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 논란 두고 들썩, 총선까지 '위험한 동거'… 대선까지 계속될지가 분수령
  •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달 29일 당무위원회의를 통해 선거 및 공천에 관한 권한을 더 가지게 됐다. 위기의 당을 이끄는 그가 당의 실권을 하나하나 장악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달 29일 당무위원회의를 통해 선거 및 공천에 관한 권한을 더 가지게 됐다. 위기의 당을 이끄는 그가 당의 실권을 하나하나 장악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지난 29일 당무위원회를 통해 공천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으면서 경남 양산으로 내려간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 대표 간 기 싸움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더민주는 이날 당무위원회에서 공천에 관한 권한을 비대위로 넘기기로 의결했다. 사실상 비대위 대표인 김종인 대표가 전권을 틀어쥔 셈이 됐다.

    김종인 대표가 공천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김상곤 혁신위원회 내 평가위원회가 발표한 '현역 하위 20% 컷오프 명단'에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더민주에서도 의정활동을 인정받아 상을 받은 전정희 의원과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대구에서 노력해온 홍의락 의원, 당이 위기일 때 여러 차례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어 온 문희상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마땅한 대안도 없이 기계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잘라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대구 수성갑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김부겸 전 의원은 지역일정마저 취소하고 서울로 올라와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같은 배경에 김종인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만든 혁신안에 대해 "거지 같은 물갈이"라며 직격탄을 쐈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하위 20% 탈락 혁신안은 자기들이 만든 것"이라며 "왜 나를 비난하느냐"고 말한 바 있다. 현역 의원 하위 20% 탈락의 백지화를 요구한 것은 자신이고, 되레 구 지도부가 '혁신의 후퇴가 될 수 있다'며 고수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김 대표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공천 관련 전권을 획득하게 됐다. 컷오프 명단에 포함된 홍의락, 문희상 의원 등을 구제할 길이 열린 셈이다.

  • ▲ 더민주 조국 전 혁신위원은 김종인 대표의 공천 전체에 대한 '비상 대권' 요구에 대해 "시스템 공천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이기에 반대한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 더민주 조국 전 혁신위원은 김종인 대표의 공천 전체에 대한 '비상 대권' 요구에 대해 "시스템 공천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이기에 반대한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김 대표가 혁신안을 백지화시킴에 따라, 앞서 혁신위의 안을 고수했던 문재인 대표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밤의 당대표'라 불렸던 더민주 조국 전 혁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시스템 혁신안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반발했다.

    더민주 조국 전 혁신위원은 "과거 더민주가 겪었던 계파 나눠 먹기 공천과 낙하산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과 그 여파를 생각해보라"면서 "먼저 '시스템 공천' 자체를 거부하고 대표나 공관 위가 전권을 갖는 과거식으로의 회귀는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탈당한 의원들이 만든 국민의당도 현역 20% 컷오프 제도는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평가위는 당헌·당규의 요청에 따라 개인과 계파의 일체 고려 없이 평가했음이 확인됐다"며 "홍의락 의원의 경우 해결 방안은 20% 컷오프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 컷오프된 현역 의원이라도 공관위의 결정에 따라 열세·취약지역 전략공천은 가능하다"는 조항을 당규에 추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한적 방식이 아닌, 20% 컷오프 대상자 모두를 이런저런 연유로 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당규 개정은 '시스템 공천'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또 김종인 대표를 향해서도 "김 대표가 공천 전체에 대한 비상대권을 요구하는 도중 비례대표 선발 방식의 변경도 거론한 것으로 보도됐다"면서 "당헌 당규화된 혁신안은 부분별 대표를 상향식으로 선출하므로, 과거처럼 대표 재량으로 비례 자리를 배치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현행 비례대표 선출제도를 둘러싼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당규를 준수하는 것이 옳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거침 없는 1인자적 행보는 공천권 행사를 넘어서서 계속되는 분위기다. 필리버스터 정국에서도 그는 존재감을 뽐냈다. 29일 밤 열린 회의에서 김 대표는 필리버스터 중단을 이끌며 당내 강경파를 잠재웠다.

    김 대표는 "필리버스터를 이제 중단했으면 좋겠다"면서 "이념론 대신 경제론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기서 더 하면 선거가 이념 논쟁으로 간다.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노리는 것"이라며 이종걸 원내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월 국회 회기의 마지막인 3월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었다.

    그의 '마이웨이'는 문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그는 지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는) ▲안보 지혜 ▲글로벌 사회에 대한 인식 ▲경제 지식 ▲미래 교육에 대해 완전하지는 않아도 기초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당 운영과 공천문제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와 상의할 필요도 없다는 말도 건넸다.

    아울러 "총선이 끝난 뒤 한바탕 해보자며 서로 찧고 싸우면 남아있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대권 목표가 있는데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당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 ▲ 양산에 칩거하고 있는 더민주 문재인 대표의 반응이 정치권의 관심사다. 그는 필리버스터를 비롯한 곳곳에서 김 대표와 견해차를 보여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양산에 칩거하고 있는 더민주 문재인 대표의 반응이 정치권의 관심사다. 그는 필리버스터를 비롯한 곳곳에서 김 대표와 견해차를 보여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전 대표가 양산으로 들어간 뒤 김종인 대표가 서울에서 빠르게 권한을 가져가고 있는 가운데, 양산에 칩거하고 있는 문 전 대표는 김종인에게 어떤 말을 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총선을 관리할 관리자로 김 대표를 모셨지만, 실권을 휘두르려 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으리라는 추론도 나온다.

    문 대표 관점에서 김종인 대표는 최소한 총선 전까지는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김 대표가 당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 그만두면 더민주는 혼란에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 실권을 둘러싼 싸움은 총선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이 일단 끝나고 나면 김종인 대표의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김종인 대표가 끊임없이 총선 이후에도 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