종인 대표가 최근 호남 공략을 위해 '삼성'과 '손학규' 등의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리얼미터 4월 4일 발표, 국민의당 40.5%·더불어민주당 32.6%,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에 오기 전 어떠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둘러싼 지지자들에 묻힌 셈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행 첫 행선지인 광주에서 얼마나 '위로·사과·경청'을 이뤘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