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지금 내가 이야기하면 나는 망해, 한꺼번에 말할 것"
  • ▲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접 심사를 마친 뒤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접 심사를 마친 뒤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새누리당 비박(非朴)계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 친박(親朴)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이 위원장은 11일 비박계 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사무부총장의 반발을 뒤로한 채, 3차 공천결과 발표를 강행했다. 

    이날 명단에는 전날 공관위 파행의 원인이 됐던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가 또 제외됐다. 김 대표의 측근이자 공관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 지역구인 파주을 명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공관위를 둘러싼 계파간 혈투 과정에서, 친박계가 비박계 핵심 인사들의 공천 결정 여부를 미루면서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이한구 위원장과 홍문표 사무부총장은 이날 기자들 앞에서 원색 설전까지 벌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여의도 당사로 복귀하던 중 건물에서 홍 부총장을 만나자 "홍문표 의원은 아침에는 회의도 안 나오고 (언론과) 인터뷰만 하시대?"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홍 부총장이 공관위 회의 불참을 선언한 뒤 이 위원장의 독단적인 운영 등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판하고 나선 것을 비난한 것이다. 

    이에 홍 부총장은 "인터뷰고 뭐고 오늘 좀 그렇게 뵈려고 해도 용안을 뵐 수가 없었다"고 맞받아쳤고, 이 위원장은 "내가 몇 차례나 연락을 했다"며 "자꾸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 우리 위원들 모인 데(회의장)서 성토 대회가 열렸다. 좀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질세라 홍 부총장도 "그러니까 무슨 성토 대회가 열렸는지 좀 들어보려 한다"고 응수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승강기에 타고 내린 뒤 회의장에 들어설 때까지 이어졌다. 홍 의원은 "언론도 자꾸 싸움 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 위원장은 "언론이 문제가 아니라 홍 의원이 자꾸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쏘아붙였다.

  • ▲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접 심사를 마친 뒤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앞서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공천결과 브리핑을 갖고 35곳의 경선지역과 27곳의 단수추천 지역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7곳의 단수추천 지역 중 9명의 현역과 18명의 원외 인사는 사실상 공천이 확정됐다. 제2차 발표에 이어 이번에도 현역 의원이 탈락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친박 핵심인 이정현(전남 순천) 이학재 의원(인천 서갑)과 이성헌 전 의원(서울 서대문갑), 박종희 전 의원(경기 수원갑), 김선동 전 의원(서울 도봉을) 등이 단수 추천됐고, 비박계인 정미경(경기 수원무) 의원과 정양석(서울 강북갑) 전 의원도 단수 추천 대상자에 올랐다.

    경기 김명연(안산 단원갑), 손범규(고양갑), 홍철호(김포을) 함진규(시흥갑) 의원, 경남 이만기(김해갑), 홍태용(김해을) 예비후보는 사실상 공천을 확정 받았다.

    경선 확정 지역 중에서는 민현주 의원과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의 맞대결이 확정된 인천 연수을, 김진태 의원과 이수원 후보가 경쟁을 펼칠 강원 춘천이 주목된다.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과 지상욱 김태기 예비후보 등 3파전으로 벌어질 서울 중·성동을과, 정군기이운룡 백성운 김현복 후보 등 4파전 양상인 경기 고양시병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 ▲ 11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황진하 사무총장.ⓒ뉴데일리
    ▲ 11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황진하 사무총장.ⓒ뉴데일리

    이한구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황 사무총장과 홍 사무부총장에 대해 "오늘 회의에 그 두 분은 불참했고, 이 내용은 어제 두 분이 계실 때 대략 합의된 내용"이라며 "두 분이 참석 안해도 심사(를 계속)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와 황 사무총장 등 비박계 핵심 인사들의 지역구 공천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친박계가 경우에 따라 비박계를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부총장 등 비박계 일부 의원들이 공관위의 독단성을 강하게 비판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비박계 의원들은 공천 칼자루를 쥔 이한구 위원장에 맞설 카드가 마땅치 않아 일단 숨을 죽인 채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모양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공관위의 3차 발표 및 윤상현 의원의 욕설·막말 파문 등에 대해 "내가 그동안 침묵을 지켰는데 (지금) 이야기를 하면 나는 망한다. 내가 나중에 이야기 할 때 한꺼번에 이야기 할 것"이라며 침묵 끝에 반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격화되는 내분 사태와 관련해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이 마비될 정도로 (계파)싸움만 벌이고 있는데 당 대표는 수습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며 "김 대표가 친박계 이한구 의원에 공천 칼자루를 맡긴 것 자체가 패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